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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선택된 사람들

The chosen ones

by 도서출판 야자수

어두운 방.

한 사람이 바닥에 누워서 눈을 뜬다. 사방이 깜깜하다. 그나마 한쪽에서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출입문 위에 뚫린 작은 구멍이었다. 밖을 보려고 몸을 기울이면서 손이 문짝에 살짝 닿는다.

“으악!”

문짝이 더럽고 끈적했다. 손을 위로 들어서 빛에 비춰본다.


‘피?’


놀라서 두리번 거린다.

어둠에 조금 적응된 눈에 연장들이 들어왔다.

차마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방구석에 주저 앉는다.


이때 벽 한쪽에서 스크린이 켜진다.

화면은 6개의 방을 비추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본인이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화면 속의 사람들은 엉거주춤하게 서거나 앉은 상태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당신들은 직업 대표로 이 자리에 선발되었습니다.

자, 의자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스크린의 맞은 편 벽에 의자가 있었다.

“게임을 룰에 따라 마치면 살려보내 드리겠습니다.”


‘살려보내 준다고?’


그것은 당연히, 죽일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기에, 사람들은 재빨리 의자에 앉는다.

모두 착석하자 화면은 6개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순간 놀란 듯 보였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스크린 화면이 바뀌면서 직쏘 가면을 쓴 사람이 등장한다.


직쏘는 자기가 가상자산 투자자라고 했다 — 이런저런 코인을 샀다가 투자금 전액인 1천만원을 날렸다, 정신을 차리고 비트코인에 3천만원을 넣었는데 비트코인 ETF 사태를 맞았다, 거래소가 파산을 선고해서 비트코인은 구경도 못했다.

모두들 귀를 의심했다.


‘4천만원이라고?

4억이나 40억이 아니고?’


그는 지극히 일반적인 투자자였다. 손실을 메꾸기 위해 회사 공금에 손을 대지도 않았고, 좌절감에 알콜 중독에 빠진 것도 아니다. 카드 빚은 조금 있지만 그럭저럭 갚아나가고 있다고 했다.


“지인 중에는 코인에 물려서 자살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저도 말로만 들은 거니까요.”


...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를 투자했습니다. 그들을 세상을 욕하지만, 누군가에게 책임을 따지겠다는 생각도 안합니다. 어차피 그 정도의 돈으로 뭘 할 수 있었겠나~ 주머니에 있어봤자 부족하기만 했던 돈을, 혹시 모를 대박을 향해 스스로 던진 것이니까요.”


…?


“나는 이게 더 화가 나!”

그가 말했다.

“우리들이 만만한 먹잇감이라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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