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쉬] 리뷰
허쉬_줄거리
외진 숲 속 집에서 살고 있는 매디. 그녀는 후천적 청각장애인으로 도시에서 벗어나 혼자 살면서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근처에 사는 사라, 존 부부와 친하게 지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매디. 어느 날 밤, 닫힌 창문 밖에서 사라가 소리친다.
"매디! 제발 뒤 좀 돌아봐! 나 좀 도와 줘! 살려 줘!"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디는 뒤를 돌아보지 못한다. 그 사이에 다가온 가면 괴한은 사라를 무참하게 칼로 찔러 죽인다. 창문에서 살인이 일어나지만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매디를 흥미롭게 여긴 그는 문을 두들겨 매디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열린 창문으로 핸드폰을 훔쳐 매디에게 겁을 주며 재밌어하는 괴한. 그런 괴한의 존재를 알아챈 매디는 집에서 괴한과의 소리없는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는데...
음소거 전투_영화 추천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말을 모르는 채로 영화를 즐기고 싶으신 분은 영화를 관람하시고 글을 읽어주세요!
매디는 세상과 단절되어있다. 그게 단순히 외딴 곳에 살아서도, 귀가 들리지 않아서도 아니다. 스스로 세상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일들이 있었고, 도시가 지겨워진 그녀는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살기를 원한다. 그녀가 사는 세상은 자신의 소설 속이다. 매디의 엄마 말에 따르면 그녀는 '작가적 뇌'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고 결말을 도출해내는 동안 그녀는 완벽하게 세상과 차단된다.
가면 살인마는 그녀를 바로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 천천히 갖고 놀길 원한다. 언제든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매디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에게는 무한정의 시간과 무기가 있고, 그녀에게는 무제한의 공포심이 있다. 살인마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인 셈이다. 살인마는 매디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즐기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매디가 각성하는 것은 모든 경우의 수를 빼앗기고 난 후였다. 도움의 손길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무기도 없이 모든 가능성을 손에서 놓친 후에, 매디는 더 이상의 방어가 쓸모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하기 시작한다. 결말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어떻게 되어도 자신에겐 승산이 없다. 가장 최선의 방어는 살인마와 직접 대치하는 방법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살인마를 도발하고, 싸움을 신청한다. 싸우는 도중 살인마에게 붙잡혀 목을 졸리면서 자신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소중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들. 이런 순간 가장 절실하게 생각나는 것은 내가 등돌리고 살아온,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다. 극한 상황에서야 내가 평범하게 누리던 것들이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 것. 인간은 왜 그리도 멍청할까.
겨우 살아남은 매디는 눈을 감고 경찰차가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평범하게 끝나버린 영화였지만,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확실했다. 질척거리는 영화보다야 입장정리 확실한 영화가 낫지 않은가.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침묵 속에서 주인공을 조여오는 압박감을 잘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최고의 공격은 피하지 않는 것_감상평
사실 후반부 갈 때까지도 주인공이 직접 싸울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다. 대적하게 되더라도 질려버린 살인마가 매디를 옥죄어와서 어쩔 수 없이 대응할 거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은 대담하게 도발한 후에 섬세하게 편지를 남긴다. 가족에게 범인의 인상착의를 알리는 편지를 적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무기를 든 표정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청각장애인이라는 핸디캡이 불리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어떻게 전개될 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을 모두 깨버리고, 매디는 살인마를 이기고야 만다. 정작 살인마를 죽인 방법은 늘 진부하게 봐 왔던 방식이었다. 누워서 목을 찌르기. 장애인이라고 특별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 그냥 한 명의 사람으로, 남은 생을 절실하게 원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 살인마를 쓰러트린 것이니까.
뻔하지만 스스로 결정내릴 때 자신에게 자신이 말을 거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사람들이 당황하거나 이상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 말을 걸기도 하니까.결단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까지 절실해지는 기분이었다. 죽어가면서 즐거웠던 추억들이 스쳐지나가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정말 주마등이 스쳐지나간다는 게 저런 느낌일까 싶었다. 너무 잘 표현돼서 오히려 내가 눈물이 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