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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Apr 21. 2020

나는 돌아가지 않아,
컨트리 로드.

스튜디오 지브리 넷플릭스 [귀를 기울이면] 리뷰 


<귀를 기울이면> 줄거리

학교보다 도서관을 더 좋아하는 중학교 3학년생 시즈쿠.

방학 동안에 책 20권을 읽겠다는 목표로 매일매일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시즈쿠가 빌리는 모든 책의 독서카드에는 꼭 '세이지'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시즈쿠는 늘 자신보다 먼저 책을 읽는 세이지라는 사람에게 알 수 없는 설렘과 호기심을 느끼는데...



감상평 - 나는 돌아가지 않아, 컨트리 로드

  사람들은 첫사랑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오히려 그저그런 유년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욱 좋았다.

  영화 내내 나오는 컨트리 로드는, 원래 가사를 각색해서 일본어 버전으로 불렀다는 점에서 미친 감성 폭발. 일본은 확실히 남의 걸 갖다가 일본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는데에 소질이 있는 듯. 원래 컨트리 로드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내용의 가사인데, 그것을 '돌아가지 않는다'고 표현하면서 영화의 내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오히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더라도 나는 가지 않는다는 가사에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청춘을 뒤돌아보는 기분을 느꼈다. 청춘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씁쓸함과,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설렘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냥 보고 있다보면 어느 새 영화가 끝나버리는, 정말 청춘 같이 아쉬운 미소가 남는 작품.

  주인공인 시즈쿠의 모습에서 나의 학생시절을 문득 떠올리게 됐다.

  좋아하는 사람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나도 무언가에 미치게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진로를 걱정하는 모습.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해 무언가를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 그것이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되어가는 오묘하고도 기분 좋은 감정선을 잘 캐치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자전거는 시즈쿠의 감정을 자극하는 매개체와도 같다.

  '일본 감성'하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게 바로 자전거다. 그런데 이 자전거를 단순 감성용으로 소비한 게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소녀 옆으로 자전거를 탄 상대방이 지나가는 모습을 통해,




"주변인은 모두 앞서가는데,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

  하는 불안함과 걱정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결국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고 성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힘겨운 언덕길을 오를 때 함께 페달을 밟고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결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결국 제목의 의미는 내 마음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막막하기만 한 미래도 걸어갈 용기가 생긴다는 뜻. 중학교 3학년을 끝내며, 또 다른 인생의 시작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말하는대로-처진달팽이)

  뻔하지만 아름다운 감정들,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라서 좋았다.


감상포인트

1. 일본 시골 풍경과 옛날 감성들을 좋아한다면 추천

2. 진로와 미래에 대해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

3. 첫사랑 조작물



전체 평점

★★★★☆(4.5 / 5)

  이제부터 넷플릭스에 올라온 지브리 작품들 시리즈로 묶어서 리뷰하려고 한다.

  그래서 첫 번째 타자로 뭘 볼까 고민하다가 틀게 된 영화. 사실 뭐 내용은 딱히 관심 없었고 '도서관'이라는 단어만 보고 무작정 틀었음. 일을 쉬어도 숨길 수 없는 직업병... 젠장.

  이거 알고 보니 첫사랑물로 유명하데...없던 첫사랑도 만들어주는 영화라며 소문이 자자ㅋㅋㅋㅋ그런데 영화를 보면 왜 그런지 알 것 같음. 물론 첫사랑이나 유년 시절 짝사랑 이야기는 차고 넘치지만, 상대방의 노력하는 모습이 빛나고 아름답기에 좋아하게 된다는 투명한 설렘은 오랜만이었다.


  고즈넉한 시골마을에 잔잔한 감성을 살짝 얹어 완성시킨 영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성을 가득가득 담은 한 여름의 선물 같은 느낌이랄까. 투명하고 맑은 감정들을 언덕길과 대비시켜 감정의 굴곡이 도드라진다. 단순한 그림체에도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 말투 덕분에 감정이 더 빛나 보인다.







  그냥저냥 보려고 틀었는데, 의외로 여운이 많이 남는다.

  특별한 영화도 아니고, 뇌나 마음에 부담이 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담백하고 깊이있는 감정들 덕분에 소화가 잘 되는 영화랄까. 무언가 찾을 필요도 없고,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그냥 그 자체로도 빛난다는 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컨트리 로드는 특히 감명 깊다.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컨트리 로드."

  나는 이제 새롭게 걸어갈 길이 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노래로 풀어서 쓴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지브리 영화 중에 의외의 보석을 찾아서 기분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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