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단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이다.
가대기 【명사】
인부들이 한 손에 쥔 갈고리로 쌀가마니 따위의 윗부분을 찍어 당겨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 인부들이 쌀가마를 창고로 ∼ 치다.
: 된소리(ㄲ,ㄸ 등)나 거센소리(ㅋ,ㅊ 등)가 포함되지 않은 단어임에도 단어의 어감에서 노동의 힘이 느껴집니다. ‘ㄱ,ㄷ’과 같은 파열음이 쓰이긴 했지만요. 특히 ‘가대기 치다’처럼 쓸 때는 ‘ㅊ’이 포함되어 더 힘이 느껴집니다. 말맛과 그 말의 뜻은 역시 연관성이 있습니다. 힘을 쓰는 노동의 느낌을 이 단어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뜻풀이에 나온 대로 어떤 형태의 노동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고, 또 그 일의 대상인 짐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입니다. 요즘은 이렇게 힘을 써야 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이 직접 하기보다 기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습니다. 거창하게 AI, 4차 산업혁명 같은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집집마다 차차마다 손수레 하나 정도는 다 구비해 놓고, 초등학생들 책가방도 무겁다고 캐리어를 끌게 하는, 동네 마트에서 장본 것도 집 앞에까지 차로 배달해 주는 시대입니다. 당연히 산업 현장에도 기계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러나 좁은 골목길 안에서라든가, 건물 안의 좁은 공간 등 소규모 공사 현장, 집 앞 좁은 골목이나 현관 바로 앞까지는 어쨌든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서는 마무리할 수 없는 곳이 분명히 있지요. 그런 현장은 역시 사람의 힘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현장이니까, 꼭 인간적인 현장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노동은 언제까지나 필요한 것이니까, 언제까지나 인간적인 것이어야 할 것 같은데요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노동이 중요하고 가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니까요.
어떤 의미에서 ‘가대기 치다’와 같은 말은 사라지면 안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일이 필요한 현장이 적어도 한동안은 존재할 것이고요, 또 현장이 필요한 분들도 적어도 한동안 존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노동의 가치가 소중하니까요. 그런 소중한 일에 그저 ‘막일’, ‘노가다’ 같은 추상적이면서도 어쩐지 낮춰보는 명칭으로 퉁치거나(?) 적당히 때워 말하기보다는 실제 현장의 부분 부분에 맞는 적절한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이름과 말들이 살아남아야 우리가 현장에 직접 있지 못하더라도 그나마 살아 있는 느낌으로 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가대기’의 뜻을 보면 ‘한 손으로’, ‘쌀가마니’, ‘윗부분’ 같은 뜻풀이를 통해 공사 현장의 어떤 한 부분을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내주는 단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점점 더 정이 가는 그런 단어입니다. 누구나 노동의 그 가치를 딱 맞게 인정받으며, 보람도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