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서출판 야자수 Sep 01. 2024

질문생활의 컨디션 관리 3

생생한 몰입

여기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플란다스의 개는 만화를 봐서 익숙한데, 뉘른베르크 스토브는 애 초등학교 때 우연히 봤다. 둘다 '마리 루이 드 라라메'라는 작가가 쓴 거라서 같은 책에 묶여 있었다. 네로와 아우구스트 모두 미술을 좋아했고 가난하지만 꿈이 있었다. 둘이 여러 모로 비슷한데 결말만 반대다. 네로도 절대 게으르거나 불평만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열심히 공모전을 준비했고 우유배달도 착실히 했다. 곁에 할아버지, 여자친구, 개도 있었다. 오히려 아우구스트는 철모르는 동생들 밖에 없었고, 집을 나온 이후로는 혼자였다. 


작가는 재능있는 두 소년의 운명을 어디서 갈랐을까? 표면상으로는 도와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이 차이점이다. 그런데 그것은 결말이고, 네로도 하루만 더 살았으면 해피엔딩이었다. 네로가 지갑을 찾아 준 동네 부자랑, 네로의 작품이 심사에서 빠진 것을 발견한 화가가 네로가 죽은 다음 날 도착했다. 아우구스트도 위험한 순간들을 많이 만났지만 왕을 만날 때까지 살아남았다. 네로는 왜 버티지 못했을까? 


아...그랬다! 너무 오래돼서 그런 디테일까지는 기억이 안났었는데, 성당에서 천을 덮어놓고 돈 내는 사람한테만 보여주고 있던 거였다. 네로는 그 그림을 본 적이 없다. 그냥, 루벤스라는 유명한 사람이 그린 그림이다~, 나도 성공해서 저렇게 돼야지~, 그렇게 미술대회 입상만을 희망으로 인내하고 또 인내했는데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컨디션이 무너졌다.



반면 아우구스트는 난로로 불도 쬐면서 항상 대화를 한다. 



위대한 화가 되기, 그러려면 일단 미술대회 입상하기...이런 식으로 관념적이거나 외형적인 목표만 바라보면 사람이 지쳐서 실패했을 때 회복탄력성이 떨어진다. 유치하지만 생생하게! 자기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컨디션을 강하게 붙들어 줄 것이다.

이전 15화 질문생활의 컨디션 관리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