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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 Nov 08. 2022

'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너에 대해 알고 싶어 졌어


나의 부모님은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가정형편은 넉넉했다. 주변엔 우리 집보다 형편이 좋지 않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모두 사이가 좋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던 어린 시절의 난 그것을 보고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으면 사이가  단단해지는구나' 라고 여겼다.



돈에 대한 오해


그렇기에 반대로 우리 가족이 화목하지 않은 것도 돈 때문이라 판단했다. 물론 지금은 그것이 돈과 상관없는 단순한 우연이었다는 걸 알지만, 철없던 어린 시절엔 그게 내가 찾아낸 인생의 진리인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돈에 대한 일종의 결벽증이 생겼다. 돈이 모든 불화의 원흉으로 보였고, 마치 악의 근원인 것처럼 대했다. '돈'이란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천박하게 느껴졌다.


나처럼 돈이 탐욕의 상징이라고 여기고, 어떠한 불행이 돈의 탓이라고 생각하거나 부자들은 모두 악하다고 오해해 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미디어 속 부자들은 모두 악당이었고, 돈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안하무인으로 그려졌으니.


그러나 사실 돈은 그저 수단일 뿐이다. 이타적인 사람은 돈을 남을 돕는 일에 쓰고, 이기적인 사람은 돈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일에 사용한다. 선한 것도 사람이고, 악한 것도 사람이었다. 돈은 죄가 없었다.



오해를 풀다


나이가 들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프리랜서가 된 후로는 돈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잔고가 넉넉하면 맘이 편해졌고, 업계 비성수기에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여유는 통장 잔고에서 나왔다.


돈은 곧 자유였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 인생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자유.


돈은 곧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돈이었다.


돈의 필요성을 깨닫자 돈이 알고 싶어 졌다. 돈과 나의 냉담 기간이 길었던 만큼, 우리의 관계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하면 너와 친해질 수 있을까?


먼저 돈과 친한 사람들에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경제 전문 유튜브를 구독하고,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경제분야 베스트셀러부터 시작했다.



돈 공부의 꽃, 부동산


부자들의 자서전, 사업 마인드에 대한 책들을 읽다 보니 좀 더 디테일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자서전에서 구체적인 재테크 수단이나 부동산 계약하는 법을 알려주진 않으니까.


대부분의 한국형 부자들은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증식했다. 꼭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돈을 버는 목적은 '집'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돈 공부의 꽃은 부동산'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도서관에 가서 부동산 전문 서적을 빌렸다. 사업 성공 스토리나 돈 관리에 대한 책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전문서적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속에는 흥미로운 스토리도 없었고 알아듣지 못하는 전문 용어만이 가득했다. 아직 혼자 부동산 계약을 해본 적도 없었고, 관련 뉴스와는 담을 쌓고 지냈으니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쉽지 않네, 너란 존재


도서 대출 기간인 2주가 되도록 한 권도 채 읽지 못해 그대로 반납하게 되는 일도 일어났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언제까지이렇게 까막눈으로 살 순 없으니까. 계약서에 적힌 단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인을 하고 싶진 않았다.


생각해낸 방법은 '필기'였다. 학창 시절 손으로 필기를 해가며 공부하면 집중하기 쉬워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강의를 들으며 필기를 하듯, 책의 내용을 간추려 타이핑하며 읽기 시작했다. 손을 함께 쓰며 읽었더니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훨씬 집중이 잘됐다. 처음 한두 권 정도는 꽤 힘들었지만, 전문용어들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세 권이 넘어가면서부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지금은 페이지를 넘기는 게 많이 수월해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글로만 배우고 있을 순 없다. 열 권의 책 보다 한 번의 경험이 낫다고 했으니, 앞으로 5년 안에 직접 부동산 계약을 는 것이 목표다. 돈과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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