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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리만 제이 Sep 20. 2020

"우리 아빠, 은행원이야..."

종합상사가 도대체 뭐하는 곳이야?


"We aim to be a global organization that constantly stays a step ahead in dealing with change, creates new value, and contributes broadly to society."

우리들은 항상 변화를 선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보다 넓게 사회에 공헌하는 글로벌 기업그룹을 목표로 합니다. (스미토모 상사, Corporate Vision)




어느 날 저녁 식사 중에 와이프와 이런 대화를 했다.


와이프: "오늘 우리 딸이 친구랑 이야기하는데, 친구가 아빠 뭐하셔 라고 물었어."

나: "그래서, 우리 딸이 뭐라고 했는데?"

와이프: "우리 아빠, 은행원이야... 이렇게 대답했어."

나: "..."


자카르타에 부임하고 3년간은 우리 회사가 투자한 은행의 주주로서, 그 은행이 가진 네트워크와 금융 기술을, 종합상사가 가진 다양한 비즈니스와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 때문에, 그 은행을 일주일에도 3~4번은 출근하듯 드나들며, 각 부서 사람들 혹은 임원들과 면담도 자주 했었다.

그래서, 열 살 된 우리 딸내미 눈에는 아빠가 은행원으로 비쳤나 보다.




실은 종합상사가 뭔지 잘 이해 못하는 건, 비단 우리 딸내미뿐만은 아니다.

종합상사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회사 형태다(일부 대만에 비슷한 업계가 있다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


일본이야 모든 성인이 종합상사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매년 각 미디어가 조사하는 "대학생의 취업선호도 조사"에서도, 매년 상위 10개 회사에 반드시 5대 종합상사 (미쯔비시 상사, 미쯔이 물산, 스미토모 상사, 이토츄 상사, 마루베니)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한국도 드라마 "미생"의 히트로, 많은 분들이 종합상사를 이해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일 두 나라를 제외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종합상사란 뭐 하는 회사인가"를 설명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2020년 8월 하순에 재미있는 사건(?) 이 전 세계 주식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투자의 신"으로 불려지는 워런 버핏 씨가 무려 62억 5천만 달러, 한화로 약 7조 4천억 원을 투자해,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주식을 5% 씩 사 들였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된 것이다. 갑자기, Financial Times, CNN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일본의 종합상사가 뭘 하는 기업인지, 왜 워런 버핏 씨가 5대 종합상사의 주식에 거액을 투자했는지 앞 다투어 소개 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일부 언론사가 "투자회사가 투자회사를 샀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사가 영어로 일본 종합상사를 "Japanese Trading houses (혹은 Companies)"와 "Sogo Shosha(종합상사의 일본어 발음)"를 한 기사에 모두 사용해서 표현했다는 점이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종합상사의 영어 번역이 "Japanese Trading Companies"라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말 그대로 "무역회사(Trading Company)"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각 대기업에 국제적 감각을 가진 인재들이 늘어나면서, 생산자와 판매자 간에 직접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중간 마진을 가져가는 미들맨 역할을 수행했던 종합상사는 필요 없다"라는 “상사불용론(商社不要論)" 이 일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상사의 겨울 시대(商社冬の時代)" 라 부르기도 한다.


그때부터 종합상사는 수십 년 혹은 100년 넘게 트레이딩을 통해 쌓아 온 각 산업 내의 네트워크와 신뢰, 산업에 대한 폭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트레이딩 중심"에서 "사업 투자 중심"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변경해 왔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이미 일본 종합상사의 매출 및 순이익에서 이른바 "트레이딩 (중간 무역)" 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로 30% 를 넘지 않는다. 나머지는 철광석, 석탄, 원유 등의 자원개발사업, 혹은 바나나 농장, 편의점, 홈쇼핑, 곡물회사 등의 비자원 사업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투자를 통해 발생하는 사업이익이다. 특히, 미쯔비시상사와 미쯔이물산은 철광석, 석탄, 원유 등 자원투자에 의한 이익이 전체 이익의 50% 를 초과하는 사업구성을 지니고 있어, "자원 상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원 가격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어, 대부분의 종합상사가 자원개발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비자원사업분야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미토모 상사는 50% 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지거나, 일부 다른 조건으로 실질적으로 회사의 경영지배권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연결대상 회사만, 전 세계에 957사 보유하고 있다 (당사 홈페이지, 2019년 기준). 나 만해도, 자동차 관련 사업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 중이지만, 입사 후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선적을 해 본 적도 없고, 신용장 (LC) 도 본 적이 없다. 대신, 대차대조표 (BS) 나 손익계산서 (PL)는 거의 매일매일 보고 산다.


그렇다고, 종합상사들이 트레이딩을 등한시하지는 않는다. 각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의 이해관계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신입사원들을 산업의 최전선에서 상사맨으로 교육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트레이딩을 통한 훈련이라고 생각하는 종합상사도 늘고 있어, 트레이딩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인 외의 종합상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위에 설명한 내용을 열심히 설명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 사모펀드 (Private Equity) 랑 같은 거구나."라고 말한다. 이게 가장 일반적인 오해이다.


주로 성장이 기대되는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여, 경영참여를 통해, 사업구조, 지배구조를 변화시켜, 가치를 올린 다음 3~5 년 정도에 매각 등의 방법으로 빠져나가는 것 (Exit)이 사모펀드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반면, 일본의 종합상사는 개별 회사 하나 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산업 전반의 Value Chain(가치사슬)에 있어, 필요한 부분을 매워 줄 만한 만한 회사, 그리고 자사가 이미 보유한 회사의 가치 상승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회사를 선정하여 투자한다. 한 인더스트리의 Value Chain 전반에 있어,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때문에, 사업분야의 한계가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업계를 생각해 보자. 흔히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강물에 비유하여, 한 산업을 상류(Upstream), 중류(Midstream), 하류(Downstream)로 분류할 때가 많다. 하류로 갈수록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 소비자에 근접한 영역이다. 일본어로는 천상(川上), 천중(川中), 천하(川下)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정의의 차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자동차 업계의 상류, 중류, 하류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상류(Upstream, 川上) : 자동차의 주원료가 되는 철강회사 등 (포스코 등)

중류(Midstream, 川中):자동차의 부품 제조회사 등(타이어, 핸들, 브레이크, 에어백...)

하류(Downstream, 川下):자동차 완제품 제조회사 (우리가 잘 아는 현대자동차, 벤츠, 토요타 등)

  

스미토모 상사의 경우, 자동차의 상류, 중류, 하류에 모두 사업기반이 있으며, 이 정의를 넘어서, 오토론, 자동차보험, 자동차 경매회사, 주차장까지 자동차에 관련된 거의 모든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형식으로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각 산업 전반의 Value Chain에 엮여 있으니, 흔히 말하는 "컵라면에서 로켓까지"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종합상사의 다양한 사업. 출처: https://www.sumitomocorp.com/en/jp


종합상사 업계에서는 "종합력(総合力)"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는 "외부적 종합력"과 "내부적 종합력"을 모두 의미한다. 외부적 종합력은 산업 내의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회사들을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개발도상국에 있어서의 전력사업의 경우, 종합상사가 프로젝트 리더가 되어, 전력회사, 설비회사, 건축회사 등과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 프로젝트 수주에 뛰어든다. 외부적 종합력은 겉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내부적 종합력은, 회사 내 다른 분야의 사원들끼리 협력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종합상사가 거의 모든 산업에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개개인은 한 산업에 집중하여 근무하게 된다. 이를 "등번호(背番号) 제도"라고 한다. 예를 들면, 입사 시에 전력사업부에 소속이 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그 사원은 전력사업 관련 업무를 지속하게 된다. 이 사원은 등번호가 "전력"인 것이다. 나의 경우는 등번호가 "자동차"이다.  

 

내가 "미생"을 참 재미있게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설정이라 이해하고 있지만, 장그래 사원이 소속된 영업 3팀이 오징어 젓갈 사업을 하다가, 희토류 사업에 관여했다가, 리비아 중고차 사업을 하다가... 회의도 "우리 다음에 무슨 사업할까?"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한국의 종합상사에서는 이런 부서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본의 종합상사에서는 말 그대로 "판타지"일 뿐이다.


다만, 최근 들어, IT 전시회로 유명한 CES에 자동차 회사들이 줄줄이 참여하듯, 산업과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져 가고 있어, 종합상사 내에서도 서로 전문분야가 다른 사원들끼리 서로 협의하고, 협력하는 "내부적 종합력"이 높아져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도 빠르게 전기자동차 (EV) 화가 진행되고 있어, 자동차의 등번호를 가진 사원과 전력 등번호를 가진 사원들이 상호 정보교류나 지식공유를 하는 등의 움직임이다. 종합상사 업계에서는 이를 종횡 협력(縦横協力), 혹은 조직 횡단적 협력(組織横断的協力)이라고 부르는데, 종은 한 산업의 상류에서 하류 분야의 산업조직 내 협력, 횡은 서로 다른 산업조직 간의 협력을 의미한다.


대내외적인 종합력을 핵심 경쟁력(Core Competence)으로 하는 종합상사에 있어, 내가 느껴온 가장 이상적인 인재상은 다음과 같다. 단순히 주관적인 내 견해지만, 많은 동료나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크게 틀리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1.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사내외의 인간과 융화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내가 우리 회사 사람들을 좋아하고, 회사를 좋아하는 이유다.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테지만, 애초에 내가 종합상사에 지원한 이유도 이것이다. 다들 최고 학부를 나온 인재들이고, 사회적으로 동경의 대상인 종합상사맨이라고 거들먹거릴 수도 있지만,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며, 자기보다 남에게 맞추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세상에 예외 없는 일은 없으니,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렇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우리 회사 사람들이 이런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판이다. 실제 성격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2. 어떠한 일을 시켜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사고적 유연함과 호기심


보통 제조업에서는 직종에 따라 한 분야만 특화하여, 길고 깊게 경력을 쌓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전자제품 회로 엔지니어는 몇십 년을 회로 설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합상사에서는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에 파견됐다가, 어느 순간 주차장 사업을 맡게 될 수도 있다. 드문 예이긴 하지만, 철강사업부에 있던 사람이, 식품사업부로 등번호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난 오징어 젓갈 팔려고 여기 들어온 게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은 이미 종합상사에 적응하기 힘든 인재인 것이다. 그래서, 대학생들 사이에 종합상사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전 꼭 자동차 관련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라는 식으로 특정 분야를 입사 전에 강하게 어필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일단 입사하면, 희망부서 등을 고려하여 부서 배정을 조정하니, 입사 전형 시에 성급하게 한 분야에 너무 정열을 보이면, 상사가 요구하는 유연한 인재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잘 안 쓰는 표현이지만, 예전의 종합상사맨은 이른바 "Super Generalist"라고 불렸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은 상사맨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인 것 같다.

스미토모 상사의 회사 비전은 "우리는 항상 변화를 선도하며..."로 시작한다. 산업 내 제조업이나 다른 업종 사람들보다 먼저 산업계의 변화를 읽고 선도해 가지 않으면, 종합상사의 핵심 경쟁력인 "종합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제조업 분들이 "얘는 나보다 산업 경향을 모르네"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 종합상사가 이끄는 새로운 비즈니스 구상에 참여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내에서는 공부회 (勉強会)라는 것이 곳곳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를 설명하는 세미나도 많고, 이 세미나들은 동영상이나 자료로 제작되어, 회사 인트라넷에서 언제든 검색이 가능하다. 일하면서 여러 분야를 폭넓게 공부하고 싶다면, 종합상사만 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3. 신체적, 정신적 강인함


스미토모상사는 전 세계 66개국, 136개 도시에 비즈니스 거점이 있다(2020년 3월 기준). 본사 직원 5천 명 중, 약 1천여 명이 상시 해외에 주재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처럼 선진국에 주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프리카 모잠비크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많다. 심지어 분쟁지역에서도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 근무지역뿐만 아니라, 업무도 꽤 하드 하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한 직원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경향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이 잘 드러나는 예를 들면, 사내에서 흔히 하는 질문 중에 "학창 시절에 무슨 (체육) 부 였나요?"이다. 남자 직원들의 상당수(느낌적으로는 대다수)가 대학시절 럭비, 미식축구, 야구, 축구선수 심지어 우리에게는 생소한 라크로스부 출신이 많다. 한국 분들이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 스포츠 실력으로만 입학하는 대학 체육 특기생이 아니다. 일본인들은 보통 고등학교 시절(심지어 고3도) 에도 오후 3~4시가 되면, 대게 방과 후 클럽활동을 하는데, 동경대, 쿄토대 같은 일본내 초일류 대학에 시험으로 입학해도, 고등학교 시절에 하던 스포츠를 계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 나는 회사에 럭비 동호인이 너무 많아서, 우리 회사가 무슨 커다란 럭비팀인 줄 알았다. (이건 좀 과장이다...)     

스미토모 상사 사업계요. 출처: https://www.sumitomocorp.com/en/jp/about


재미있는 점은, 입사전형 시에 학벌을 최우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동경대, 쿄토대, 히토츠바시대, 케이오, 와세다를 포함 상위 약 10여 개 학교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그 외 스펙은 한국처럼 안 보는 것 같다.

미츠이물산 인턴 시절, 그리고 스미토모상사 입사 후에 인사부가 이렇게 설명할 때 내 귀를 의심했다.


"입사 후 첫 승진 시에 토익 700 점 이상을 받으셔야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일본어를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요즘 한국 대기업 직원 중에 토익 700점 이하인 사람 찾기가 쉽지 않을 텐데... 기본적인 두뇌는 출신 대학으로 필터링을 하지만, 학점이나 스펙, 영어성적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기본적으로 원하는 인재상인지 아닌지의 인성적인 소양과 적성을 중시하고, 입사하면 그때부터 키우면 된다는 것이다. 영어는 주재원으로 한 5년 정도 외국에서 근무하면, 웬만하면 다들 한단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옛 추억이 되어 버린 "종신고용" 이 바탕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일본도 최근에 "종신고용" 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아직까지 종합상사 업계는 종신고용이 기본이다. 오히려, 만 60세가 되어 정년퇴직하여도, 회사와 큰 문제가 없고, 자신이 일할 의향만 있으면 대부분 만 65세까지 촉탁사원이라는 신분으로 연장 근무한다. 심지어, 63~64세의 해외 주재원도 있다. 20대 초반에 입사해, 60대까지 약 40년을 운명을 같이 할 사원이라 생각하니, 기본적인 두뇌와 인성, 적성을 우선으로 보고, 스펙은 회사가 만들어 주겠다는 계념이다.


여기까지 쓰다가 생각해 보니, 종합상사와 사모펀드의 차이점을 설명하다가 이야기가 완전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사모펀드와의 차이점으로 돌아가면...


사모펀드가 3~5년을 주기로 매각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반면, 종합상사는 수익을 위한 사업 매각 자체는 투자의 주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부실이나, 사업환경변화, 전사적 전략 변경 등으로, 사업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지속적으로 경영진을 투입해 몇십 년씩 회사의 성장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사모펀드와 다른 점은, 사모펀드는 금전적 이익실현의 극대화가 주된 목표라 할 수 있지만(물론 아닌 사모펀드도 있겠으나), 종합상사의 경우, 영리 기업으로서 물론 금전적 이익실현도 중요하나, "사회에의 공헌"을 항상 중시한다는 것이다. 스미토모 상사의 비전에도 "사회에의 공헌" 이 명시되어 있지만, 그냥 표어로 그치는 말이 아니다. 사업회사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임원들로 구성된 "투융자 위원회"에 투자의 정당성과 사업적 전망, 그리고 예상되는 리스크를 설명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반드시 이 사업이 어떤 식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원들끼리의 대화에서도 "이 사업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이런 부분에 공헌하고 싶다"라는 표현을 자주 하곤 한다.  


투자의 기준 중의 하나인 "사회에의 공헌" 출처 :https://www.sumitomocorp.com/en/jp/sustainability/material-issues


예를 들면, 우리 회사는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오토바이 대출 회사에 25년 전에 투자해, 아직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지 경영진과 함께 회사의 성장을 통해, 인도네시아 서민 생활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서민에게는 자동차, 특히 오토바이는 일상생활, 그리고 비즈니스에 필수불가결 한 중요한 생활가전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소득 수준으로는 현금으로 자동차, 오토바이를 구입할 수 있는 서민은 많지 않아, 90% 가까운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오토바이 구매자는 대출을 통해 구입하고 있다. 자동차, 오토바이 대출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민은 작은 사업을 할 수 있게 되고, 출퇴근 시에 사용한다. 우리 회사는 인도네시아인의 보다 윤택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날을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단축시키는 "시간"이라는 가치를 판매하는 것이다.  


자동차, 오토바이 대출회사에 그치지 않고, 이와 연관하여, 자동차 대출 시에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에 투자, 중고 자동차에 있어서는 이미 제조사의 보증기간(보통 3년) 이 끝난 차량에 고장 시 수리하는 조건의 보증상품을 판매하는 중고차 보증회사에 투자, 이미 오래된 차량을 매각할 수 있는 자동차 경매회사에도 투자했다. 앞서 소개한 자동차 대출회사를 제외한 자동차 보험회사, 중고차 보증회사, 경매회사가 지금 내가 담당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여기에 인재 양성 연수원도 운영 중이다...       

내가 근무 중인 사업회사가 운영하는 인재 양성 연수원

우리 딸내미가 나를 은행원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인지 설명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냥 크면 알겠지...



(후기)

종합상사 이야기는 제가 이야기하려는 주된 주제가 아니라서, 간단하게 소개 정도만 하려 했는데, 쓰고 보니 주저리주저리... 본의 아니게 참 길어졌습니다.

   

상기 내용은 제가 10년간 일본 종합상사 업계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점과, 동료들 혹은 동종업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대화한 내용들, 인터넷과 서적을 통해 접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스미토모 상사 및 타사에 관련된 내용은 모두 공개 내용으로 일반적으로 일본 미디어에서도 주로 기술하는 내용이며, 회사 기밀은 없습니다.


브런치에 업계 혹은 회사에 대한 내용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회사 관련부서와도 그 기준을 협의하여 쓴 내용이나, 추후에 제가 잘못 알고 기재한 내용, 혹은 회사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발견이 되면, 일부 수정 혹은 글 전체를 삭제할 가능성도 있음은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특히, 저는 한국의 종합상사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니, 상기 내용은 한국의 종합상사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본의 종합상사에 관한 내용이라는 점도 꼭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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