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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31.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대륙 횡단 #10 블랙 캐년

블랙 캐년 (Black Canyon)  국립공원과 캠핑장 정보  


블랙 캐년 국립공원 캠핑장 정보


블랙 캐년 국립공원 안에는 두 개의 캠핑장이 있는데, 공원의 북쪽 입구에 있는 North Rim 캠핑장과 남쪽 입구에 있는 South Rim 캠핑장이다. 블랙 캐년 공원에서 겨울에도 유일하게 개방되어 있는 곳은 South Rim 캠핑장인데 관광 안내소에서 1마일 거리에 있다South Rim 캠핑장의 Loop 사이트만 전기가 있고(20 amp, 30 amp, $22) 나머지 사이트 들에는 전기가 없다. 겨울 철 Loop B의 개방 여부는 해마다 다르니 예약전 체크한다. 겨울 철에는 수도도 폐쇄되어 있어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물을 준비해 가야 한다. 공원 근처에는 아무 시설도 없기 때문에 30분 정도 떨어진 Montrose라는 마을에서 주유를 하고 물이나 다른 필요한 것 등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5월 중순까지는 모두 FF(First come First serve) 사이트로 운영되고 5월 중순 이후 9월 까지는 Recreation.gov에서 예약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전기가 없는 사이트 요금이 $16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으나 실제 가보면 요금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일회 방문당 켐핑장에 머무를 수 있는 최대 기간은 14일이고 30일 단위로 머무를 수 있는 최대 시간도 14일이다.  요즘 곰들이 캠프장에 점점 더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음식물은 반드시 특수 제작된 철로 만든 Bear Locker에 보관해야 한다. Bear Locker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는 밀폐용기에 넣어 차에 보관하도록 안내하는데 차의 창문을 반드시 내려두어야 한다. 모든 쓰레기는 즉시 특수 제작된(Bear Proof) 쓰레기 함에 버린다. 


오전 9시쯤 Zapata Falls 캠핑장을 떠나 두 번째 목적지인  블랙 캐년 국립공원을 향했다. 거리는 약 350 킬로로 굽이굽이 만들어진 산악 도로를 한참이나 운전해야 한다. 나중에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National Forest와 National Recreation Area 들을 지나기 때문에 운전하며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3월 말인데도 스키를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Gunison 강을 끼고 운전하며 아름다운 Gunison 강의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오후 2시가 지나 관광 안내소에 도착했다.  블랙 캐년 국립공원은 53 마일 길이의 좁고 깎아지른 거대한 수직의 절벽들이 펼쳐져 있는 곳으로 17-8억 년 전의 선캄브리아 시대의 암석이 협곡의 아래층에 노출되어 있다. 협곡의 그림자로 인해 어둡게 보이고 또 하루 일조량이 30 분 정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블랙 캐년이라 불리고 있다.  


협곡의 바닥에는 구니슨(Gunison) 강이 흐르고 있는데  협곡의 가장 깊은 곳의 깊이가 830 미터나 된다고 한다. 캐년 내부로 트레킹 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트레킹 트레일이 따로 정비되어 있지 않고 이정표 표시도 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위급 상황도 거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위급 상황 시 구조대가 들어가는 게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안내 비디오를 보니 길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힘든 곳이 많았다. 길이 아닌 듯 보이는 것이 사실은 길이고, 길인 것 같이 보이는 것은 사실은 길이 아닌 헷갈릴 곳이 너무 많았다. 저런 길을 사람들은 어떻게 찾아가는지. 더구나 협곡의 바닥에는 1.5 미터가 넘는 포이즌 아이비 군락이 있는데 이를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협곡을 내려가는 사람들의 비디오를 본 적이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었었다. 정말 세상은 넓고 용기 있는 사람도 많다. 


협곡을 흐르는 Gunison 강


블랙 캐년 국립공원의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는 Painted Wall이라고 하는 635 미터 높이의 절벽인데 콜로라도에서 가장 높은 절벽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절벽을 무려 50년 전인 1972년에 두 명의 암벽 등반가들이 올라갔다고 한다. 그들이 사용했던 장비들을 보면 현재의 장비들보다 많이 열악한데 어떻게 그런 장비로 그 당시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그 수직의  635미터 절벽을 올랐을까. 정말 경이롭다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그 두 사람이  2012 년 4월에 Painted Wall 등반 40 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을 때,  50주년 기념행사도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했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불행히도 그해 12월에 스노 슈잉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철 같은 육체와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도 나이 들어 늙어서는 눈 위를 걷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구나.   또 다른 10년을 기약했지만 1년도 채우지 못했구나. 이런 기사를 읽으면 마음이 우울해진다. 누구도 일 년, 한 달, 하루, 아니 한 시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 이 세상을 떠나게 될지 알 수 없는데 끊임없이 어떤 것을 소망하고, 계획하고 또 고통스러워한다. 


죽는 날을 미리 아는 것은 불행일까 축복일까?

 

성수기 때는 남쪽 입구와 북쪽 입구를 연결하는 도로를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연이어 있는 전망대들을 쉽게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눈이 쌓여있어 도로가 폐쇄되어 있다. 파크 레인저가 말하기를 차는 못 들어 가지만  걷는 것은 허용되니까 Painted Wall까지 트레킹은 할 수 있다면서 4시간이나 4시간 반이 걸릴 거라고 한다. 자신은 3시간 반이나 4시간 걸린단다. 이미 3시 정도가 되었기에 Painted Wall은 다음 날 가기로 하고 관광 안내소 근처에 있는 전망대들을 둘러보고 사우스림 캠핑장으로 갔다. 


내가 도착할 때 6-7 팀이 있었는데 바로 내 앞쪽에 있는 스패니시 가족들을 제외하곤 추워서 그런지 모두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캠핑장 곳곳에 눈이 쌓여 있어 그중 눈이 적게 쌓인 곳을 찾아야 했다. 캠프장을 한 바퀴 산책한 후 저녁을 먹고 석양이 예쁘길래 사진을 찍었다. 스패니시 가족들은 춥지도 않은지 밤늦도록 불가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덕분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여기도 정말 많고 예쁘다. 차 안에서 별 사진을 찍었다.


다음 날 눈 위를 걷기 위해 크램폰과 Leg Gaither를  착용하고 사우스림 도로 입구부터 트레킹을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 지점까진 사람들이 좀 보였는데 중간 지점을 넘어가니 사람들이 전혀 안 보인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아무리 겨울이라 사람들이 없어도 이렇게 훤히 트인 도로인데 설마 짐승들이 나오겠어하는 생각에 계속 걸어갔다(그러나 국립공원 도로에 곰이나 야생 동물이 나타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베어 스프레이는 2개나 가지고 있으니 안심이 좀 된다. 그렇게 30분을 혼자 가다가 드디어 Painted Wall을 갔다가 돌아오는 한 커플을 만났다. 오면서 그쪽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을 봤냐고 물었더니 가는 사람은 못 봤고 자기처럼 돌아오는 사람은 둘 있단다. 듣고 싶었던 소리가 아니다. 게다가 돌아오는 사람도 둘 밖에 없다니. 괜찮으니 걱정 말고 그냥 가란다.  그래 놓고 몇 걸음 가다 뒤돌면서 하는 말이 가족들 한데 내가 어디 있는지 이야기했냐고 묻는다. 아니 내가 거길 가다가 실종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 물론 내가 혼자 가니까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물은 거겠지만....  어쨌든 조금은 불안하지만 파크 레인저가 콜로라도 주에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히는 곳 중의 하나라고 꼭 가보라고 추천했으니 그냥 전진하기로 한다. 화창하게 햇볕이 쬐는 날씨가 아니었으면 당연히 돌아섰을 것이다. 


조금 더 진행하니 좀 전에 들은 대로 Painted Wall을 갔다가 돌아오는 또 다른 두 명을 만났다.  그 두 명과 헤어지자 더 이상 가는 사람도 돌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출발한 지 두 시간 반쯤이 지나 Painted Wall에 혼자 도착했다. 난간에 가까이 가서 밑을 내려보는데 난간에 녹도 슬고 영 튼튼해 보이지가 않는다. 무서워 난간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사진을 찍었다. 더 가까이 내려가면 더 좋은 사진이 나오겠지만 사진이 좀 부족한 게 낫지....     옅은 빛이 나는 선들이 붓으로 칠한 것처럼 수직의 절벽들에 그어져 있어 Painted Wall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페그마타이트라는 옅은 색깔의 암석이 어두운 색깔의 암석과 합쳐져서 만들어진 무늬라고 한다. 에펠탑의 2배 높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끔 나의 가슴을 철컹거리게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위험한 곳에서 위험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젊은 사람들이다. 어떨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조심하라고. 오지랖인가.  하지만 비슷한 나이의 자녀를 둔 엄마로서는 걱정이 되고 마음을 졸이게 된다. 누구는 사고를 당하고 싶어서 사고를 당하나.    2017년 한 해에 셀카를 찍다가 사고로 죽은 사람이 보고 된 케이스만 107건이라고 한다.  물론 남자가 여자보다 2배로 많다. 왜 그렇게 높고 뾰족한 곳을 기를 쓰고 올라가는지...


돌아오는 길에 Paintd Wall로 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나를 보더니 힘내라고 한다. 하긴 내가 걷고 있는 모양이 격려가 필요하게 보였겠지.   한 시간쯤 가고 있다가 그 둘을 다시 만났다. 벌써 거기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나를 따라잡은 것이다. 나도 쉬지도 않고 눈길을 걸어왔건만. 날아왔냐고 물었다. 20대 후반의 아들과 교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60대의 아버지였는데 코네티컷에서 왔다고 한다. 20대 아들은 그렇다 치고 60대 아버지는 어떻게 그렇게 잘 걷는지.   날 더러 혼자 여기를 오다니 아주 임프레시브 하단다. 이렇게 느리고 겨우겨우 걸으면서 여기까지 혼자 올 생각을 해서 임프레시브 하다는 건가??   어쨌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걸었다. 그러나 나를 위해 속도를 줄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페이스에 맞추기가 힘에 버거워 그들을 먼저 보냈다. 어떻게 눈길을 저렇게 빨리 걸어갈까?  결국 5시간 20 분 만에 차로 돌아왔더니 그들은 차를 타고 막 주차장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또다시 임프레시브 하단다. 서로 안전한 여행을 빌어주고 캠프장으로 씻으러 돌아왔다. 


도착해 보니 어제 있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유일하게 남은 맞은편 스패니시 가족도 짐을 싸고 있다.  아니 이러다 혹시 오늘 밤에 이 캠핑장에 나 혼자 있게 되는 거 아니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누가 와야 할 텐데 말이다. 어쨌든 피곤하고 배가 고프니 식사는 해야겠기에 전망대로 다시 가서 주차를 시킨 후 경치를 감상하며 차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왕이면 캐년의 장관을 보며 먹는 게 좋으니까. 커피까지 마신 후 캠핑장으로 다시 돌아왔더니 다행히도 개 3마리와 함께 RV로 여행하는 남자 여행자가 한 명 있다. 혼자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했더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란다.  한 시간쯤 지나자 또 다른 RV가 도착했다. 그 RV도 우리 옆 사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더 안심이 된다. 캠핑장에 사람이 너무 없어도 문제다. 박  은하 씨는 좋겠다 혼자 여행해도 이런 걱정 안 해도 되겠지? 


사우스 (South Rim) 캠핑장, 블랙 캐년 국립공원, 콜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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