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으니까.
감장² 【명사】【~하다 → 타동사】
: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힘으로 꾸려 감. ( ┈┈• 네 앞 ∼이나 잘 해라.)
본격적으로 글을 읽으시기 전에
오늘이나 어제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한 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하루종일 한 일들이 참 많지요?
이 글을 읽는 분이시라면
그 많은 일들 중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하셨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예 남의 도움을 받은 일이
떠오르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확신하시나요?
이를 닦는다거나, 옷을 입는 일,
집을 나서 일터에 도착하는 일,
점심을 해결하거나,
퇴근 전에 자리를 정리하는 일 등등.
하루 종일 해 나가는
하나하나의 일들 대부분을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하셨을 것 같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직장 생활을 하며
일상의 루틴을 따라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면
‘내 생활을 감장하고 있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왠지 사전의 예문으로 들어가 있는
“네 앞 감장이나 잘해라.”라는 말을
직접 들으면
내 삶을 감장하고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이유 모를 긴장감이 생기는 건 저뿐인가요.
혹시
“나는 이미 내 일을 충분히 감장하고 있어.”라고,
내 생활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고
그것대로 나는 그것을 잘 감장 해가고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도 그 생각이
많이 틀린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각자의 삶에서 일어나는
그 수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게다가,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을 향한 친절한 말 한마디,
버스에 탄 어린아이 자리 양보하기,
업무 중 발견한 후배의 실수를 몰래 정정하기 등등등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을
하나라도 세상에 더해 보려는 노력을 하며 살지요.
설령 내가 내 삶을
온전히 감장 하지 못하고 있는 생각이 들지라도,
우리는 가치 있는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것대로 의미 있지만,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감장’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인 것 같습니다.
언제 사람은
자기를 온전히 감장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언뜻 당연한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사실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지금까지 만들어져 온
일상의 흐름에 삶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중에
내 힘으로 이 모든 것들을 잘 굴려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않을까 합니다.
문득문득
내 삶에서 나의 부족함을 자각하는 때가,
다른 사람들의 손길이 아쉬워질 때가
있지는 않으신가요?
우리가 이렇게
어느 정도까지 내 삶을 감장해 오는 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배움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혼자 태어나서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내 삶을 감장 하는 것이
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지요.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삶을 제 힘으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 삶을 내가 감장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뭔가 부족하거나 이상하다기보다는
사실은 당연하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 혹은 참견이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내 삶 전체를
오롯이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어떤 근원 모를 죄책감 같은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덤이겠습니다.
언제 사람이 자기를 온전히 감장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의 답은 아마도,
완성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사람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힘으로 온전히 삶을 꾸려갈 수 없음'을 깨닫는
그 순간을 시작으로 한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있다면,
처음에 떠올렸던 하루의 생활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고,
자기가 직접 해가는 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의 삶을 잘 감장 해가고 있다는 자신감 하나와
더불어, 동시에 어떤 형태로든 끼어 있는
다른 사람들 도움에 대한 감사함 하나를
떠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스스로를 감장 하는 사람이 되어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