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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언어

입 없이 하는 말

by 담작가

생계를 이어가야 할 어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나날들.

잠깐 일을 쉬고 있다고 가볍게 말하기엔

아침마다 마주치는 천장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다.

이마가 짓눌리는 기분을 털어내고 일어나

매일 책상 앞에 앉아 뭐라도 하려 애써본다.


돈을 버느라 남의 책상에 앉아있을 적에는

척박하고 사무적인 글자들을 도장처럼 찍어내기 바빴는데.

값비싼 시간을 벌고 가난한 나의 책상에 앉아 있으니

아름답고 즐거운 글자들이 자꾸만 이마에서 튀어나온다.

끊이지 않고 두들겨대는 키보드 소리 위로

느긋하게 햇볕이 내려앉는다.


내려다보는 시선에 고개를 들면

천장이 입 없이 웃고 있다.

협박도, 비웃음도 아니었다.

묵직한 생각들을 글자로 옮기라고

그저 진득하게 나를 달래고 있었다.


천장의 엷은 미소에 둥근 정수리로 화답하며

오늘 하루도 고요하게 지나간다.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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