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부터 도망쳐
그런 날이 있지.
일어나자마자 몸은 무겁게 땅에 가라앉고
공기는 찐득하게 살갗에 달라붙고
세상 모든 소리로부터 멀어지고
아무런 의욕도 의지도 없어지고
머릿속에 거품처럼 생각들이 한 번에 밀려드는 날.
시간이라는 미로 속에 갇혀버린 미노타우르스처럼
무딘 칼 한 자루 들고 괴물을 맞이해야 하는 테세우스처럼
보이지 않는 적과 원치 않는 전쟁을 치르려 해.
중요한 건 미로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야.
너도 알잖아.
빠져나올 수 있다면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
모든 호신술의 기본은 맞서기보단 도망을 택해라.
싸우고 이겨서 얻는 것보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눈앞을 보지 말고 벽 너머를 봐.
눈을 감고 심호흡하고 다시 눈을 떠.
벽은 처음부터 없었어.
네가 그어놓은 금일뿐이야.
금기를 뚫고 부수며 밖으로 나아가.
이미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면
그냥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그것이 생각에게서 도망치는 법이야.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