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요즘 같은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가닐―거리다 【자동사】
① 살갗에 벌레가 살살 기는 것 같이 자리자리한 느낌이 자꾸 나다.
② 보기에 매우 위태롭거나 단작스러워서 자꾸 마음에 쓰여 자릿자릿하다.
【어감이 큰 말 앞에】그닐거리다.
: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엔 잘 안쓰는 표현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긴장이 된다는 의미로 쓰는 말입니다. ‘심장 쫄깃’ 운운은 ‘가닐거리다’의 두 의미 중 2번에 해당하는 의미와 가까워 보입니다. 물론 정확히 같지는 않습니다. ‘가닐거리다’의 두 뜻은 어떤 긴장감을 느끼는 상태를 살갗(겉)과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어떤 촉각과 연관지어서 표현한 말로 보입니다. 정서, 느낌, 마음 상태는 관념적인 것, 실체가 없는 상상 속의 것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마음과 몸은 붙어 있는 것이라서 감정은 쉽게 실체와 실감으로 드러납니다. 당장 얼굴 표정, 아니 얼굴 색부터가 달라지는 게 현실입니다. 뜻풀이에 ‘살갗, 벌레’ 같은 말이 나오니까 뭔가 진짜로 피부에 닿는 느낌을 말하는 단어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느낌’에 대한 단어라는 점이 눈에 들어오네요.
2번 뜻풀이에 있는 ‘단작스러워서’도 눈에 띕니다. 당장 뜻이 떠오르지 않는 단어인데요, ‘단작스럽다’는 ‘치사하다, 좀스럽다’ 정도의 의미를 가진 ‘다랍다’와 관련이 있는 단어입니다. ‘위태롭다’와는 결이 다른 단어인데 묶여서 ‘가닐거리다’의 뜻을 이루고 있는 점이 독특합니다. 우리가 마음이 쓰여서 자릿자릿하게 된다면, 위태로운 것을 보고 있거나, 뭔가 치사하고 좀스러운 것을 보고 있을 때라는 것인데요. 뭔가 극단적인 상태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느낌이라고 설명을 해야지 둘 다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세대별로 마음이 두근거리며 긴장되는 상태를 나타내는 상투적 표현이 있을텐데요.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는 어떤 표현이 떠오르시나요? 그냥 ‘긴장된다’라는 말과 비슷한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그러면 ‘가닐거려’, ‘가닐거리네’라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