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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30.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대륙 횡단#9 그레잇샌드듄즈

그레잇 샌드 듄즈 (Great Sand Dunes) 국립공원

아침 9시경 캠프장을 떠나 방문 센터(Visitor Center)부터  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국립공원을 방문할 때마다 냉장고에 부치는 자석을 하나씩 샀었기에 이번 여행에서도 하나씩 사기로 한다. 보통 $4-$8 정도이다. Sand Dunes를 오르기 위해서는 방문 센터의 뒤 쪽에 있는 다른 주차장으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차들로 거의 다 차 있었다. 3월인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구나 놀랐다.  


Great Sand Dunes 국립공원은 말 그대로 여러 개의 모래 언덕이 모여 있는데 북미에서 가장 높은 750 피트(229미터) 높이의 모래 언덕이 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들의 저 너머로 로키산맥이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은 국립공원이라고 하기에는 볼거리가 빈약한 거 같다. Sand dunes 이외에도 Medano Creek이라는 'recreation area'가 있긴 하지만  국립공원이라기보다 National Recreation Area에 가까운 규모라 생각한다.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거대한 로키산맥에 가로막혀 모래 언덕들이 형성된 것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 많은 모래가 쌓이려면 어디서 얼마나 많은 모래가 얼마나 오랫동안 날아와야 할까 싶다.

Zapata Falls 켐핑장


Great Sand Dune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곳이 하이듄(High Dune)이다.  판데믹 동안 집에 있으면서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인지 푹푹 꺼지는 사막 위를 5분 정도 걸었더니 벌써 주저앉고 싶다.

올라가다 보니 대 여섯 살쯤 보이는 딸과  열 살 정도 되는 아들을 데리고 오르는 아빠가 있었는데 두 아이의 표정이 마치 고행길을 나선 것 같다.  모래바람이 너무 심하니까 모래가 딸아이 눈에 들어갔는지 아이가 심하게 울었다. 그런데 아빠가 그냥 달래기만 하고 계속 올라가는 거다. 아니 왜 물로 아이 눈을 씻기지 않는 거지 하고 뒤따라 올라가는데 아이가 계속 운다, 손으로 자꾸 문지르며. 내가 더 마음이 조급해져서 아이 아빠한테 물로 눈을 씻어야 하지 않겠느냐, 물이 필요하냐 그랬더니, 안다고 하면서 내려가서 할 거란다, 마치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아니 어디까지 올라갈 계획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내려가도 한참 걸릴 텐데 그때까지 아이를 그냥 두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문지르다가 각막이라도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다고 두 번이나 말했는데도 괜찮다고 내려가서 하겠다는데 무슨 말을 더하겠나. 우는 아이가 불쌍할 뿐이다. 그저 울면서 모래가 씻겨 나오길 바랐다.


 692(210 미터) 피트 높이의 하이듄을 오르려면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데 도저히 거기까지는 못 가겠다 싶어 1/3 지점까지만 어떻게 가보자고 계획을 수정했다. 그런데… 앉아 쉬다가 조금만 더 가볼까? 또다시 기진맥진 앉아 쉬다가 조금만 더 갈까? 를 되풀이하다 보니 결국 2 시간을 훌쩍 넘어 2시간 20분 정도 지나서야 하이듄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정상은 제대로 서있을 수도 없을 만큼 바람이 심했지만, 바람 때문이 아니라도 너무 힘들어 서있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 귤 하나와 작은 나뭇가지를 여기까지 가져와 귤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게 보인다. 이곳이 하이듄 정상이라는 표시로 한 것 같다. 그래도 몽고의 고비 사막을 오른 노하우가 도움이 되어 그나마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경사가 심한 사막을 오를 때는 한발 올라가면 두발이 미끄러진다. 이때 발끝을 45도 정도 각도로 위에서 아래로 삽을 박아 넣듯이 걸어 올라가면 밑으로 덜 미끄러진다.  


고비 사막을 내려올 때는 모래 썰매를 타고 쉽게 내려왔는데 이곳은 걸어 내려올 때도 힘이 들었다. 하이듄으로 올라갈 때는 완만한 경사 코스로 올라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었다. 내려올 때 다시 그 완만한 경사길로 내려가면 적어도 푹푹 빠지는 사막을 30분 넘게 더 걸어야 한다. 가까운 길을 택하려니 경사가 거의 수직처럼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데 저기 내려가다 얼굴을 모래에 박히며 곤두박질칠 것 같아 엄두가 안 났다.  잠시 망설이다 결국 30분 사막을 더 걷기보다 두려운 걸 하기로 결정했다.  상체를 최대로 뒤로 눕히고 두 발로 크레이크를 잡으며 조심조심 내려왔다. 결국 무사히 미끄러져 내려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옷과 신발, 양말 그리고 귓속에 까지 들어간 모래를 털어내느라 분주하다.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기에 사람들의 머리칼도 온통 모래 범벅이다. 주머니에서도 모래가 한 움큼씩 나왔다. 이곳을 오르려면 모자가 달린 윈드 브레이커를 입고 머리를 꽁꽁 싸매야 한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올라가다 보면 머리가 무거워질 것이다. 모래 바람이 너무 심해서 아이들과 같이 갈 때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


Great Sand Dunes 국립공원은 밀키웨이를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밤에 와서 밀키웨이를 보면 좋겠지만 밤에는 사자나 다른 야생 동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밀키웨이는 못 봤지만 캠프장에서 밤이 되자 몽고 하늘에서 봤던 별들보다 훨씬 가깝게 더 많은 수의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꽤 추웠지만 별들이 너무 예뻐서 한 시간가량을 사진을 찍으며 밖에 있었다. 쏟아질 듯한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보니 가족들이 생각난다. 이 예쁜 걸 같이 봤으면 좋을 텐데. 열심히 별 사진을 찍었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쏟아지는 예쁜 별들을 볼 수 있는데 별 본다고 몽고까지 가서 왜 그 고생을 하고 왔을까 생각하며.



밤이 되니 산이라 사방이 캄캄하다. 딱 한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사람들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 사이트에는 7-8명의 젊은 남녀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약간 거슬렸는데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할 즈음에는  플래시를 비추며 계속 내 사이트 앞을  왔다 갔다 한다. 플래시 빛 때문에  몇 번이나 노출을 중단하고 다시 찍어야 했다. 어쩌겠나. 좀 성가시지만 그래도 이 캄캄한 곳에서 그들의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소리 때문에 마음이 조금 든든하다. 비수기라 파크 레인저도 보이지가 않으니 말이다.

어쨌든

별, 별, 별

예쁘다

예쁘구나

춥지만 않으면 자리 깔고 누워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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