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빛깔의 소설

소설 [녹색섬광] 리뷰

by 담작가
녹색섬광
줄거리

5년만에 콤마상태에서 깨어난 작은 여자 아이 이수인.

먼저 콤마에서 깨어나 그녀를 기다리던 남학생 고윤은 이수인이 깨어나던 날, 병원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잃었다.

"윤이가 와서 말해줬어요. 전부요."

콤마상태에서 모든 이야기를 다 들었고, 기억하고 있다는 이수인. 나이대 소녀같지 않게 차분한 분노를 지닌 그녀는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일까.

"우리 용서하지 말자, 절대로."

과연 그녀가 밝히려는 비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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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빛깔의 소설
숨은 의미 찾기

이 소설은 고윤이라는 진실, 그 진실을 밝히려는 무리, 숨기려는 무리라는 세 개의 꼭짓점이 존재한다.

이 세 개의 꼭짓점이 이어지며 하나의 삼각형을 그리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 삼각형 추리의 대가, 장진 감독이 생각난다. 모든 이야기 안에는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이 존재한다던. 이 삼각형 구도는 완벽하게 이야기 안에 자리잡히면서 마지막에 빛을 발한다. 퍼즐조각을 맞추기 위해서 인물들은 숨가쁘게 진실이라는 꼭짓점으로 내달린다. 누군가는 은폐하기 위해, 누군가는 드러내기 위해.


이수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콤마에 빠졌다가 5년만에 의식이 돌아온 중학생 소녀다.

그 당시 같은 소아중환자실에 있던 여덟 명의 아이들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두 아이, 고윤과 이수인. 먼저 눈을 떴던 고윤은 슈퍼박테리아의 백신을 발견한 강철주의 거대한 비밀을 알게 되고, 비밀을 지키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모든 비밀에 대한 열쇠를 수인에게 남긴 채, 고윤은 먼저 세상을 뜬다. 그 덕에 이수인은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닫는다.

바로 복수다. 자신과 윤이, 그리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

언젠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이, 혼수상태에서 가족이 해주었던 말을 기억한다든가, 대화를 생생히 기억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점은 이런 일을 추적의 한 요소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 소설 안에서 이수인이라는 존재를 거대한 음모를 파헤칠 열쇠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수인이 문제를 해결할만큼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5년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해 근육이 전혀 발달되지 않았다. 혼자 양말을 신으려면 오 분이 넘게 땀을 뻘뻘 흘려야 한다. 이런 소녀가 복수라는 목표를 가지고 경주마처럼 달린다한들, 위협적이게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이수인이 대적해야 할 강철주는 너무나 강력하다.

강철주는 소설 내에 직접 등장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나오는 장면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일단 등장하고 나니, 마치 영화 '관상'에서의 이정재처럼 강렬한 등장으로 독자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타인을 철저하게 짓밟는 완벽주의자, 대중 앞에서는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막강한 자.

이런 사람 둘이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한다면 과연 대중은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

누가 더 '진실에 가까워 보일지'는 특별히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가 사건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아이러니. 극한 상황은 독자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소녀는 과연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 우리가 기대하는 그림은 진실을 밝히려는 자들의 처절한 절규니까.


하지만 소설은 기대한대로 나아가지 않는다.

강철주는 자기 입으로 비밀을 폭로하는 완벽주의자로 전락할 뿐이고, 이수인이 생각한 복수는 내가 기대한 복수와 많이 달랐다. 인물이 완벽하게 완성된 듯 하면서도 붕괴인 것 같고...소재 자체의 흡입력은 좋았으나, 전개면에서 아쉬웠다. 인물의 특성은 확실했으나,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니까...소설이 괜찮은 것 같은데, 안 괜찮은 그런 소설이다.


감상평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할 말이 이렇게 없는 책은 오랜만이다.

완벽해서 할 말이 없는건지, 허술해서 할 말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가독성이 떨어져서 읽는데만 해도 한참이 걸렸다. 거의 두 세달 걸렸나? 중반부까지 너무 재미없고, 무슨 내용인지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혹평하고 싶지 않은데, 리뷰 쓰는데 너무 힘들었다. 할 말을 쥐어짜야 했음.

작가야 결말도 알고, 뒷 내용도 아니까 앞 내용을 뭔 소린지 모르게 암호처럼 써놔도 재미있지. 읽는 사람은 지금 상황 파 악하기도 힘든데 자꾸만 떡밥만 던지니까 답답하고 짜증나고... 읽는 내내 집어던지고 포기할까 고민 많이 했다. 그럼에도 읽었던 건 뒷내용이 너무 궁금하고 흥미진진해서가 아니라, 오기가 생겨서였다.


눈에 보이듯 영상처럼 쓰는 글은 문예창작과 재학 시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배가 원하던 글이다. 시나리오를 쓰다가 소설로 넘어와서 '영상처럼 눈에 보이듯 선명한 소설'을 쓰고 싶다던 선배였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그 선배 생각이 났다. 상세하고 꼼꼼한 것이 소설이 아니라 기록처럼 느껴질 정도로 글이 선명했다.

그 안에서도 작가만의 표현으로 군데군데 분위기를 표현하는 문장도 좋았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런 순간의 장면에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전개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어쩐지, 너무 영상같다 했더니. 이 작품이 2017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지원 사업 선정작이란다.

영상은 하나의 장면이 한 번에 보이니까 상관없지만, 글은 한 번에 여러 상황을 보여줄 수가 없다. 그게 한계점이다. 다만 이야기전개를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과는 차별화된 점이 있다. 이 소설은 영상에는 최적화되어 있지만, 소설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전체적인 구조를 봐도 영화에 더 잘 어울린다.


소설로 읽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다음에는 영화에서 만나길 기대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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