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는 전통적 문자 표현이었다.
가ː가 (可呵) 【명사】
흔히 편지에서, 스스로 생각하여도 우습다라는 뜻으로 쓰는 말 (표준 대국어사전)
: 조선시대 임금인 정조의 어찰(왕의 편지)에서도 사용된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덧붙여, 정조는 한문으로 된 편지에 난데없이 ‘뒤죽박죽’이라는 한글 표기를 사용한 적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 보기엔 한자어라 좀, 엄숙해 보이지만 뒷얘기와 함께 보면 귀여운 단어입니다. 가가. 가가. 지금의 'ㅋㅋ' 같은 것이겠지요.
요즘은 여러 캐릭터의 행동과 표정을 살린 이모티콘이 많이 쓰입니다. 말(편지나 SNS에서는 글)로만은 분명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시간을 뛰어넘어 공유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에 이른다는 법칙’인 ‘메라비언의 법칙’이 있습니다. 말이나 글은 겨우 7%만 이미지 형성에 기여합니다. SNS에서 소통하는 시대에, 이모티콘은 말하는 사람이 가진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편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음악 분야에서 말하는 소위 ‘음치’를 더 자세히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한쪽은 머리로는 음치가 아닌데 실제로 소리를 낼 때 정확히 못 맞춰 내는 사람들이고요, 다른 한쪽은 머리로 생각할 때부터 음을 잘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음치가 나눠지는 것처럼 사람 간의 의사소통 상황에 적절한 표현에 관해도 분류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상황에 적절한 표현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알지만 그것을 실제로 딱 알맞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아예 상황에 적절한 표현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로 말이지요. 이모티콘은 두 부류의 사람들 모두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언어가 아닌 이미지이기 때문에 직관적이며 누구나 두루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어떤 감각이나 느낌,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적절하게 표현하는데 낯설거나 낯부끄러운 경우에 이미 쓰이고 있는 다양한 이모티콘 중 잘 맞는 것을 골라 쓰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모티콘을 보고 어떤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서 배워서 실제 대면 상황에서 흉내내어 사용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모티콘의 편리함에 계속 의존하다보면 대면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요령을 천천히 잃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투적으로, 습관적으로 이모티콘을 쓰는 것도 경계해야하겠습니다.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 저를 옆에서 보던 누군가가 ‘웃지도 않으면서 'ㅋㅋ'를 쓰고 있다’며 지적을 해준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직접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증까지 있는 시대라 하니, 사람 사이는 예전보다는 더 멀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역시 진정한 소통이라면 ‘만남’이라는 요소가 필수겠지요.
한자어 ‘가가’에서 정조 대왕을 지나 요즘의 이모티콘으로, 메라비언을 만났다가 다시 음치를 살짝 돌아 이모티콘의 기능과 위험성까지 이것저것 돌아돌아 왔습니다. 사전에서 새로 귀여운 친구를 하나 만났습니다. 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