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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08. 2015

2. 몽상의 끝

<무의미미의무의미무> 두 번째 밤.


“이걸 몽상의 끝이라고 하지. 모든 꿈은 언젠가는 끝납니다. 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도 없어요. 이 무지몽매한 자들, 그걸 모른단 말이오?”


그들은 자신들을 두렵게 하는 것이(적처럼 죽일 수 있게) 자기 앞에 있는 것도, (비밀경찰이 간파할지도 모르는 함정처럼) 저 아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형체가 없는, 설명할 길 없는, 잡을 수 없는, 처벌할 수 없는, 심술궂게 불가사의한 어떤 위협으로 저 위 어딘가에 있기에 더더욱 혼란스럽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몇 사람은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의자에서 일어선다.


- 무의미의 축제 93p, 밀란 쿤데라 -


@성수동 자그마치(Zagmachi)


 가끔씩 아주 가끔씩 원인모를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그럴 때면 숨이 가빠져 심호흡을 내뱉곤 하는데 요즘 멈칫하는 순간이 늘어 걱정이다. 옛말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체력부터 기르라 하였다. 공감. 졸업을 앞두고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나의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지금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 전시가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렇게 커다란 문제랄 것도 없지만)



@세운상가 옆 대림상가


 잠시 지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우리에겐 세운상가와 성수동이라는 크게 두 가지 장소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성수동을 잠시 마음 한 구석에 내려놓고 세운상가에 집중하기로 했다. 토탈미술관에 계신 신보슬 큐레이터님과 함께 우리들을 지도해 주시는 김도균 교수님, (KDK 작가님) 께서 세운상가 4층에 아주 작은 공간을 마련해 주시기로 하셨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많이 입주하고 있기도 하고 대한민국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였던 세운, 대림, 삼풍, 진양 상가는 지금도 그 자리 그대로 옛날 모습이 곳곳에 간직되어 있는 곳이다. 많은 변화의 시도가 있었던 것 같지만 아직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운전자상가 4층, 우리의 전시가 이루어질 작은 공간 (지금은 그냥 창고로 쓰이고 있다. 생각보다 작았던 첫 인상)


 장소가 확정되자 제일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전시 방법에 대한 고민과 순서  정하기였다. 7명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만들게 된 프로젝트 이기도 하지만 예비 작가로서 개개인의 작업 성향 또한 지켜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7명이 하나가 되어 팀이 되었을 때와 그 7명이 개개인이 되었을 때 모두를 만족시키는 팀의 성격을 포용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 필요했다. 



@무의미의 축제를 읽고 있는 여섯 번 째 무의미, 한빛


 그때 우연히도 우리 멤버 중 한 명인 빛이가 들고 있던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프로젝트의 큰 제목이자 이러한 기록들을 남기게 영감을 준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라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만 딱 봤을 뿐인데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 뒤에 적힌 내용이(첫 번째 기록 맨 처음 글) 우리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성수동 자그마치, 열심히 작업중인 사람들


 예술이라는 막연한 것을 처음  대면할 때도 그랬고 작업을 하고자 하는 순간에도 항상 의미와 무의미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 경계에서 바라보는 삶은 무엇일까, 경계가 있다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다만 그것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해 볼 뿐이다. (어쩌면 그런 행위들, 저마다의 해답을 구하면서 점점 삶에 무뎌지는 것이 어른이 되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무의미 지은이 당첨. (추첨은 김도균 a.k.a KDK 교수님.) 


 내친김에 전시 순서까지 정하기로 마음먹은 우리는 주사위를 굴릴까, 사다리를 탈까, 제비를 뽑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한참 하다가 결국 종이에 이름을 적어 교수님께 제비를 뽑아달라고 부탁드렸다. 1등과 맨 마지막 순서를 남겨두고 2,3,4,5,6 순서를 정하기로. 영국에 다녀올 여진이를 배려해 순서를 맨 뒤쪽으로 남겨두고 시작된 제비 뽑기. 긴장감, 설렘, 미묘한 감정이 육체를 지배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다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걸 보니 즐거워 보였다. 첫 번째 타자가 정해지기 전까진 말이다. 7명이 일주일씩 맡아 릴레이 식으로 하게 된 전시의 순서는 이렇다.  


1. 이지은  /  2015년 10월 20일(화) ~ 10월 26일(월) 

2. 김금보  /  2015년 10월 27일(화) ~ 11월 02일(월)

3. 김다운  /  2015년 11월 03일(화) ~ 11월 09일(월)

4. 최인호  /  2015년 11월 10일(화) ~ 11월 16일(월)

5. 이재준  /  2015년 11월 17일(화) ~ 11월 23일(월)

6. 장한빛  /  2015년 11월 24일(화) ~ 11월 30일(월)

7. 전여진  /  2015년 12월 01일(화) ~ 12월 07일(월)


매주 일요일은 세운상가 자체가 문을 닫기 때문에 휴일이고,  

화,수,목,금,토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까지. 마지막 월요일은 오전 12시 까지만 방문 가능하다.





잠시 촉박한 일정에 불안해하는 지은이 때문에 분위기가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주사위는 이미 굴려진 후였다. 불가사의한, 보이지 않는, 형체가 없는, 어떤 위협들이 우릴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무사히 지나기를  저마다의 안식처에서 바라보고 있기를. 몽상의 끝에서 스스로 잠식하지 않기를. 그래도 다들 열심히 준비 중!





                                                            알려드립니다. 


에코백 샘플 제작중 (가로 37cm x 세로 42cm x 끈 29cm 예정)


<무의미의미무미의무> 에코백 샘플 제작 중


우리의 전시 프로젝트를 보고, 같이 커뮤니티 디자인 수업을 듣는 은주가 에코백을 제작해보면 안 되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마지막 전시가 될지도 모르고 다 같이 무엇인가 만드는 과정을 추억으로라도 기억하고 싶어 흔쾌히 오케이! 모든 제작 과정은 광고를 전공하고 있는 심은주 양에게 위임하고 나는 악덕 투자가를 담당하기로 했다. 소량 제작이라 직접 실크스크린으로 만들 예정이고, 50개 한정으로 에디션 넘버를 새겨 판매할 예정이다. 

절찬리 판매 중. 가격은 아직 샘플이 나오지 않아서 미정인데 만원에서 이만 원 사이로 책정되지 않을까 싶다. 

번호  1번부터 7번 까지는 벌써  예약되었다. ^^







이번 프로젝트 전시의 로고.


이 글은 서울예술대학교 학사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사진전공 졸업생 6명과 실내 디자인 전공 졸업생 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 전시 과정을 기록하기 위한 노트입니다. 시각 예술을 공부하며 조금 더 우리가 하는 일들을, 삶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투른 글을 남깁니다. 두 번째 기록. 끝.  (사진/글 이재준)



매주 수요일 발행하려고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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