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서의 출렁다리를.

(25.4월 중순의 순간) 예술은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편하게 한다...

by 제II제이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와 울렁다리를

건너 보았다.


산 봉우리 사이 길게 이어진 다리가

멀리서 보기에도 아찔하다.

콘크리트로 고정한 철근에 달려 있지만

워낙 긴 다리는 말 그대로 출렁거린다.


다리 바닥에 뚫린 구멍들 사이로

밑이 훤히 보인다.


하릴없이 위로 하늘을 보거나

앞의 사람들만 보고 가다가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발밑을 확인하게 될 때마다

오금이 저려 붙잡을 것을 찾게 된다.


연이어 펼쳐지는 원주 간현 소금산의 절경이

그나마 고소공포를 달래준다.


아찔한 높이에 졸아든 마음이

아름다운 경치에 풀렸다가

다시 저리는 오금에 반복적으로

긴장과 이완이 이어진다.


세상사 고민과 잡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다.


당장의 눈 앞에 보이는 강산의 운치와

자칫 삐끗하면 떨어질 내릴 것만 같은

천길 낭떨어지 위에서 한발 한발 디뎌가는 걸음만이

생생하다.


최근 완공되었다는 케이블카를 타고

금세 산위로 오른다.

출렁다리를 지나 잠깐 데크를 걷다가

낭떠러지 곁으로 이어지는 잔도길을 거쳐

가장 아찔한 스카이타워를 지나

마지막으로 울렁다리를 건넌다.


대략 한 시간 반 정도의

위태로운 트래킹이다.


울렁다리를 다 지나

이제 안전한 맨땅에 발을 디뎌도,

아직 남은 울렁거림이 느껴진다.

그러나 곧 이 울렁거림은 차차 가시고,

그러면서 일상의 관념들이

다시 슬금슬금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가 위태로운 곳에 놓이게 되니

어느새인지도 모르게 세상 염려가 물러갔다가

그 위태로움에서 벗어나자마자

벌레가 꼬이듯

회사에 두고 온 내일의 결재서류와 같은 것들이,

돌아가서 해결해야 할 쌓인 빨래나 설거지 같은 것들이

머리 속으로 밀려든다.

금세 출렁거리는 다리 위의 아찔함이 아쉬워진다.


아아, 사람들이 스릴을 찾는 이유가

혹 여기에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때때로 비명을 질러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은 덤이겠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앵커 멘트가 떠오른다.

“예술은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편하게,

편한 사람은 불편하게 만들어준다.”던데,

출렁다리와 잔도, 울렁다리는

말하자면

일종의 예술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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