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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30.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대륙 횡단 #8개미의 여정

 첫 목적지까지 6일간의 3200km 여정

첫 목적지인 그레잇 샌드 듄즈 국립공원(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Colorado)까지 6일 동안 3200킬로미터를 넘게 운전해야 했다. 마치 내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개미가 된 기분이었다. 개미처럼 열심히 6일 동안 매일 조금씩 조금씩 서쪽으로 이동한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기름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연료비가 500불 정도는 더 들 것 같다. 하루에 하는 총 운전 시간을 늘리면 날짜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운전시간을 하루 6-7시간 이상으로 늘리면 시간에 쫓기기 쉽고, 만약 도로에서 무슨 일이 생겨 지체되면 밤이 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 욕심부리고 싶지 않다. 또 적어도 하루 두 번은 휴게소에 들러야 하니 그 시간도 계산해야 한다. 더구나 아직 3월이라 6시면 해가 진다. 나의 운전 속도는 보통 100 킬로미터를 넘지 않는다. 서둘러서 운전할 필요도 없고 가장 연료 효율적인 속도이기도 하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땐 항상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는데 이 기능이 없었다면 장거리 운전이 두 배는 힘들었을 것이다. 


혼자 차를 타고 가며 운전하는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도로에 차들도 많지 않아 운전에 신경 쓸 일도 별로 없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오디오 북도 듣는다.  강연도 듣고, 시도 외우고 음악도 듣는다. 이번 여행에서 운전하거나 트레킹을 하면서 시 10편을 외울 계획이다.

폼 매트리스를 설치 한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덕분에 보통 침대에서 자는 만큼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처음 며칠은 운전하느라 조금 피곤했지만 그 후 점차 적응해 갔다. 큰 도시 주변을 지날 때 말고는 도로에 차가 정말 없다. 막히지 않는 건 좋은데 차들이 너무 없어도 심심하다. 거의 대부분의 고속도로가 주변에 광활한 벌판만 펼쳐져 볼거리가 없다. 


다섯 곳의 캠핑장들은 관광지에 있는 것들이 아니었기에 두어 군데를 빼고는 대체로 한산했었고 샤워 시설도 괜찮았다. 운전하면서 아침 또는 간식으로 계속 사과를 먹었었는데 4일째 사과가 다 떨어졌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월마트에서 사과랑 오이 등의 채소를 구입했다. 미국에서 자동차로 여행할 때 월마트가 고속도로변에 많이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알칸사스와 텍사스 캠핑장

버지니아, 테네시, 알칸사스, 오클라호마, 텍사스에서 각각 하루 씩 5 일을 머물고 6 일째 오후 드디어! 첫 목적지인 Great Sand Dunes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Great Sand Dunes 안에 경치가 좋은 Pinon Flats 캠핑장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4월부터 개방하기 때문에 공원에서 7마일 정도 떨어진 Zapata Falls라는 캠핑장을 예약했다. 원래 이 캠핑장은 모두가 FF(First come First serve) 사이트였는데 며칠 전 밤에 체크했더니 갑자기 예약제로 바뀌어 있어서 급하게 후다닥 예약을 했다. 예상보다 일찍 3시쯤 도착을 했는데 자리가 다 차있다. 예약 안 했으면 플랜 B 숙소로 갈 뻔했다. 그곳은 여기서 48킬로미터나 가야 하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Zpata Fall은 산 위에 있는 캠프장인데 지그재그로 산 위로 올라가면서 길이 나있다. 그 길 좌우로 캠프 사이트들이 있는데 캠프 사이트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정말 뛰어나다. 단점은 산 중턱에 있는 캠프장까지 거친 자갈길을 20분 정도 올라가야 흙으로 된 길이 나온다는 것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 길을 불평하는 걸 봤는데 그럴 만했다. 올라가다 보니 많이 낡아 보이는 소형차에서 바퀴 하나가 휠까지 통째로 차체에서 튕겨 나와 길 위에 뒹굴고 있었다. 두 남자가 차에 타고 있었는데 정말 안타까웠다. 토잉하는 차가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 텐데 그들의 휴가는 재난으로 끝날 것 같았다.  


내 사이트는 산 윗부분에 있었는데 도착하니 차가 말 그대로 한 치의 틈도 없이 두꺼운 먼지로 뒤덮였다. 이 캠핑장은 물도 전기도 없다. 어쩔 건가, 여기서 세차할 수도 없고 저 두꺼운 먼지를 물티슈로 닦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찝찝하지만 참기로 한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안에서 창문을 가리지 않아도 밖에서 차 안이 전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역시,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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