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를 입원 시키며..
바꾼 예약일인 오늘 시간에 맞춰 가기위해 준비했다.
3시간 간격인 수유텀에 딱 걸리는 외래진료시간이여서 마음이 불안했다.
아직 수유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고, 기저귀한번 제대로 갈지 못한 초보아빠라는 사실이 긴장감을 더 크게 만들었다. 유투브와 현재 입원해있는 간호사님들의 도움으로 속성으로 분유 타는법, 먹이는 법, 자세, 기저귀 갈기에 대해 배웠다. 수술 후 아직 회복이 온전치 않은 아내와 함께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 혼자 짜꿍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가야했다.
운전하고 카시트에 태우는건 위험한거 같아, 택시를 불러 탔다. 바구니 카시트에 태운채로 끌어안고, 대학병원으로 가는 7km 남짓한 길이 오늘은 유난히 울퉁불퉁해보였다. 택시기사님은 나름 천천히 운전한다고 하시는 것 같았는데, 일주일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느끼는 길의 평탄함이 다른건 짜꿍이 때문이 일 것이다.
다행히도 울지않고 잘 자면서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한 병원에서 갓난아이를 혼자 데려온 남자가 버거워 보였는지 모두가 친절히 안내해주셨다. 시간에 맞게 도착한 그곳에서 아직 출생신고를 하지못한 아이의 이름을 대신해 엄마의 이름을 앞에 붙여 'OOO아기'라는 이름을 갖고 진찰등록증을 발급받았다.
그렇게 도착한 소아청소년과는 정말 사람이 엄청 많았다. 다들 저만의 사연을 갖고, 한 손에는 진료의로서를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진찰대기실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료하시는 교수님 덕에 내차례는 금방 돌아왔다. 그런데 빠르게 진찰을 하시던 교수님도 짜꿍이의 배꼽 상태를 이리저리 보시더니 '입원해서 검사 후에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을 했다. 오기 전 마음의 준비는 약간하고 있었어서 크게 놀래지는 않았다. '이게 뭘까요?'라고 물을 내 질문에는 '정확히 검사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별거 아닌것 같습니다. 너무 큰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답변을 하셨다. 무언가 더 많이 물어보고 싶었는데, 어차피 돌아올 대답은 '검사결과가 나와봐야' 가 반복될 것 같아 질문을 덧 붙이진 않았다. 진료할 때까지 다행히도 짜꿍이는 새근새근 아주 잘 자면서 아빠를 도와줬다.
진료를 마치자 마자 짜꿍이도 알았는지, 울기시작했다. 정말 초보 아빠의 당혹스러움은 컸지만, 아내가 이야기한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를 되새기며 찬찬히 하나씩 해보려고 했다. 우선 눕혀 놓고 기저귀를 확인한다. 혹시 대변이 있는지, 소변을 봤는지.. 아닌데? .. 음 그래도 모르니 한번 기저귀를 갈아보자.. 그리고 시계를 보니 수유시간에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병원에서 갖고온 끓였다 식힌물과 분유를 준비했다. 용량에 맞게 분유를 탔는데 너무 뜨거웠다. 실온에 식히는 동안 짜꿍이도 계속 울며 보챘다. 그나마 다행인건 복식호흡하며 울지 않고 '뿌앵'우는 스타일이라 아주 시끄럽지 않았다. 주변에는 폐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나만의 생각일지도...) 그래도 소아청소년과 근처여서 그런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를 응원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실온에 어느정도 식힌 분유를 오전에 배운대로 먹이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진땀 나는 일이었다. 병원에 공기가 마치 사우나의 온도처럼 무섭게 올라가는 것 같았다. 한 30여분간 이렇게 짜꿍이를 관찰하고 케어한 뒤, 간호사가 안내해 준대로 입원 수속을 밟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기만 하던 NICU를 우리 짜꿍이가 가게 되다니... 너무 슬펐다. 하지만 괜히 입원하자는 말을 하지 않을거였기 때문에 의료진의 판단을 따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맡기러간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와 주치의에게 이런저런 안내사항을 들었다. 그리고 입원해있는 짜꿍이를 면회하고 다시 아내가 있는 산부인과로 돌아왔다. 3키로 밖에 아되는 생후 4일차 조그마한 몸에 바이탈 사인을 붙여놓은 모습이 그저 안타까웠다. 내 아이보다 훨씬 심각한 아이들도 옆에 있는 것들을 봤는데 모두가 정말 건강했으면 하고 바랐다.
아빠가 된지 4일만에 너무 큰 일을 맞이했다. 세상이 또 나에게 잘 이겨내라고 미션을 던져줫나보다. 정말 짜꿍이가 별일 없이 슥~ 하고 건강하게 퇴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