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미무미의무> 여섯 번째 밤.
-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
농담 반 진담 반 '헬' 조선이라 불리는 지금 한 개인이 일익을 담당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그것도 남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특히 내가 잘하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경우에는 정말로 잘 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임을 점점 실감하게 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알맞게.
매번 전시를 준비하고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거지만 사소한 것들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가령, 긴 자를 대고 종이를 자르는데 칼이 제멋대로 움직인다던가 망치로 못을 때리는데 헛 손질을 하여 벽에 흠짓을 내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수평 수직은 왜 그렇게 맞추기가 어려운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그런 사소한 것들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이다 보면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성취감을 안겨준다.
서툰 과정들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은 결국 나에게 남아 좋은 자산으로 남는다. 예전에 영화 <역린>을 보다 인상 깊어 적어둔 글인데 너무 좋아서 공유하고자 한다. 중용 23장에 적힌 글. (원문 보다는 영화 대사가 좀 더 쉽게 읽혀 그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베어 나오고 겉에 베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혀지고
밝혀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판매된 작품을 어떻게 하면 정성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금보와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묵묵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 보이는 다운이를 보면서 조금은 나를 반성하기도 했다. (나는 디테일에 매우 무지몽매함..) 내 전시 날도 곧 다가오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한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신경이 곤두서 있었을 텐데 말이다.
작은 일이지만 함께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건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된다. 든든하기도 하고, 심심하지도 않으니 그저 감사하다. 우리를 도와주시는 김도균 교수님께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수업을 끝내시고 되도록 빠르게 달려와주시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교수님의 노하우를 많이 배우기도 하고 ^^ 현장에서 배우는 것들이 확실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전시 디피가 조금 빨리 끝난 덕분에, 여유 있게 길을 나섰다. 종로에 가면 자주 들르는 뚝배기집을 가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우렁된장으로 배를 채웠다. 다들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었다. 흐흐. 스타벅스에서는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직 11월인데, 캐럴이 흘러나오고 컵 색상도 빨간색으로 변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수다. 아 영원히 학생이고 싶어라. :)
월요일 끝. 퇴근!
월요일 오프닝 현장 스케치!
오늘은 그동안 못했던 유리창을 청소했다. 사실 유리를 닦자고 제안했던 나는 부끄럽게도 까먹고 있었는데..
역시나 페북지기 은주가 윈덱스와 신문지를 챙겨와 주었다. 감동. 제 7의 멤버 에이스임을 인정. 제대로 관리받는 느낌이다. ^^
이번 주는 글 대신 사진으로, 행복했던 순간들 :)
이 글은 서울예술대학교 학사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사진전공 졸업생 6명과 실내 디자인 전공 졸업생 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 전시 과정을 기록하기 위한 노트입니다. 시각 예술을 공부하며 조금 더 우리가 하는 일들을, 삶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투른 글을 남깁니다. 여섯 번째 기록. 끝. (사진/글 이재준)
글을 쓰면서 찾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기록하는 것.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 함께 하는 것. 꾸준히 하는 게 생겼다는 것.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사소한 것 들 바라보기.
매주 수요일 발행하려고 노력 중이나 목요일 새벽에 겨우 발행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