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작가 Jan 18. 2021

셜록 홈즈 + 이은결 = ?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초간단 3분 리뷰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1분 줄거리

결혼식과 동창회를 앞두고 바쁜 일상을 보내던 마요.

조용한 고향 마을에서 동창회에 참가할 은사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에이치가 살해당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본가에 내려가서 뜻밖에도 몇십 년간 연락조차 한 적 없는 삼촌을 만난다.

삼촌은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겠다고 나서고, 마요는 삼촌과의 이상한 수사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1분 포인트

1. 집중력이 짧아 장편 추리소설이 두려운 추리소설 입문자 혹은 초보자가 읽기 좋다.

2. 어려운 트릭이나 이해 못할 공식이 아닌, 이해하기 쉬운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3.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관에 뉴페이스가 등장했으니,팬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셜록 홈즈 + 이은결 = ?
1분 총정리

★★★☆(3.5/5)


솔직히 매력적이지 않은 제목 때문에 선뜻 책을 읽기가 망설여질 테다. 그의 대표작을 보면 대부분 제목이 짧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리도 거창한 제목이라니. 그 답지 않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목에 '블랙 쇼맨'이 등장하니, 소설에 쇼맨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이 소설은 순전히 '다케시'를 위한 작품이다. 그래서 제목이 그리도 길었던 것이다. 뛰어난 마술사였다는 설정답게 다케시는 매력적이다. 비밀에 쌓인 본인의 과거사나 사람을 홀리며 비밀을 끄집어내는 대화법 등, 시선을 확 뺏길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오히려 매력적인 인물의 등장이 별점을 깎아먹는 주원인이 된다.

다케시는 상대방이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는 모습으로 내용을 알아채거나, 상대의 소매에서 핸드폰을 몰래 꺼내는 등 섬세함과 동시에 거침없다. 셜록 홈즈의 추리력에 이은결의 마술 실력을 가졌다고나 할까. 추리 소설에서 이런 인물은 흔치 않은데, 이런 사람이 탐정으로 나서서 사건을 진두지휘한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빨라서 독자들이 답답하고 궁금해할 틈이 없다.

이 작품은 소설의 99%까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가 마지막에 블랙 쇼맨의 '쇼타임'으로 모든 것이 밝혀진다. 이와 비슷한 전개 방식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독자들이 답답해하지 않게 이런저런 떡밥을 많이 던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 작품 전체가 다케시의 쇼타임이었던 셈이다.

마술사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는 것을 아는가? 그것처럼 다케시는 다양한 특기를 발휘해 눈으로 보이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거기에 트럼프 카드를 마구 뿌리듯이 온갖 정보를 투척한다. 독자는 '진짜 카드를 찾으려면 찾아봐'라는 도발에 손을 뻗지만, 실제 카드는 마술사의 손에 들려있다.

독자가 정신 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이런 경우에 독자들은 누가 범인인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인물을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쇼타임에 사건과 관계없던 비밀까지 밝혀지는 것이다. 투척한 떡밥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적당한 때에 건져 올려 회수한 셈. 완성도에는 문제가 없으나, 이런 것들은 소모성 에피소드라서 다 읽고 나면 '뭐야?' 싶은 허무함이 생길 수도 있다.


둘째, 갈등 곡선이나 어려움 없이 모든 일이 간단하게 해결된다. 즉, 쉽게 전개된다.

추리소설에서 다케시 같은 인물은 전지전능하다고 봐야 한다. 작가와 동일시된다고나 할까. 하물며 셜록도 치명적 허점이 있는데, 가끔 그 허점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이 된다. 이 인물이 그것을 극복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다케시는 거의 신적인 존재다.

베일에 싸인 과거가 다른 시리즈를 통해 밝혀질 것인지, 그건 모르지만. 감추고 숨기는 게 기본인 추리 소설에서 이렇게 신적인 인물이 등장한다는 건, 전개가 너무 쉽다는 말이다. 작가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소리. 분명 매력적이고 훗날이 기대되는 인물이지만, 작가가 너무 쉬운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코로나 시기를 녹여내 이렇게 빨리 작품을 쓴다는 것 자체는 미친 재능으로 인정해야만 한다. 코로나 초기에 코로나와 관련된 책이 출간돼서 읽어봤는데, 단편집도 아닌 거의 에피소드집이었다. 다른 작가들은 아직 생각에 그치는 것들을 히가시노는 민망할 정도로 빠르게 업데이트를 해서 내놓는다.

그러니 이런 평범한 이야기에 전지전능한 인물을 데려온 것일 테다.

살인사건이 결코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독특한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작중의 '환뇌 라비린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할 정도였다. 짧은 기간 내에 장편 소설을 쓰려면 인물에게 도움을 받는 게 가장 빠르다. 사건 구성을 아무리 잘 짜도 관건은 인물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니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평범한 이야기에 특출 난 인물을 끼얹어서 이야기가 살아났다고 할 수 있겠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면 다케시의 도움 없이도 금방 써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작가가 말하는 새로운 방식이란 게 이런 거라면 조금 실망적이다. 허나 나 역시 오래된 팬 중 한 명으로서 새로운 인물의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현재를 살기로 한 인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