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애 (加愛)【명사】: 따뜻한 오지랖

12화. 나는 나보다 널 더 사랑하나 봐.

by 제II제이

가애 (加愛) 【명사】【~하다 → 자동사】

편지 글에서, 상대방이 자기 몸을 돌봄을 높여 이르는 말.




마지막으로 손편지를 쓴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시나요?

누구에게 쓰셨나요?

세상의 변화로

예전처럼 편지를 많이 쓰지 않게 되면서,

편지 (특히 손으로 직접 쓴 손편지)는

오히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별한 방법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미디어에서 손편지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

굳이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서 SNS 상에 올리기도 하지요.





반대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직접 쓴 편지를 받는 일은

은근히 내가 대접받는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받은 손편지의 느낌이

어땠었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모르긴 해도, 아마 그 정성에

따뜻함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직접 대화하는 것 외에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편지 외에는 거의 없었던 시절도 있었지요.

과거 농경 시대에 주로 사용하던 도구들이

지금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 되어버린 것처럼,

편지를 주된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던 시절에

잘 사용하던 말들 중에는

지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정독합니다>의 첫 단어로 선택되었던

‘가가’도 그런 말들 중 하나였죠. (가ː가 (可呵): 전통적 'ㅋㅋ')




이번에 고른 단어는

‘가애(加愛)’입니다.

한자어이기 때문에

어떤 한자가 쓰였는지 주의해야 합니다.

‘사랑할만하다’라는 뜻의 ‘가애’도 있고,

‘어여삐 여겨 사랑함’의 ‘가애’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한자를 쓰는 단어들이지요.


이번에는

편지글에서 상대방을 걱정하는 데

주로 썼던 단어를 다룹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편지로밖에는 마음을 전달할 수 없었던 때를

상상해 봅시다.

이렇게 상상을 해보면

이 단어가 가진 따뜻함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야 하는

서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면 더 좋겠지요.

내 사랑하는 님께서

스스로를 조금 더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나도 당신도 각자 자신을 소중히 여길 때

우리의 관계가 더 단단해지고

더 오래 아름다워질 수 있을 거 아니겠습니까?

“감기는 다 나으셨는지요,

서둘러 움직이지 마시고 좀 더 가애하시기를 바랍니다”

정도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따뜻한 오지랖이라고나 할까요?




이 단어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상대방이 자기 몸을 돌봄을 높여 이르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말은 높임 표현이 발달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방예의지국일까요.

이 단어는 한자어이고,

오래된 옛날 단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버려지기엔 아까운 단어가 아닌가 합니다.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이 상한 일을 당한 친구를 볼 때,

일터에서 속상해하는 선후배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먼저 상한 마음을 잘 추스르고

일을 해결해 나가도록 응원할 때,

직접적으로 “너를 먼저 돌보는 것이 우선이야”라고 말하는 대신

넌지시 “먼저 가애하자”라고 말해주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말을 처음 드는 그 사람은

응? 그게 뭔 소리야? 할 수도 있습니다. 허허)




편지에서 사용되는 어휘를 다루자니

또 생각나는 단어가 있어 덧붙여봅니다.


총총 (悤悤) 【부사】【~하다 → 형용사】【~히 → 부사】

① 급하고 바쁜 모양.

┈┈• ∼히 떠나다.

② 편지의 맺음말로 난필(亂筆)이 되어 죄송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

┈┈• 이만 ∼.


어감이 귀엽고 아기자기한 단어입니다.

②번 뜻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편지를 마무리할 때 사용합니다.

자신이 편지를 썼지만

써 놓은 글이 어지러워(난필) 죄송하다는 뜻을 담은

겸손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편지를 포함하여

여러 종류의 글쓰기를 할 때,

혹은 요즘같이 메신저로 서로 대화를 할 때,

무언가 용건이 있어 자연스레 시작은 했지만

그 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난감한 적이 있지 않으셨나요?

귀여운 데다 겸손하기까지 한

이 ‘총총’이라는 표현을 살려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메신저 대화나 메일, 편지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겁니다.




요 며칠 기운이 뚝뚝 떨어지며

추운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가애하십시오,

글 읽으시며 떠오른 여러 생각들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저는 다음 주에 다른 단어와 함께 또 뵙지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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