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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쟌트 Nov 29. 2021

[D+8] 아가의 수술

아가의 수술 예정일이 되었다. 8시 수술 예정이여서 7시반 까지 오라는 병원의 연락을 받았다. 수술 전 그리고 수술 후 면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직 출산 휴가중이여서 오늘도 휴가중인 나는 일어나자마자 준비를 하고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지만 가는 길이 꽤나 무겁게 느껴졌다. 이제 막 태어난지 일주일 정도 된 아가에게 각종 바늘을 몸에 꽂고 수술을 한다는게 마음이 꽤나 쓰였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짜꿍이를 보았다. 오늘 수술예정일이기 때문에 어제 하루 금식을 해서인지 괜히 얼굴이 헬쑥해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 분의 말도 기분이 약간 언짢은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미 수액을 맞기 위해 동전만한 손에 바늘을 꽂고 칭얼거리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안쓰러웠다. 코로나때문에 다인입장이 불가해, 나혼자 병원에 가게되었는데 오기전 아내가 사진을 많이 찍어오라고 했다. 하지만 수술 전 면회에서 너무 안쓰러운 아가의 모습을 보니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할것 같았다. 몇 장안되는 사진을 찍고, 아가는 알아듣지 못할 당부의 말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수술실 앞에서 대기했다.


짧으면 30분, 길면 2시간이라는 수술일정이라고 말을 들었다. 수술이 끝나면 문자가 도착한다고 했다. 보통의 대학병원들은 수술실앞에 상황판 같은게 있었는데, 이 곳은 그런게 없었다.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잘 될꺼야' 라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한대 뒤섞여 복잡한 심정이었다. 이 때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와서 '다 잘될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양가 부모님도 모두 함께 걱정과 격려를 같이해주셔서 감사했다. 너무 생각에 집중하니 오히려 더 심란한거 같아, 스마트폰으로 평소에는 즐기지 않는 퍼즐게임 하나를 내려받고 그냥 퍼즐에 집중했다. 생각을 비우기위해, 너무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수술실 앞에서 여러교수님들이 나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한 분의 이야기가 참으로 마음에 걸렸다. 이미 뇌사 직전의 상황인것 같았는데 보호자가 눈물도 흘리지 않고, 울먹이지도 않으며 덤덤해하는 표정. 그 표정이 나는 너무 슬퍼보였다. 아마도 지병이 길게 지속된 분의 보호자가 아닐까 싶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분을 보며 '그래도 짜꿍이는 저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아'라고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1시간 20분쯤 지난 시각. 전화가 한통왔다. 수술이 끝났고, 소아외과 외래진료실로 가서 교수님 면담을 하면 된다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소아외과 진료실로 달려갔다. 면담을 하러 왔다고 하니, 아직 교수님께서 수술방에서 내려오지 않으셨다고 했다. 며칠전 방문했던 소아청소년과 옆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짜꿍이와 비슷한 생후 한달도 안되는 아기부터 초등학생은 되 보이는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각자 저마다 어디가 아파서 왔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큰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30여분을 기다리고 나서, 교수님을 뵐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 '수술이 잘 끝났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셨다. 그러고 나선 핸드폰으로 찍은 수술부위를 보여주셨다. 보자마자 너무 좋았다. 너무나 깔끔하게 배꼽모양이 있었다. 그냥 보통의 아가들과 거의 똑같아서 사실 구분하기 힘들정도였다. 이후 제거한 탯줄 및 조직에 대한 사진도 보여주셨다. 탈장으로 의심되던 부분은 형성자체가 외부에서 작게 이루어진 장일 수 있을거 같다고 하셨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직검사를 보낸다고도 하셨다. 다행히 내부의 장과 연결된 부분은 없기 때문에 같이 절제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부 장기에는 손을 대지 않고 제거한 후 복부부분을 잘 묶어주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성장과정에서도 다른 선천성 이상이 없는 경우 특별히 더 외래를 다니거나 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셨다. 교수님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수술이었고 아이가 잘 견뎌주었다고 했다. 면담을 마치며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면담 후 수술을 마친 짜꿍이를 보러 다시 NICU에 갔다. 아직 마취가 덜 깨었는지 약간은 피곤한 얼굴로 아빠를 맞이했다. 그래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상태에서 아가를 만나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어려웠지만 잘 견뎌준 짜꿍이한테도 너무 고마웠다. 이제 곧 회복하여 빨리 퇴원해 집에서 같이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가 얼른 지나가서 평범한 육아를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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