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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Apr 08. 2020

역병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생사초 떡밥 해석)

넷플릭스 [킹덤 시즌2] 리뷰

킹덤
줄거리

조선에 퍼진 의문의 역병, 죽은 자들이 다시 깨어난다!

임금의 죽음을 숨기고, 중전을 이용해 혜원 조 씨 가문으로 왕족의 대를 이으려는 조학주.

그에 맞서기 위해 세자 '이'은 역병의 시작을 찾아 떠난다.

그 시작점에서 마주친 끔찍한 진실.

자신을 역적으로 몰아가는 조학주에게 맞서기 위해 결심한 이.

과연 그는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역병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숨은 의미 찾기

  솔직하게 말하자면, 킹덤은 흥행을 보장하는 소재다. 왜냐, 조선 좀비물이라는 설정 자체가 극한의 상황이니까.

  지금처럼 좀비물이 많은 시대에서 좀비 사태가 발생한다? 그럼 주변에 있던 사람들 바로 도망가고, 경찰들 달려와서 머리 쏴 죽였을 거다. 솔직히 현대 좀비물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좀비 전염되는 건 너무 현실성 없다. 뭐랄까, 좀비 영화랑 드라마가 이렇게나 많은데 과연 사람들이 좀비를 못 알아볼까, 싶은 거다. 바로 경찰 부르든 뭘 하든, 백 퍼센트 확산 막을 것 같다.ㅋㅋㅋ

  그런데 조선이라면 조금 다른 것이다. 조선시대에 좀비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어쨌든 의학도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을 때고,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샤머니즘적 방법으로 해결도 하던 때니까.

  게다가 좀비가 오면 숨어있을 만한 곳도 없다. 지금 현관문이야 좀비가 오백 명 정도 달라붙으면 무너질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나무에 창호지 하나 덧발라 놓은 것 아닌가. 그냥 손가락으로도 뚫리는데, 어떻게 집 안에서 버텨, 못 버티지. 거기에 지금은 자동차 같이 도망갈 수단이나 있지, 그때는 맨발로 겁나게 달려야 하는데, 그 미친 속도를 어떻게 이기냐고.

  이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킹덤을 시청한다. 그래야 재밌음.


  시즌 1에서는 좀비에 대해 좀처럼 밝혀진 게 없었다.

  좀비뿐만 아니라 인물관계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없었다. 시즌 2를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냥 진짜 떡밥만 오지게 풀었다는 느낌이 낭낭하다. 이러니 시즌 2는 호응이 좋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시즌 1에서 그렇게 고구마를 먹이고, 하나도 안 알려주고 끝냈으니. 이 떡밥들을 모두 회수하는 과정이 바로 시즌 2이니 당연히 시즌 1을 본 사람이라면 재밌다고밖엔 할 수 없다.

  내가 너무 킹덤을 늦게 보고 리뷰를 올리고 있어서, 이미 상징 해석은 무지막지하게 많이 올라왔다. 유튜브에 '킹덤'만 쳐봐도 해석하는 영상이 주르륵 뜬다. 그런 상황에 내가 똑같은 해석을 해 봤자 의미 없다는 걸 알기에,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몇 가지 장면만 포인트로 집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를 감상하시고 해석도 보러 오세요!*

  시즌 1은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 시즌 2는 피에 대한 이야기다.

  배고픔으로 시작된 역병이 온몸을 돌고 도는 피처럼 나라를 돌게 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조학주 대감과 중전의 대립이다. 그들에게 역병이란 그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핏줄, 즉 왕의 가문을 이어갈 피에 대한 그들의 집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들의 피를 위해 백성들의 피가 흐르는 것은 생각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피나 백성의 피나 다를 것이 무엇이냐."

  잠깐 등장한 이의 당숙은 이야기한다. 결국 모두가 같은 피라고.

  이은 왕의 자리를 포기한다. 계비 조 씨가 내세운 아이가 자신의 호위무사, '무영'의 아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왕의 자리에 명한다. 자신은 없는 사람처럼 사라지기로 한다.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띠용했을 거라 예상한다. 나 또한 그랬다.

  '대체 왜? 이 사태를 잘 알고 있는 이창이 왕이 되어서 나라를 정리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권력을 마땅히 가져야 하는 자는 없다. 권력을 위한 피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이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왕가의 핏줄이기에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그들은 올바른 정치를 하라고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뽑은 지도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핏줄'을 운운한다. 이게 바로 조학주 대감이 권력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힘이다.

  권력을 자신의 힘을 위해 탐하는 자들은 꽤나 볼품없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이익과 명예에 대한 욕심만이 가득하다. 그것을 숨기기 위해 그들은 권력을 이어받을 '피'를 합리화한다. 명백히 권력을 가져야 할 핏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백성에게 세뇌시킨다. 그리고 세뇌당한 백성들은 맹목적인 믿음을 갖는다.

"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이은 조학주를 물리치고 궁으로 돌아가는 내내, 자신이 앉을자리가 왕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비가 안고 있는 무영의 아이를 보며, 그것이 자신의 욕심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임금을 죽인 역적이라는 불명예 때문만이 아니다. 자신이 이 아이를 죽이고 왕좌에 오른다면, 그게 과연 조 씨 가문과 다를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왕의 자리에 앉아야만 하는 핏줄은 없다. 이은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누구든 지도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영의 아들이 왕가의 친자식이 아니더라도 어진 왕이 될 수 있다.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고,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말이다. 왕의 자리에 앉더라도 백성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왕은 왕이 아니다. 누더기 옷을 입고 산을 헤매도 백성을 위한 일을 하는 자만이 진정한 왕이다. 이은 나라를 괴롭힌 역병의 비밀을 알아내, 완전히 뿌리를 잘라내기 위해 궁 밖으로 나간다.

  그 어떤 결말보다도 아름답고 완성된 결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를 한 명 고르라고 한다면, 단언 조범팔이다.

  사실 이 인물은 '부산행'의 '노숙자'랑 비슷한 포지션인 줄 알았다. 왜 살아있는 거야?로 시작해서 희생하며 죽음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절대 안 죽음 ㅋㅋㅋㅋ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조범팔 있으니까 안 죽겠네'라고 생각할 정도 ㅋㅋ

  우스운 역할을 소화하면서 양반과 혜원 조 씨에 대한 풍자적 요소로도 활용된 인물이지만, 결국 드라마 내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우뚝 섰다. 어영부영, 우물쭈물하면서 자신의 생각은 없고 옆에서 일러주는 사람이 없으면 행동하지 못하던 조범팔. 그가 자신의 선택으로 세자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가장 입체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옳지 않은 권력을 탐내는 자들의 말로는 조학주와 중전의 모습에서 충분히 보여주었지만, 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또한 조범팔이었다. 그들과의 차이는 역병에 걸린 백성들의 모습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였다. 처음에 조범팔은 그들과 다르지 않았지만, 서비와 함께 다니면서 백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서비는 역병의 원인을 알아내는 중요한 캐릭터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드라마 내에서 가장 강인한 역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되, 자신의 것이 아닌 일을 탐내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생사초의 비밀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강인하다는 것은,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장면이 서비가 조학주를 살려내는 장면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악랄한 조학주를 살린 이유는 단 하나다. 이 역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조학주와 이의 대립관계를 알고 있기에, 정치적인 갈등에 흔들릴 법도 한데. 그녀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이를 '사람'으로 인식한다. 앞에 누워있는 환자를 살리는 것만이 그녀의 목표인 것이다. '의녀'라는 직업에 너무나 잘 맞는 인물이 아닌가. 서비를 보면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서비와 다니며 조범팔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자신의 벼슬이 갖는 의미와 그 무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서비가 조범팔을 가르치고 비록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서는 가장 완벽한 조합이었다고 생각한다.




  킹덤은 단순히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2020년에도 역병이 돌고 있다. 오해하지 마라, 내가 말하는 건 코로나가 아니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국민들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날조와 선동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자 한다. 그 눈가림에 속아 국민들은 아주 오랫동안 아파야 했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습니다."
"보세요, 저는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중전, 계비 조 씨는 말한다. 자신이 탐할 수 없다면 누구도 가질 수 없다고. 그것은 권력을 목적으로 생각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어쩌면 지도자의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그래서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권력을 쥐고도 올바르게 행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날조와 선동. 이게 중전이 만든 파국과 다른 게 무엇인가. 어떤 권력자들은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을 남도 갖지 못하게 할 속셈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물결을 일으켜 선동질을 한다. 그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그들은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퍼트리며 자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강요한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나조차도 그들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의심하고 진실을 알고자 파고드려 한다면, 그들에게 멍청하게 휘둘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이제 더 이상 속고 싶지 않다.

  킹덤에서 이은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굶주리는 백성들, 권력 다툼에 희생되는 백성들을 보며 그는 뉘우치고 반성한다. 자신의 자리에 대한 무게를 깨닫고, 오롯이 백성을 위한 지도자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온전히 국민의 삶을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지도자는 없다. 다만 창과 같은 지도자를 만드는 방법은 있다.

  나부터 이야기하고, 요구하는 백성이 되면 된다. 그렇게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를 만들어가면 된다.


생사초 떡밥 해석
감상평


  시즌 1은 진작에 보고 시즌 2를 오매불망 기다리긴 했으나, 막상 나오니까 안 보게 되는 인간의 심리.

아껴 먹는다는 마음으로 시즌 2가 나오자마자 1화만 보고 멈췄다. 그러나 스포의 위험이 주변에서 도사리고 있었고, 후기도 좋아서 매일 한 편만 본다는 마음으로 2화를 보았던 게, 그만 정주행 해버렸다.


  시즌 2가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난 후에는 생사초에 대한 비밀을 풀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이 충은 찬 성질을 좋아하지만, 열을 가하자 폭주했습니다."

  개인적인 궁예를 해보자면 서비의 대사가 아주 중요한 힌트 같다. 생사초는 아주 추운 곳에서만 자라는 식물이다. 그 식물의 잎 뒤에 달려있는 하얀 알, 즉 기생충이 몸에 들어오면 죽은 사람의 뇌로 가서 그 사람을 조종하는 것이다. 생사초로 죽은 사람을 살려내면 그 사람은 괴물이 된다. 숙주라고 할 수 있는 괴물에게 물린 자는 전염되지 않고 죽는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죽어서 시체가 되면 몸이 차가워진다.

결국 이 기생충은 사람을 죽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찬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이 죽어서 시체가 된 몸에서 사는 게 목적인 것이다.

  그런데 기생충이 서식하고 있는 몸을 끓여 먹은 사람들은 전염성 있는 괴물이 되었다.

  뜨거운 열을 가하면서 기생충 자체는 죽었다. 그런데 이 기생충이 죽으면서 알을 깐 것이다. 바퀴벌레도 죽을 때 알을 낳는다고 하는 것처럼, 이 기생충도 죽으면서 알을 깠다. 문제는 이 알이 열에 버티면서 돌연변이가 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번식력이 강해졌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람 몸에 들어가 이 몸을 죽게 만든 후, 뇌로 가서 다시 번식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뜯어먹게 하는 것이다.


  어린 왕의 경우, 알이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변이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변이 된 알이 움직이기 위한 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7년 동안은 잠잠했던 것이고. 인간의 신체가 일정 이상 발달해야만 기생충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이 든다.


시즌 3 은 또 어떻게 기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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