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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Dec 08. 2020

잘 비우기 = 잘 사기

[딱 1년만 옷 안 사고 살아보기] 리뷰


<줄거리>

스트레스는 쇼핑으로 푸는 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늘 옷더미에게 내주었던 방을 비우기로 결심하다!


<독서 포인트>

1. '현실적인' 대안을 주는 미니멀리즘 책
2. 지독한 쇼핑중독자들이 좌절하지 않으며 읽을 수 있는 책
3. 옷장에 옷은 많은데 당장 입을 옷 없을 때 읽는 책


<전체 평점>

★★★★(4.0 / 5.0)

미니멀리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도서관에 미니멀리즘 관련 책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맥시멀리스트다. 앞으로도 딱히 미니멀리즘을 실천해볼 예정은 없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었느냐고? 책 제목이 끌렸기 때문이다.

나 역시 '딱 1년만 안 사기'를 해 본 적이 있다.

옷은 절대 불가능하고, 화장품을 사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한 2, 3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특가와 행사에 혹해서 쟁여놓은(말이 쟁여놓은 거지) 립스틱과 섀도우들. 유통기한 내에 쓰지 않아 버린 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엔가 돈이 없어도 꾸역꾸역 화장품을 사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아, 이건 아닌데' 싶었다. 내 얼굴은 하나인데 화장품은 잔뜩이라 실제로 쓰는 양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과감하게 '안 쓰는 건 버리고,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말자'를 다짐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의외로 멀쩡했다.

도저히 없으면 안 된다, 이건 무조건 사 놔야 한다, 라고 생각해서 샀던 수 많은 화장품을 안 사도 아무 일 없었다. 미어터질 것 같던 화장대가 정리되었고, 마음도 같이 비우게 되었다. '눈에 암만 다양한 색 얹어도 티 많이 안 나는 얼굴이구나, 얼굴에 색 많아봤자 안 어울리는구나, 아이라이너 안 어울리는구나' 등등을 깨달았다.

내가 화장품 사지 않고 보낸 1년과 저자가 옷을 사지 않고 보낸 1년은 매우 비슷했다.

내 화장대를 돌아본 시간은 나를 돌아본 것과 같았다. 자꾸만 채워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은,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오는 것들이다.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네? 이거 없어도 괜찮네? 라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은 재미있지만서도, 나를 더 아끼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잘 비우기'는 사실 '잘 구매하기'와 같다.

비우다보면 대부분이 '아, 이럴 때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싶어서 산 것들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당장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집에 없다는 이유로 사는 것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그런 것들 살 돈으로 제대로 된 하나를 사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 역시 지금은 옷도 최소한으로 구매하려고 한다. 특가라서, 싸서 사놓던 습관은 버렸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을 사려고 노력한다. 그런 옷은 당연히 아끼게 되고, 아끼다 보면 오래 입고, 오래 입다보면 특별히 추가로 구매할 일이 없다. 물론 품목 중에는 '그냥 싸게 사서 한 철 입자'라는 품목도 존재하긴 하는데, 그건 개인의 차이로 남기면 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잘 비우고, 잘 구매하기'를 실천하는 중이다.

맥시멈의 인생을 살아가던 우리가 비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도 필요할 것 같고, 저것도 필요할 것 같고. 사람일 모르는 거잖아!

근데 이럴 땐 비우는 것보다 구매를 멈추는 게 훨씬 쉽다.

그래서 전문적인 미니멀리즘 방법을 채택하기엔 아직 내가 너무 쪼랩이다,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공감가고 친숙한 모습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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