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자전적 치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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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야자수 (상)을 쓴 지 5년이 지났다. 그런 걸 써놓았다는 것도 잊은 채 바쁜 나날을 보내던 야자수는
문득 still 야자수에 대한 영감이 떠올라 소설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still 야자수 (하)
치매 진단을 받은 야자수는 외동딸 용용이를 불렀다.
"엄마야, 이게 웬일이야, 이게 웬일이래요. 정신줄을 꼭 잡으려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해요. 엄마는 예전부터도 워낙 깜빡거려서 치매로 보이는 적이 많았으니까...오히려 큰 차이 없이 쭉~갈 수도 있어."
야자수의 태도는 침착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나는 법륜스님 덕분에 부처님 법 만나서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았으니 아쉬움이 없단다. 전부터 혹시라도 치매에 걸리면 자전적 치매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때가 온 것 같아. 치매 상태에서 쓴 소설은 뇌구조, 언어기능의 변화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어쩌면 새로운 문학장르를 개척할 지도 모르지. 그 소설이 완성될 쯤에는 내가 내 소설을 읽고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나는 괜찮다. 사람들이 꼭 자기가 먹으려고만 사과를 심는다면, 사과나무가 없지 않겠니? 다만...이제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치기 어려운 것이 문제로구나."
"내일부터는 니가 옆에 꼭 붙어서 내가 구술하는 것을 한 자도 빼먹지 말고 받아적어 주렴."
"엄마 녹음 기능이 잘 나와서, 컴퓨터나 핸드폰에 말만 하면 글로 타이핑이 됩니다. 제가 알려 드릴게요. 자 여기를 이렇게"
"이 녀석이! 치매에 걸렸는데 그걸 켜서 사용할 수 있겠냐! 혹시 외동딸이니 내 재산이 당연히 너에게 갈꺼라고 생각하는 게야?"
야자수는 격노했다.
"죗~송합니다. 제가 당장은 하루 종일 붙어있기 어려우니 간병인을 보내서 매일 녹음하시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저녁마다 녹음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고 내용을 정리하여 세상에 알리는데 힘쓰겠습니다."
"알았다. 일단 그렇게 하도록 하자."
그렇게 야자수는 녹음을 했고 용용이에게 파일을 전달했다.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왜 주는지 모르게 되었다. 마침내...
누구에게 주는지 조차도ㅠㅠ
그래도 그녀는 녹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용용이는 엄마가 급히 찾는다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내 녹음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구나."
치매 환자들이 가끔 정신이 돌아온다는 그 순간이 야자수에게 온 것이었다.
"녹음이요? 그게..."
"그동안 녹음 파일을 들어보지도 않았구나. 내 너를 믿어도 되는지 확인키 위해 그동안 치매가 진행되는 것처럼 행동했거늘. 혹여 내가 진짜 치매가 되면 니가 어떻게 나올 지 알고도 남음이구나."
"이제 막 정리하려던 참이었급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미덥지가 않구나. 도매니저를 불러야겠다."
도매니저. 그녀는 야자수의 쓰지도 않은 소설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격려해 주던 절친이었다. 늘 계획을 세우되, 그걸 시작하기도 전에 또 다른 계획을 세우는 ENTP 야자수와 달리, 도매니저는 실행력과 추진력이 뛰어난 ENTJ였다. 도매니저는 야자수가 마무리를 몇 걸음 남겨놓고 스스로 무너지곤 하는 모습을 늘 안타까와 했다. '도매니저'라는 이름은 천송이의 도민준 매니저처럼 야자수를 성공한 작가로 만들어주겠다는 의미로 지은 둘 사이의 암호 같은 것이었다. 야자수의 첫 미국 출판이었던 Crypto President 뒤에도 도매니저가 있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 작품의 성공으로 야자수는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도매니저는 퇴직 후 '도서출판 야자수' 대표로서 야자수 컨텐츠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당장 도매니저에게 전화하거라! 어서!"
용용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핑도는 눈물을 훔쳤다.
'도매니저 이모는 이미 3년 전 세상을 뜨셨잖아요.'
#스틸엘리스 #격노 #치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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