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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보다 쉬운 것이 있었다

당신과 나

by 담작가

알아,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더 어렵지.

하지만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생각보다 쉬워.

한 번 나쁜 사람이 되면 모두에게 나빠지는 것도 제법 쉽고.


나에게는 그토록 못되게 굴었으면서

다른 이들에게는 더없이 상냥했던 당신을 기억해.

아마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쏟는 노력만큼

나에게 똑같이 하기에는 귀찮았던 거겠지.

알아, 그 정도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나는 늘 거기 있었으니까.


감히 꿈꾸지도 못했어.

목마를 때 떠주는 물 한 컵도

저녁 무렵 마중 나올 발걸음도

부탁을 빚지고 갚을 고맙다는 한 마디도

무릎이 다 까졌을 때 원한 괜찮냐는 말조차도

고작 나에게 베풀기엔 너무나 과하고 사치스러운 것들.

이해해, 당신이 마음속에 벌어 두었던 친절은

몇 푼 되지 않았으니까.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나에게 나쁜 사람이어야만 했어?

나쁜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조금 어렵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나쁜 사람만 아니면 되었어.

나에게 좋은 사람까지는 못 되더라도

그저 나쁜 사람이지만 않은 걸로 충분했어.

친절을 베풀기보다는 짜증을 참는 게

당신이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더 값진 것이었을 테니까.


물론 영원히 모를 테지만 말이야,

당신이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내게 좋은 사람일 필요까진 없었다는 걸

남들에게 떠벌리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진 않아도 됐다는 걸

그럼에도 나만큼은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려고 했다는 걸

그걸 알고만 있었더라면.

나쁘지는 않은 사람과 나쁘지 않은 일상을 보내며

당신과 나는 당신과 내가 아닌 우리였을 수도 있었는데.

어쩌면 오늘도 당신과 나는 함께였을지도 모르는데.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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