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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 Nov 11. 2022

나도 책 한 권쯤은 내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했다

브런치를 시작했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깊이 상심하던 시기가 있었다. 집에 틀어박힌 채 온라인 세상에서 삶의 이유를 찾아 헤맨 지 한 달 남짓 되었을 때 어느 일본어 번역가의 블로그에 다랐다.


그는 정신과 의사가 한센병 환자를 상담하며 느낀 삶의 보람에 대 쓴 도서를 번역하고 있었다.   허무주의에 빠진 이 우울증 환자를 '살아있는 것 그 자체로 의미 있다'라고 설득하는 에 성공했다.


블로그의 글을 한 장 한 장 프린트해 구멍을 뚫고 손으로 엮어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 후로부터 한 달 뒤 그 번역본은 책으로 출이 되었고, 지금은 그때 만들었던 '핸드메이드 인쇄본'과 함께 책장에 꽂혀있다. 베스트셀러가 되진 못했지만,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책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는 책. 나도 죽기 전에 그런 책을 한 권쯤은 쓰고 싶었다.



'등단의 벽'이 허물어진 시대


 시절 내가 알던 유일한 길은 '등단'뿐이었고,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의 벽을 넘을 자신이 없었다. 문예창작과 졸업생도 아닌 나 따위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많은 분야에서 '등단의 벽'이 허물어지는 요즘. 방송국 공채 시험을 보지 않아도 연예인이 될 수 있고,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강의를 할 수 있다.


등단이라는 개념 역시 희미해졌고 자가출판이나 독립출판 등 출간의 기회도 넓어졌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행동이 곧 재능


얼마 전 독립출판 서적들이 주를 이루는 작은 서점에 들다. 내 취향과는 달리 대부분의 책이  짧은 글로 이루어진 '감성 시집'이었고, 구입해서 볼만한 책을 찾기 힘들었다. 적당한 가격의 책 한 권을 사서 나오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해볼 만하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어쩌면 '출간 작가'인 그들과 나의 다른 점은 그저 '행동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을 만들만한 분량의 글을 쓰고, 출판까지 실행한 그 행동에 위대함이 있었다.


그런데 혹시, 글이 그 책들보다 형편없으면 어쩌지?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나에 대해 실망하는 아닐까? 나라는 인간의 밑바닥온 천하에 드러는 건 아닐까?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수많은 생각이 들어 글을 공개하는  망설여졌다. 가장 두려웠던 건 꽁꽁 감놨던 생각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내 아는 사람이 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에디터로 일하던 시절의 경험이 생각났다.


에디터로써 가장 즐거웠던 업무는 인터뷰였다. 기자라는 타이틀을 무기 삼아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진 특별함이 대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낱낱이 알고 싶었다.


그러나 열명 중 아홉 명은 실제로 만났을 때 미디어에 비치는 것만큼 특별하지 않았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알려진 예술분야의 유명인도 다르진 않았다.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도, 특별한 아우라도 없었다. 그들이 가진 단 한 가지 특출 난 점은 '자신 노출하는 걸 즐긴다'는 점이었다.


노출을 꺼리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자기 PR의 시대'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에 공개하고 동네방네 큰 소리로 소문내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빛나는 재능이라도 매일 무섭게 쏟아져 나오는 다른 콘텐츠에 묻혀 결국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사라진다.


굳이 이렇게 빙빙 돌려 말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쓰고 어딘가에 공개해야만 했다. 얼마간의 리서치 끝에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고, 드디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무명을 즐기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인들에게 내 브런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공개한다고 해도 굳이 시간을 들여 내 글을 찾아보는 사람은 없을듯하다.


용기가 생긴 지금은 브런치 프로필에 사진도 올리고 SNS 계정도 연결해놓았다. 어차피 아무도 보지 않으니까. 관심을 가져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상태에선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마침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다양한 주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제나 직접 해보는 거니까.



'출간 작가'가 되는 그날까지


3개월 전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글 하나를 쓰는데 수일이 걸렸다. 요즘은 하루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게 눈에 띄게 수월해졌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하루 일과로 자리 잡았다.


비록 매거진일 뿐이지만, 한 권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매우 즐겁다. 글로 엮을만한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구성하는 과정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비슷다. 열댓 곡의 정규 앨범을 만드는 뮤지션이 된 기분이었다.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4권의 브런치 북을 구상 중이고 앞으로 1년 안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출판사에서 찾아주지 않는다면 자가출판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프로필에 '출간 작가' 타이틀을 달게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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