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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게는 정말 날개가 필요했나

사실 우린 땅에서 살잖아

by 담작가

최근 공모전을 위해 이상의 [날개]를 읽었다.

격동적인 몸짓으로 도약하자는 포부 같은 것은 제쳐두고

왜 하필 '날개'였을까.

사실 우리 같은 인간에게는 힘껏 뜀박질하는 게 전부일 텐데.


은둔고립청년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쉬었음 청년' 혹은 '비경제활동인구', 아니면 그냥 일반 청년.

요즈음의 청년은 대강 그렇게 분류되는 추세이다.

그러니까, 마땅히 이유도 없이 쉬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연구의 실험체처럼 취급당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우리를 너무 쉽게 구분 짓는 그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날개가 없는 이들을 그토록 오래 날게 했으니,

잠깐은 이렇게 쉬어도 괜찮은 거 아니냐고.

나는 날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저 나는 것이 최고라고, 더 높이, 더 빨리 날아가라고 부추긴 것은

당신들이었잖아.


물 밖에서 살 수 있는 물고기는 없기에 그들은 다리가 없다.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가지고 물속을 배회하며 산다.

그러나 땅에 앉지 않는 새는 없다.

새에게 휴식이 필요 없었다면 다리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새들도 날다가 지치면 땅에 내려와 쉬고,

충분히 휴식한 뒤에 다시 날아갈 준비를 한다.


그러니

당연히 쉬어가야 하는 시간을

마땅히 기다려주어야 하는 기간을

그저 인내심 부족과 자기 욕망으로 인해 다그치는 말들에

일일이 응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사실 대꾸할 힘도 없는 게 사실이니까.


겨드랑이 뒤쪽에 날개뼈가 있다고 해서

오래전 인류에게 날개가 있었다는 증거가 되진 않는다.

혹시 있었다고 한 들, 이젠 없는 걸.

굳이 날지 않아도 된다.

단단한 땅을 밟고 서서 그냥 걸어가도 된다.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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