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라딘] 리뷰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 램프
길거리에 사는 가난한 소년 알라딘.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귀여운 원숭이 아부와 함께 도둑질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를 그저 도둑놈이라고 부르지만, 훔친 음식이라도 길거리에 굶주리는 아이를 먼저 챙길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도둑이다.
궁에 갇혀 사는 억압된 공주 쟈스민.
공주는 결혼하기도 싫고, 궁에 갇혀 사는 것도 싫다. 자신을 재촉하는 술탄(왕, 아버지)에게 자신이 술탄이 되겠다고 한다. 하지만 술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상인 자파는 자신이 술탄이 되기 위해 마법의 램프를 찾아 헤맨다.
쟈스민은 답답한 궁에서 벗어나 잠깐 바깥에 놀러나온다. 그 때 알라딘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약간의 썸을 탄다. 공주를 보려고 궁에 몰래 침투했던 알라딘은 자파의 눈에 띄게 된다. 무시무시한 비밀의 동굴에 들어가 마법의 램프를 가져오라는 임무를 받은 알라딘. 뜻하지 않게 지니를 불러내게 되고, 지니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저 공주와 사랑하고 싶었던 알라딘은 자신을 왕자가 되게 해달라는 첫 번째 소원을 빌었는데...
술탄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쟈스민과 자파
이 영화가 실사화 됐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 잘 살려낸 인물들 덕분이리라. 자칫하면 그냥 자파가 악의 축이 돼서 쟈스민과 알라딘이 대립했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판타지인데도 선과 악의 경계를 살살살 풀어서 잘 섞어준, 판타지 영화의 좋은 현실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단연 쟈스민은 돋보이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라푼젤처럼 성 안에 갇혔지만, 스스로 나가고자 애쓰는 모습에서 '성장 중'인 캐릭터라는 게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보통은 한 쪽으로 치우친 인물이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성장하는 게 대부분인데, 쟈스민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책과 공부만으로는 세상을 알 수 없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그녀와 가장 비슷한 인물이 바로 자파다. 자신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한 방향을 향해 올곧게 뻗어나가고 있다. 비록 다른 사정이 있어서 악이 됐다거나 하는 건 없지만. 권력이 주는 욕심에 사로잡힌 모습은 단순히 악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남을 속이고 이용하고 피해를 주기 때문에 악이 된 것 뿐이지.
이 사람들과는 달리 입체적인 인물이 바로 알라딘과 술탄이다.
뭐 술탄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쟈스민에게 ‘여자술탄은 안 된다’고 말 했다가 그녀를 인정하니까. 입체적인 인물인 건 맞다.
알라딘이야말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알라딘이 자파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냥 쟈스민을 너무 좋아해서 소원을 빌었지만, 거짓말로 얻은 것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욕심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은 쟈스민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양탄자를 태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유일하게 그녀가 아그리바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었다. 쟈스민은 그의 진실됨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을 읽는 눈에 반했던 건데.
왕자로 살아보니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고, 돌아가기 두려워진 것이다. 자신이 쥔 것들을 놓으면 그녀가 떠나갈까봐 어리석은 판단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손에 욕심을 가득 쥐고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없다.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게 바로 지니의 역할이다.
"내가 램프의 주인을 주인님이 아닌 친구라고 부른 건 처음이었어"
너무 변해버린 알라딘을 보고 지니가 말한다. 이렇듯 지니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여러 방법을 제시하지만,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는 상대방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파가 마법램프에 갇히고 지니가 사람으로 변할 때 눈치챘지만, 과거에는 그도 욕심많은 인간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욕심이 스스로를 램프 안에 가뒀을 것이다. 만 년 정도 살면서 많은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다 보니, 그 욕심 속에 들어있는 어리석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지니는 이미 램프 안에서 입체적인 과정을 지나 결론에 도달한 인물이다. ‘완성형’인물인 셈이다. 그래서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가능했던 것이고.
점점 발전해가는 동화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하나 뽑으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쟈스민이 술탄이 된 것’을 뽑겠다.
이제 공주들은 결혼하기 위해 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만의 색깔과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성에서 빠져나온다. 물론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사랑’이 목적이었지 야망이 있는 공주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겨울왕국의 엘사, 모아나의 모아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메리다. 모두 결말이 결혼이 아니다. 직접 부족이나 나라를 통치하는 지도자로 성장하게 된다.
쟈스민은 처음부터 ‘술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아마 알라딘이 불과 5년 전에 만들어졌다면, 알라딘이 술탄이 되는 결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쟈스민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었고, 아그리바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잘못된 관습과 편견에 맞서는 쟈스민은, 그동안 발전해 온 공주들의 워너비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부른 ‘speechless’는 그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최고의 노래였다.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침묵하지 않았고, 겁먹지 않았다. 부러진 날개와 새장 속에서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하늘을 가로질렀다. 쟈스민 덕분에 영화가 감동적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