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ː치다¹【자동사】: 기억이 계속해서 감돌 때.

약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by 제II제이

감ː치다¹ 【자동사】

① 어떤 사람이나 일이 잊혀지지 않고 계속해서 마음속에 감돌다.

┈┈• 그 일이 머릿속에 감치고 잊혀지지 않는다.

② 음식의 맛이 맛깔스러워 입에 당기다.

┈┈• 새콤한 맛이 혀를 ∼.




감칠맛을 아시나요?

우리가 느끼는 맛은 종류가 여럿이지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같은 진짜 맛들도 있고

매운맛, 떫은맛처럼

촉각을 맛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방맛’이라는 맛도

추가가 되었다는데요.

기름이 내는 고소한 맛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맛이 있지만

각각의 개성이 강해

구분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감칠맛’은 좀 다릅니다.

최근에는 하나의 독자적인 맛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인듯도 합니다만,

역시 감칠맛은 뭔가

비밀스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에도

‘감칠맛’은 그저 ‘음식이 입에 당기는 맛’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독자적인 맛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매력적인 맛을 통칭하는 단어로

올라온 것이지요.

이번에는 이 ‘감칠맛’에 관한 단어를 만났습니다.

바로 ‘감치다’입니다.




‘감칠맛’은 ‘감치다’를 활용해

명사로 만든 말로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맛깔스러워

입에 자꾸 당기는 그런 맛이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과거 티브이 광고에서 사용된

“그래 이맛이야!”라는 카피가

유행어로 많은 사랑받았었지요.

그만큼 ‘감칠맛’은

우리 각자가 가진 개별적인 좋은 맛의 개념을

넘나들수 있는 좋은 맛에 관한

폭넓은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감치다’라는 말의 첫번째 뜻이

맛 보다는 기억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계속해서 머리와 마음에 감도는 그 어떤 일.

우리 모두가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을

그 기억에 관한 단어가 바로 ‘감치다’입니다.




'감치다'는

내 몸 속의 어떤 장소에 존재하고 있는

실패처럼 생긴 마음에

실처럼 생긴 기억이 빙글빙글 돌면서

마음을 감싸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단어입니다.


이제 막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 대상을

계속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은근히 따뜻한 느낌의 단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사람이나 일이

계속 기억에서 감돌고 떨쳐지지 않는 일은

얼핏 좋아 보이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경우

약간 혹은 많이

서글픔이나 서러움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가족 여행의 즐거운 추억,

연인과 함께 보낸 사랑스러운 시간 등

좋은 일도 기억과 마음에 많이 남지만,

그런 기억들은

계속 마음에 감치고 있기 보다는

기억과 마음에 서서히 가라앉으며 자리잡게 되고

때때로 일부러 길어 올려서

다시 그 때의 감정을 되돌아보며

짧은 즐거움을 느끼게 되지요.




반면,

얼마 전에 직장 동료와 업무 분장 때문에

격한 대화를 하다 내뱉은 말 한마디,

잘 어울리지 못했던 어떤 모임에서

나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섭섭한 행동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계속 머리와 마음 속을 감치면서

나도 같이 흔들리게 만듭니다.


심지어 어떤 기억은

평생 기억에 감치어 있으면서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기도 하지요.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에 치이거나

개인이 어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건들로 인해 발생하여

이미 돌이킬 수 없이 감친 어떤 일들은

개인이 그 일을 풀 길이 없어,

마음 속에 ‘한’으로 남기도 합니다.




운명처럼 주어지는 어떤 일에 대해서까지는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일터나 가정 혹은 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순간적인 실수나 과한 언행들 같은 것에 대해서는

그것들이 우리 마음 속에 감치기 시작하기 전에

떨쳐내는 것이 지혜로운 것 아닐까 합니다.

어떤 일이 뒤끝이 남아

감치기 시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끝을 얼른 잡아채서

잘 갈무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이 일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내가 뭔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먼저 한 번 더 다가가서 이야기를 시도하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지어 보아야

다음을 볼 수 있으니까요.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로 새를 쏘기 어려우니

땅 위로 올라와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마음 속에 어떤 것이

계속 감치는 상태로 가지 않고

그 일을 다룰 수 있도록

갈무리를 잘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혹시 지금 마음에

자꾸 뒤끝이 남은 것처럼 떠오르는

사람이나 일이 있으신가요?

그 ‘감치는 것’,

계속 마음에 두지 마시고

어떻게 찾아가서 대화를 시도해볼지

마음을 정리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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