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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 Nov 14. 2022

연예인의 완벽한 옷장

일주일치 옷을 미리 준비하기 시작했다


관찰 예능 속 연예인의 일상은 드라마처럼 완벽하다. 물론 카메라가 없을 때의 생활은 그와 다르겠지만 말이다. 연예인으로서 일종의 연극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일 뿐이지만, 그게 진짜 그들의 모습이든 아니든 변하지 않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관찰 예능 촬영 중인 것처럼 생활하면 갓생을 살 수 있다'는 것.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예능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들의 옷장이었다. 연예인들의 옷장(또는 옷방)은 모두 옷가게처럼 완벽해 보였다. 그들의 한강뷰 집, 값비싼 가구들은 당장 가질 수 없지만 깔끔한 옷장 정도라면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내 옷장을 비추는 관찰카메라가 달려있는 것처럼 생활해보기로 했다.



1. 일주일치 옷 미리 준비하기


외출을 할 때마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급하게 옷을 이리저리 헤집다 보니 아무리 완벽하게 옷을 정리해놓아도 금세 질서가 무너졌다. 이 상황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매주 주말에 일주일치 옷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데일리용 편한 티셔츠 세벌, 바지 세벌, 약속이 있는 날을 위한 외출복 한 벌. 일주일치 옷을 고르고 구겨진 곳은 다림질을 했다. 허둥지둥 대지 않고 여유를 갖고 천천히 고르다 보니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둔 옷들도 들춰볼 수 있었다.


'아니, 나한테 이런 옷도 있었어?' 옷장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옷이 있었다.


날씨가 슬슬 추워지면서 온라인 장바구니에 몇 벌의 겨울 옷을 넣어뒀었는데, 옷을 고르며 보니 새 옷을 살 필요가 없어 보였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걸려있는 옷들, 다른 방에 보관해둔 옷들을 까맣게 잊고서 또 새 옷을 사려고 했던 거다.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이 부족해 보였던 건 내가 가진 옷을 제대로 둘러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치 옷을 미리 준비하며 매주 한 번씩 내가 가진 옷을 쫙 훑어보니 내겐 평생 옷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의 옷이 있었다. 



2. 지퍼를 여며 보관하기


옷가게 직원들은 손님들이 입어보고 대충 걸어놓은 옷의 지퍼를 모두 올려 깔끔하게 정돈해놓는다. 


지금까진 외출 후 집에 돌아와 아우터를 걸어놓을 때 지퍼나 단추를 여미지 않은 채로 보관해왔다. 앞섬이 열려있다 보니 옷이 한쪽으로 쏠려 옷걸이에서 미끄러지거나 한쪽 팔이 구겨지는 일이 많았다.


나도 옷가게의 행거 같은 그런 깔끔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옷을 다시 옷걸이에 걸 때 옷의 지퍼나 단추를 채워 걸어놓기로 했다.


굉장히 귀찮은 일처럼 들리지만, 지퍼를 올리거나 단추 두세 개를 채우는 데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아서 몇 번 하다 보니 금세 습관이 들었다. 



언제 카메라가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매주 주말에 그다음 주에 입을 옷들을 정리하며 내가 가진 옷들을 훑어본다. 옷을 미리 세팅해놓으니 외출 준비 시간이 줄어들었고, 다양한 옷을 이미 충분히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쇼핑 횟수가 줄었다.


그저 깔끔한 옷장을 갖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생각지 못했던 효과가 나타났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하며 시간을 낭비하거나 이 옷 저 옷 꺼내 입어보면서 난장판을 만드는 일도 없어졌다.


옷가게 행거처럼 깔끔히 정돈된 옷장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다. 내가 '갓생'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다.


이제 언제 카메라가 들이닥친다 해도 옷장만큼은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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