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름끈, 가리온, 가멸다, 가무리다, 가뭇없다.
역시 3월은 힘든 달입니다.
마감을 놓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간 지나간 단어들 모음(2)를 연재합니다.
가름―끈 【명사】
책갈피에 끼워, 읽던 곳이나 특정한 곳의 표시로 삼는 끈. 책의 등 쪽에 달려 있음. 보람줄.
*서표(書標).
책을 보다보면
중간에 다른 일을 할 때가 생깁니다.
그럴 때 어디까지 책을 읽었는지
표시해두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나요?
얇은 책이나 종이 표지 책엔
없는 경우가 많지만
양장본이나 두꺼운 책에는
대부분 끈이 있지요.
이걸 뭐라 불러야 할지 고민해본적이...
솔직히 없네요.
이게 또 뭐라고 딱히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소개할 일도 없고요.
그런데 사전에서 너무나도 친절하게
새 단어 하나를 소개해줍니다.
‘가름끈’이군요.
‘보람줄’이라고도 한다니
좋은 단어 친구를 하나 더 알게 되었습니다.
가리온 【명사】
털은 희고 갈기가 검은 말.
이 단어는 사실 순우리말은 아니고,
원나라에서 말의 종류를 나눌 때
사용하던 용어가
차용되어 들어온 말이라고 합니다.
몸 전체가 하얀색인 말의
갈기만 검은색이라니
멀리서 봐도 멋질 것 같습니다.
특별한 말 종류라서
아마 따로 부르는 이름도 있는 것이겠지요.
가ː멸다 〔가멸어, 가며니, 가면〕 【형용사】
재산이 많다. 살림이 넉넉하다.
말의 소리만 놓고 생각해보면,
좋은 뜻을 가진 단어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로 들립니다.
그런데 그 뜻이 생소합니다.
바로 ‘살림이 넉넉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는 말이지요.
‘부자되라’ 대신에 ‘가멸어라’로,
‘부자되세요’ 대신에 ‘가멸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면,
욕으로 생각하려나요? ^^;
가무리다 【타동사】
몰래 훔쳐서 혼자 차지하다.
┈┈• 딸기를 따는 대로 ∼.
이런 뜻을 가진 단어가 있을 줄은
또 몰랐네요.
이 단어가 쓰이려면
우선은 ‘훔치는’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
공용의 물건이나 재산, 농작물 같은 것이 있어야 하고
그 중에 ‘가무리는’ 어떤 사람이 있는 경우일 텐데요.
요즘엔 뭔가를 같이 생산해서
나눠 쓰는 일은 잘 없으니까요.
이 단어가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것이
세상이 좋게 바뀐 것인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가뭇―없다 [―무덥따] 【형용사】
① 눈에 띄지 않다.
② 간 곳을 알 수 없다.
③ 흔적이 없다.
가뭇━없이 [―무덥씨] 【부사】
┈┈• ∼ 사라지다.
지금은
‘가뭇없이 사라지다’와 같은 방식으로
뒤엣말을 붙여서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가뭇없다’라는 말만으로도,
‘눈에 띄지 않다’ ‘흔적이 없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가뭇없다’라는 말은 무언가
사연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없어졌다, 사라졌다’와는
뉘앙스가 다르지요.
이미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단어이니만큼
그 ‘있었던 것’에 대한 상상을
자극하는 단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가뭇없다’의 ‘가뭇’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가뭇’은
‘보이던 것이 전혀 보이지 않거나
알던 것을 아주 잊어 찾을 길이 감감하게.’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
그러면 ‘가뭇없이’와 같이
붙여서 쓰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까맣게’ 정도의 의미를 가진 말이네요.
마찬가지로 ‘있었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보입니다.
모든 없어진 것은
원래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있었던 것이 사라지는 일이
때로 시원한 일이기도 하지만,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들은
왠지 모르게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