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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리만 제이 Sep 12. 2020

나는 한국인이다! 일본 종합상사맨이다!

자카르타에 서식 중인 한국산 미생의 하루

자카르타에 서식 중인 한국산 미생의 하루 (상사맨의 일상)


"Tomorrow hopes we have learned something from yesterday."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아지고,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생이다.

(존 웨인, 미국 배우)



"띠띠띠띠! 띠띠띠띠! (아이폰 벨소리)"


새벽 5시 45분, 어젯밤 출장자들과 마신 술이 덜 깨서 아직도 비몽사몽이다. 침대에서 책상까지의 2미터 거리가 만리장성보다 길게 느껴지지만,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책상에 앉아 PC를 켰다. 오늘은 자동차 모빌리티 사업본부의 전 주재원 화상회의가 있는 날이다. 상의는 대충 그럴싸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하의는 팬티 차림이다 (어차피 안 보이는 거)...


글로벌 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하니, 이미 30명 정도의 세계 각국의 주재원들이 접속해 있다. 일본 동경 본사는 아침 8시, 그나마 자카르타는 6시라 다행이다. 런던은 밤 12시, 뉴욕은 저녁 7시이다. 오늘의 회의 주제는 EV (Electric Vehicle). 각국 주재원들이 주재국의 EV 관련 규제와 관련 회사 정보를 주고받으며 비즈니스 기회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물론, 일본어로...


스미토모 상사의 회의에서는 직급은 상관없다.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야기하고, 거기에 Feedback을 하면서 국가를 넘어 협력할 방법을 간구한다. 오히려, 젊은 사원의 신선한 관점에서 나오는 의견을 존중한다. 임원의 의견에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바로 챌린지 한다.


"본부장님 의견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제 의견은 좀 다릅니다. 왜냐하면..."


건설적인 의견이 없어도, 문제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는 질문도 대환영이다. 회의에 참석해서, 한마디도 안 하는 직원은 회의에 참석할 의미가 없다고들 한다. 열띤 토론 끝에 회의는 7시 반에 끝났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매일 그렇듯 회사에서 가져온 A4 이면지를 반으로 접어, 스스로에게 던지는 한 마디의 다짐과, 매일매일 습관처럼 하는 루틴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세 칸으로 나누어,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간다. 이 순간이 손으로 글을 쓰는 유일한 순간이다. 모든 업무를 컴퓨터 자판과 모니터로 처리하지만, 매일 아침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를 스스로에게 되뇌며 작성하는 이 메모는 반드시 종이 위에 손으로 쓴다. 매일매일 스스로 서약서를 쓰는 기분으로...


나의 To-do list (Feat. 딸내미가 만들어 준 팔찌)


“To-do list”를 정리한 후에는 아이폰으로 "굿모닝 팝스(GMP)"의 팟캐스트를 틀어 놓고, 샤워를 한다.


"Plans are nothing, but Planning is everything."

"34대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한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겠지요?"


매일 아침에 듣는 역사상의 유명인사들이 후세에 건네는 명언에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된다. 잊기 전에 아이폰을 열어, 에버노트에 음성으로 메모를 한다. "언젠가 멋지게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영어와 인문학을 동시에...

세상이 참 좋아졌다. 중학교 2학년이던 88년에는 굿모닝팝스를 들으려고, 6시에 꼬박꼬박 일어나서 라디오를 틀었다. 사회 초년병 시절을 제외하고는 30년 가까이 거의 매일 굿모닝팝스로 아침을 시작한다. 내 습관 중에서 가장 오래된 습관이다. 그중에도 조승연 작가가 2018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진행했던 시기에는 영어 기본 표현만이 아니라, 어원과 거기에 관련한 인문학적 지식까지 함께 가르쳐 줘서 가장 좋아했던 시기다. 지금도 팟캐스트로 조승연 작가가 진행했던 시기의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지금까지 조승연이었습니다. Good Bye, Everyone"이라는 마지막 멘트가 끝날 때쯤, 샤워도 끝나고, 머리에 왁스도 바르고, 옷을 고를 준비를 한다.

 

출처: 내 옷장...


오늘은 무슨 Batik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을까... 오늘은 은행 CFO 와의 면담이 있으니, 검은색 긴팔을 입어야겠다. 2016년 4월에 자카르타에 부임한 후에 서구식 정장을 입은 날이 하루도 없다. 매일매일 Batik을 입는다. 반팔 긴팔 합해서 10벌 이상... 인도네시아에서는 서양식 정장보다, 반팔이라도 Batik을 더 격식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인과 같이 근무하고, 비즈니스 파트너와 면담하면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Batik이 필수다. 하지만, 내가 Batik을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반팔도 정장으로 인정해 줄뿐더러, 무엇보다 셔츠처럼 바지 안에 넣지 않고, 밖으로 빼서 입기 때문에 똥배 가리기에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격식을 차라고, 똥배는 가리고.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건 아닌 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내 운전수 Dani가 벌써 차문을 열고 반갑게 인사한다.  


"Selamat pagi (인도네시아로 굿모닝), Mr. Park!"

"Selamat pagi, Mas Dani. Tolong pergi ke bank B ya~(B은행으로 가줘)."

"Baik, Pak (Yes, sir)"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충분하지 않아, 대부분의 회사가 주재원과 주재원 가족에게 전용차량과 기사를 지원한다. 도로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끝도 없는 정체가 이어진다. 자카르타의 세계 최악의 정체는 이미 명물이 되어버렸다. 아파트에서 은행까지 직선거리로는 5킬로 밖에 되지 않는 거리지만, 정체 상황을 감안하면, 한 시간 전에 출발해도 불안하다. 2019년에 개통한 인도네시아 최초의 지하철 MRT 덕에 정체는 많이 개선됐지만, 평일에는 항상 홀짝제를 시행하고 있어, 차량 끝번호가 홀수인 내 차는 짝수일인 오늘 자카르타의 메인도로인 Sudirman 거리를 지날 수가 없어, 골목길과 샛길을 교묘하게 둘러 가야만 한다. 한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수십 년이나 늦게 도입된 지하철이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의 자랑거리가 된 MRT 프로젝트에서 우리 회사는 차량 수입을 담당했다. 그래서 우리 회사를 철도회사로 오해하는 인도네시아인도 있다.

 

차 옆으로는 Go-Jek, Grab 같은 오토바이 택시가 수도 없이 지나간다. 인도네시아 인에게 오토바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필수품으로, 애기 때부터 아빠와 엄마 사이에 끼여 탄다. 한 가족 4~5명이 조그마한 오토바이를 함께 타는 광경도 별로 놀랍지 않다. 학생들은 운전자 등에 노트를 펴고 숙제하는 서커스 같은 풍경도 종종 보게 된다.

 

수년 전부터 많은 자동차 오토바이 운전사들이 오토론 회사로부터 대출받아 구매한 차량으로 Go-Jek, Grab과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 (Ride Sharing)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소속한 자동차 모빌리티 사업부는 인도네시아에 25년 전부터 오토론 (자동차 오토바이 대출) 회사를 운영 중이다.


이제 Go-Jek과 Grab은 이동뿐만이 아니라, 음식 배달, 마사지 주문, E-Money 결제까지... 서민생활에 빼놓으래야 빼놓을 수 없는 기반이 되었다. Go-Pay, OVO, LinkAja... E-money 종류도 많고, 서로 할인경쟁도 심해, 인도네시아인들은 여러 E-Money를 다 가지고 다니며, 할인 혜택이 제일 큰 E-Money로 결제한다. 처음 자카르타에 부임한 2016년만 해도 세계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성인 인구의 불과 36% 만이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인도네시아 인들은 은행계좌의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E-Money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 중국인들이 구매력이 없어 비디오 플레이어를 구매하지 못하다가, 바로 DVD 플레이어로 넘어간 현상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창문을 열어 거리에 있는 광고판을 읽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Raisa라는 여가수가 육교 간판에 걸린 어느 E-Commerce 회사 광고에서 날 위해 환하게 웃고 있다. Raisa의 머리 위로는 "Bebas Ongkos Kirim!"이라고 적혀있다. 흠... bebas는 무슨 뜻이지? 바로 스마트폰의 Google 번역으로 검색해 본다. "free delivery fee”라는 뜻이군. Gratis 도 무료인데, Bebas 와는 어떻게 다른가?


“Mas Dani, Gratis dan Bebas, perbedaannya bagaimana?”

(Dani, gratis와 bebas는 어떻게 달라?”)


보통 운전수와는 목적지 외에 대화하지 않는 주재원들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내 운전수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첫 번째 이유는 하루 종일 같이 일 하는 운전수와 신뢰관계를 쌓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인도네시아어 연습을 위해서이다.


식당 메뉴, 길거리, 면담 간 파트너 기업 포스터에서도 모르는 인도네시아 단어가 있으면 무조건 Google 번역으로 검색하는 게 나의 습관이다. 신기한 것은 아시아의 언어인 인도네시아어의 어순과 문법이 서양 언어인 영어와 거의 비슷해, 영어를 인도네시아로, 인도네시아를 영어로 번역하면 거의 정확한 번역이 나온다. 그래서, 내 Google 검색 세팅도 한국어나 일본어가 아닌, 영어/인도네시아어, 인도네시아어/영어로 되어 있다. 새로 검색한 단어는 Evernote에 기록해 두고, 시간 될 때 한 번씩 쭉 훑어본다.




한 시간 전에 출발했는데, 면담 5분 전에 겨우 B은행에 도착했다. 가방을 엑스레이에 넣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초조하다. 자카르타는 거의 모든 건물 입구에 공항에서 사용하는 금속탐지 엑스레이가 설치되어 있고, 가방을 직접 열어 보여줘야 하지만, 모두 건성이다. 아마 진짜 폭탄을 넣은 가방을 들고 들어가도 그냥 통과할 거라는데 500원 건다!

보안용 엑스레이 비즈니스도 괜찮을 듯...


요즘 B은행이 가진 고객 네트워크 및 온라인 뱅킹시스템을 우리 회사가 가진 사업기반과 연계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기 위해 협의중이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CFO과 인도네시아의 경제상황, 자동차 업계 전망, 중미 무역마찰이 인도네시아에 미칠 영향, 나중에는 골프 이야기까지 폭넓은 주제의 대화를 나눈다. 여담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중국계 화교, 화인 인구가 80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전체 2억 6천만 명의 3%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각 재벌기업, 금융기관의 임원들, 부자들은 희한하게 대부분 중국계열이다. 어떻게 3%밖에 되지 않는 중국계 인도네시안들이 전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지는 오늘 저녁에 인터넷을 검색해 봐야겠다.




면담이 끝나니 11:30. 벌써 오전이 다 지나갔다. 해장이나 하고 회사에 가야겠다. 숙취로 힘들 때는 한국 식당 용대리의 해물된장찌개가 최고다. 용대리에 도착하니, 담빛 사장이 반갑게 웃으며 반겨준다.


“어제 또 술 드셨구나. 해물된장찌개지요? 잠시만 기다려요.”

"라면 사리는 서비스로 주는 거지? ㅋㅋ"

"당근이죠~!"

"(난 당근보다 라면사리를 원해~)"


여기 사장님인 담빛 씨는 한국에서 프로 치어리더로 활동하시던 유명인... 깔끔한 음식, 독특한 메뉴, 자카르타 최초 무료 노래방 제공, 금요일에는 라이브 바이올린 연주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로 개업 1년 만에 예약 잡기 힘든 유명 한식당이 되었다. 인도네시아의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Raisa가 오면 일하다가도 달려올 테니 전화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아직 Raisa 만 안 오네... 아시안 게임 때는 거의 한국 대표단 기숙사 식당처럼 쓰였고, 연예인들이 자카르타 공연 오면 꼭 들리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사업수완이 워낙 좋아서, 이젠 옆 건물에 마사지 가게도 오픈했다. 언젠가 자카르타 갑부가 될 거야...


용대리를 방문한 유명인들 사진 (출처: 담빛 사장님)


동경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한식 사정은 자카르타가 더 좋다. 일본에서는 한식당 = 야키니꾸야 (고깃집)이라, 메뉴가 천편일률적이어서,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 해도, 지하철 타고 30~40분을 타고, 신오쿠보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자카르타에는 개고기를 포함해 없는 한국음식이 없다. 인도네시아는 일본 기업에게도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 중의 하나이지만, 한국기업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 한때 인도네시아 거주 일본인은 2만 명, 한국인은 4만 명 가까이 있었는데, 최근 1~2년 사이 한국인 거주자가 대폭 줄었다고 한다. 일본인과 한국인 거주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인은 대부분 주재원과 그 가족이지만, 한국인은 주재원은 물론 여기서 사업하시는 교포분들이 많다는 것. 특히, 교포분들 중에는 이쑤시개, 나무젓가락, 가발 등 이른바 로테크 (Low Tech) 사업으로 준재벌이 되신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간혹 듣곤 한다.




해물된장찌개를 먹고 나니, 이제 좀 정신이 든다. 오후 2시에는 내가 CFO와 경영기획부장을 맡고 있는 중고차 보증회사의 임원회의가 있다. 우리 회사와 일본 최대의 중고차 보증회사, 그리고 인도네시아 최대 재벌회사가 합작으로 만든 인도네시아 최초의 중고차 보증회사이다. 그런데, 문제는 언어. 일본 파트너사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은 인도네시아어와 영어가 유창하지가 않고, 인도네시아 파트너사에서 파견된 임원도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 결국, 내가 일본어, 영어, 인도네시아를 모두 짬뽕으로 쓰면서 미팅을 주재해야 하고, 했던 말 언어 바꿔서 똑 같이 다시 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매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임원회의를 1시간 반 하고 나면, 입에서 단내가 나고 머릿속이 온갓 언어로 뒤죽박죽이다.  




회사 사무실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5시다. 퇴근시간은 5시 30분. 5시 40분만 돼도,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거의 퇴근하고 나 홀로 야근이 시작된다. 여기 와서 새삼 느끼는 거지만, 관리직이라 수당도 못 받는 야근 (일본어로는 "서비스 잔업"이라 부른다)을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하는 건, 한국인과 일본인뿐이 아닌 가 생각한다. 요즘은 한국도 야근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듣긴 했지만, 아무튼 매일 칼퇴근하는 인도네시아 직원들 눈에는 밤마다 대표이사님(President Director) 이 혼자 뭐하나 싶을 것 같다.  


하루 종일 메일을 확인 못 했더니, 수십 통의 메일이 “야! 나 좀 읽어줘!” 하고 덤벼든다. 우선, 심호흡을 한번 하고, 유튜브를 켜서, 보관함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100 곡"을 튼다. 일본 근무 시에는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동료랑 같은 책상을 쓰니 상상도 못 했지만, 여기서는 임원실이 있어서 음악을 들으면서 근무한다. 음악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클래식이나 재즈 혹은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데, 철칙은 가사가 있는 노래는 절대 안 듣는다는 것. 월간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별택시 안에서 미친 사람처럼 우는 나"를 상상해 버리면 집중을 못하기 때문이다.




메일 확인하고, 본사에 보낼 월간보고서를 작성하고 나니, 벌써 밤 8시. 매일 아침 작성하는 "To-Do List"를 꺼내 한 일에는 녹색 형광팬으로 아직 못한 일에는 빨간 형광팬으로 색칠하면서 하루를 돌아본다. 빨간 형광팬이 많아도, 내일은 이 일은 꼭 해야지 하고 맘먹고, 눈 질끈 감고 퇴근한다. 퇴근길에는 팟캐스트로 "타박타박 세계사" "손에 잡히는 경제"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는다.


집에 도착하니, 우리 딸내미가 천사처럼 자고 있다. 너무 이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아빠가 뽀뽀하는 걸 거부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찢어지지만 그것도 성장의 과정이니,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잠들면 몰래 뽀뽀하기가 일상이 됐다. "잘 자, 나의 천사~"


요즘은 아무리 힘들어도, 30분 정도는 운동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연륜과 함께 배둘래햄도 같이 성장하는 것 같다. 보통은 아파트 내에 있는 산책길에서 뛰기와 걷기를 반복한다. 타바타 운동이 효과가 있다길래 시작했는데, 체중은 큰 변화가 없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뛰고 걷고 하면 하루가 정리되는 기분이다. 매일 3~4킬로 정도 뛰는 것 같다.


운동 중에는 리디북스를 통해 귀로 책을 읽는다. 요즘 온라인 마케팅 회사 대표이신 정찬영 씨가 쓴 "1만 시간 자수성가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정확히는 듣고 있는데), 내가 브런치에 쓰고자 했던 것들과 비슷한 취지의 말이 너무 많아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달밤에 혼자 뛰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정말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다.

나의 리디북스 서재


땀범벅이 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는, 유튜브를 통해 MBC 뉴스를 시청한다. 손에는 기타와 악보가 쥐어져 있다. 기타를 시작한 것은 벌써 6년 정도 됐는데, 아직도 초보다. 자카르타에 부임하고 나서는 인도네시아곡을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번 주 연습곡은 "Hanya Rindu"... 인도네시아 곡들은 한국인 감성에도 참 잘 맞는 것 같다. MBC 뉴스로 한국 사정을 파악하면서, 손으로는 인도네시아 노래를 연습한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곡은 50 여곡 정도 부를 수 있다.


외국인이 인도네시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비즈니스 파트너나 직원들에게 인도네시아 문화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곡을 연습하면, 인도네시아어의 단어와 표현도 같이 배울 수 있다. 외국어 공부를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노래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는 것이라 느낀 건 굿모닝 팝스를 통해 배운 경험이다. 사자성어로 "일석이조, " 영어로 표현하면, "Buy One, Get One Free (이것도 아닌가...)"인 것이다.

나만의 놀이터 in 내방


자카르타에 서식 중인 한국산 미생의 하루는 대충 이렇다. 예시로 든 회의 주재는 사내 기밀 유지 차원에서 가상으로 일반적인 테마를 설정하고, 은행 CFO와의 면담은 이미 2~3년 전의 면담을 예로 들었으나, 회의형식이나 면담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정은 위에 예로든 하루보다 더 타이트해서 화장실 갈 여유도 밥 먹을 여유도 없는 날도 있고, 아주 간혹이지만 하루 종일 데스크에서 업무 보는 날도 있다. 하지만, 아침부터 밤에 잘 때까지 열거한 루틴들은 실제로 매일매일 지키려고 노력하고, 웬만하면 지키고 있는 생활 습관이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들을 하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일과를 보내는지 소개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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