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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Jun 17. 2021

두려움은 광대를 닮았다

[그것 2] 초간단 3분 리뷰

줄거리
"돌아와 줘. '그것'이 데리에 돌아왔어."

각자 다른 모습으로 연락 없이 살아가던 루저 클럽 친구들.

나름 잘 살아가던 도중, 옛 친구의 전화를 받게 되고...

그들은 어릴 적 추억이 묻어있는 데리에서 다시 모이게 된다.


시청 포인트

1. 미친 싱크로율의 캐스팅

2.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페니와이즈의 잔인함

3. 가능하면 1편 보고 보는 게 좋음


전체 평점

★★★(3.0 / 5.0)

아역이 큰다면 딱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찰떡 캐스팅 덕이었는지 초반 몰입감이 좋았다. 1편을 본 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날 법도 한데, 몰입감이 너무 좋다 보니 나 마저도 과거가 서서히 기억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1편과 흡사한 전개가 되풀이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딱히 구성이나 이야기에서 발전된 점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루저 클럽이 여전히 마음속 공포를 떨쳐내지 못했고, 오히려 과거 공포가 반복된다는 것이 식상했다. 물론 나이 먹는다고 모든 게 괜찮아지는 건 아니지만. 어릴 적에 꽤나 씩씩하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겨냈던 것들을 홀로 마주하며 똑같은 공포에 노출되었다는 점이 빈약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마이크'와 '빌'이 이번 편에서는 섞이지 못하고 붕 뜨지 않았나 싶은 감이 있다.

빌은 자기 동생이 죽었던 사건이 일어난 동네를 잊었다는 게 가능한 건지. 살다 보니 잊고 지냈다고 하기엔, 매년 기일 때마다 생각날 것 같은데. 게다가 전부터 데리의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건 벤이었고, 마이크는 플로리다로 떠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왜 데리를 지키던 것이 마이크였는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웬 인디언족 의식...? 참 백인적인 발상이라는 생각도 좀 든다. 빌이나 벤이 인디언 이야기를 꺼내기엔 인종적인 논란이 있을까 봐 일부러 그런 걸까.

이걸 단순히 '해피엔딩', '새드엔딩'으로 점찍기에는 애매하다고 본다. 마음속 트라우마를 해치웠지만, 그만큼 잃은 것 또한 크다. 모두가 하하호호 웃으며 끝나는 게 해피엔딩도 아니고, 눈물을 질질 짜면서 끝나는 게 새드엔딩도 아니겠지만. 의문이 남는 것은, 왜 그들은 그리도 큰 희생을 했어야 했을까. 차라리 완전히 닫힌 해피엔딩일 수는 없었던 건지.


하긴, '페니와이즈'는 우리의 마음속 공포와 연관되어 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증오하는 것, 견디지 못하는 것을 시각화한 것일 뿐이다. 광대는 두껍고 과장된 입술로 웃고 있다. 마치 억지로 웃음을 짓는 것처럼.

사실은 두렵고 슬픈 내면을 숨기기 위해 억지웃음을 짓는 게,
현대인과 닮지 않았는가?

어린아이 일 때는 별 것 아닌 것에 공포를 느끼는 대신, 아주 작은 연대가 힘이 되어 희망을 갖는다. 허나, 어른이 된 우리를 돌아보라. 우리는 작은 것에는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큰 공포에는 덤벼볼 생각조차 안 하고 도망치기 급급하다. 결국 공포는 계속 커져서 떨쳐낼 수조차 없게 되어버리고, 공포에 짓눌린 어른들은 그것을 그저 외면할 뿐이다.

어쩌면 페니와이즈가 데리에 돌아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루저 클럽의 마음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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