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단어들 모음(1)

가는대, 가댁질, 가동질, 가랑이표, 가윗밥

by 제II제이

이번에는,

그간 지나간 단어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 주에 한 단어씩 골라

글을 써야 하는 마감이

무섭네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보험 같은 것이라 생각해 주시길. 허허.




가는―대 【명사】

① 아기살. (짧고 작은 화살)

② ⦗역⦘ 적진에 격서(檄書)를 보낼 때 쓰던 화살.


우선 ‘가는대’입니다.

이제는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겠지요.

짧고 작은 화살이라 ‘아기살’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상상해 봅니다.

화살에 글귀를 달아 적진으로 보내는 용도로

짧고 작은 화살을 씁니다.

격서를 보내는 용도이니까

살상용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화살, 적진, 이런 용어들이

자연스레 전쟁을 떠올리게 하네요.


요즘은 전쟁이 실시간 중계가 되는 시대입니다.

더 말을 보태기는 힘들 것 같고, 다만

어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가댁―질 [―찔] 【명사】【~하다 → 자동사】

: 아이들이 서로 잡으려고 쫓고, 쫓겨 달아나며 뛰노는 장난.


가동―질 【명사】【~하다 → 타동사】

: 어린아이의 겨드랑이를 치켜들고 올렸다 내렸다 할 때, 아이가 다리를 오그렸다 폈다 하는 짓.


다음은 ‘가댁질’과 ‘가동질’입니다.

아이를 키운다면, 공감이 많이 될

그런 단어들입니다.


얼마 전 제가 속한 모임에서

윷놀이 대회를 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이 어우러지는 자리였습니다.

역시 그런 곳에는 어른들 사이로

가댁질하고 다니는 아이들이

역동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더 어린 아기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

주변 어른들이 이뻐하며 안아줄 때

아기들이 가동질을 하기도 하지요.


혹시 지금 ‘아이들’에 대한 단어를

생각해 보라고 말씀드리면

몇 가지가 떠오르시나요?

아이들에 대한 단어들이 얼마나 자주

사용되느냐가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랑이―표 (―標) 【명사】

⦗인⦘ ‘⟨’의 이름. 문장에서는 ‘큰말표’로 쓰이고, 수식(數式)에서는 ‘부등호’로 씀.


다음은 문장부호의 이름입니다.

‘<’의 이름이라니.

‘<’. 얘가 이름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꺾은 괄호 정도로 불렀는데요.

얘가 이름이 있었네요 글쎄.

‘가랑이표’라고 합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합니다.

가랑이 모양으로 생긴 표니까요.

그 빛깔과 색깔에 맞는 이름으로 불러줄 때,

‘<’도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집니다.

사전을 하나하나 읽어가다가

사전이 나에게 친구 하나를

더 만들어 준 그런 느낌이네요.




가윗―밥 [―위빱/―윋빱] 【명사】

: 가위질할 때 베어 내버린 부스러기.


가위질을 하고 남은 부스러기를

부르는 말입니다.

이 단어는 전에 ‘가랫밥’을 다루면서

한번 언급을 이미 했던 것 같습니다.


가위질을 하고 나면

종이 부스러기들이 많이 남는데요,

이것을 그냥 쓰레기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역시 적당한 이름이 있다는 게

좋아 보입니다.

자꾸만 이름을 찾아보고 붙여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나간 단어들도, 각자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면

여러 이야깃거리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지나간 단어들을 소개할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총총.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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