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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27.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대륙 횡단#2미국 캠핑장

 

이 여행을 하면서 캠핑장을 이용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캠핑은 판데믹 시기에 타인과의 접촉 없이, 또 호텔 방의 방역 상태를 염려할 필요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둘째로 이 여행의 주된 목적은 대륙 횡단이 아니라 23개의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것이다. 국립공원을 여행할 때는 공원 안에 있는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거리가 가까워 공원을 여행하기에 편리한 것뿐만 아니라 공원에 대한 정보도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내가 머무르는 동안은 공원의 아름다운 자연이 나의 정원이 되고 다른 여행자들과 만나서 여행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한 밤에는 쏟아질듯한 많은 별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셋째로 내가 원했던 미니멀 라이프를 이번 기회에 한번 실천해 보고 싶어서다. 우리는 더 편리하고 더 편안한 삶을 추구하며 너무도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산다.  예를 들어, 약간의 편리함을 포기한다면 부엌에서 사용되는 십여 개의 제품들을 부엌칼 하나로 대체할 수 있다. 여섯 식구가 살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시도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지만 혼자 하는 이 두 달간의 생활에서는 실천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여행에 내가 가지고 가는 것은 겨울철 자동차 장비, 안전 용품, 트레킹 기어등 제외하면, 생활필수품은 물과 식료품 상자 하나와 배낭 하나에 들어 있는 것들이 전부다. 컵 하나, 수저 한 벌, 작은 칼 하나, 1인용 프라이팬 하나, 미니 스토브 하나, 그리고 물 끓이는 작은 주전자가 두 달간의 부엌살림의 전부다.

난 원래 캠핑을 좋아하지 않았다. 잠자리와 화장실이 불편한 게 싫고 벌레에 물리는 게 싫어서다. 아이들이 어릴 때다. 캠핑을 가면 그래도 아이들은 좋아하겠지? 하는 생각에 텐트를 하나 구입했었다. 6년 동안 창고에 박스째 보관했다가 딱 한 번 가족 캠핑을 떠난 적이 있다. 6월 말이니까 덥겠지 하고 선풍기를 들고 갔었는데 밤에 한 잠도 잘 수 없었다. 밤새 온갖 덮을 수 있는 것들은 다 동원해서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자는 아이들을 번갈아 덮어주다가 꼬박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 후 십몇 년 동안 캠핑을 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판데믹 중에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캠핑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작년 봄에 나 역시 집에만 있는 것이 너무 답답해 셰넌도어와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캠핑으로 다녀왔다. 내 생애 통틀어 두 번째의 캠핑장 이용이었다.

Zapata Falls 캠핑장, 그레잇 샌드 듄즈 국립공원, 콜로라도

미국 국립공원 캠핑장에는 항상 곰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캠프장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경고 표지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니 텐트에서 잠자기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은 텐트에서도 다들 잘 자는 것 같은데, 텐트에서 자다가 곰에게 끌려가 죽은 사람 기사를 읽은 탓인지... 아무래도 불안했다('아는 것이 힘이다'와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상반되는 명언이 있는데 둘 다 맞는 말이다). 물론 확률을 본다면 실제 잠자는 동안 곰이나 야생 짐승들이 텐트 안에 자는 사람을 습격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그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복권 당첨자가 나오고 곰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그 결과가 치명적인 경우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또 셰넌도어와 스모키 마운틴은 특히 곰이 많기로 유명하다. 결국 텐트는 여유 공간으로만 쓰고 차에서 잘 수 있게 준비를 해 갔는데, 그것이 캠핑에 대한 나의 거부감을 없애준 것 같다. RV나 캠핑카는 덩치가 커서 기동성의 문제도 있고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으니까 나에게 맞는 여행 수단은 아니다. 혼자 여행하는 나는 미니 밴이나 SUV를 이용하는 것에 불편함이 별로 없다.


빅 메도우 캠핑장, 셰넌도어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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