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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1.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대륙 횡단 #11 아치스

아치스(Arches) 국립공원 여행과 캠핑장 정보 

캠핑장 정보

아치스 국립공원 내에  있는 캠핑장은 Devils Garden 하나뿐이고 Scenic Drive의 제일 끝에 위치한다. 2023년 기준으로 3/1부터 10/31 까지는 Recreation.gov을 통해 예약해야 하고 그 외의 기간은 FF(First come First serve) 사이트로 운영된다. 총 51개의 사이트가 있으며 각 사이트에 전기나 물이 없다 식수는 정해진 지역에서 구할 수 있다. 캠프장 내 RV dump station, 가게, 샤워 시설등이 없지만 플러시 토일렛으로 된 화장실이 있다. 1회 방문 최대 7일까지 머무를 수 있고 요금은 25불이다. 전화 시그널이 미약하고 불안정하다. 


Delicate Arch 델리케이트 아치, 아치스 국립공원

오늘은 드디어 유타 주로 들어간다. 오래전에 유타 주의 수도인 솔트 레이크 시티에 갔을 때 거기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유타는 여행할 곳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고 했었다. 주말마다 유타의 국립공원들을 여행하느라 공부를 못하고 있다고 한탄 아닌 한탄을 하면서 말이다. 그 당시 난 공부 하면서 어린아이들을 키우느라 여행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어서 주말만 되면 혼자 유타의 국립공원들을 여행한다는 친구가 부럽기만 했었다.


유타 주의 국립공원들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지역 중의 하나이다. 유타 주는 5개의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8개의 National Monument들이 있다. 코로나 발발 전인 2019년 유타의 관광 관련 매출이 12조가 넘었다고 하니 관광 산업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아치스 국립공원이다. 모아브 시내에 들어서자 북적북적한 것이 작은 도시지만 활기가 있어 보인다. Devils Garden이라는 캠핑장이 아치스 국립공원 내에 있는데 예약이 다 차서, 할 수 없이 공원에서 10 마일 정도 떨어진 KOA에 예약을 했었다. 도대체 공원 안에 있는 캠핑장을 예약한 사람들은 얼마나 일찍 예약을 했단 말인가.


캠프장, 모아브

가게에 들러 식료품을 구입한 후 캠프장에 도착해 보니 시설은 잘 되어있는데 바닥이 잔디나 아스팔트가 아니라 흙으로만 돼있어 먼지가 너무 심했다. 하긴 이런 건조한 사막 기후에서 캠핑장에 잔디를 깔기는 힘들 듯하다. 날씨는 좋았지만 먼지 때문에 도저히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먹을 수가 없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서너 시간이 남아서 공원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3월이고 주 중인데도 입구에는 입장하기를 기다리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폭발적인 방문객의 증가로 인해 2022년의 경우 4월부터 10월까지 성수기 동안 시간당 입장 수를 제한하기 위해 1시간 단위로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예약을 하지 못했을 때는 아침 6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입장 가능하다. 이 날짜와 시간은 해마다 변할 수 있다.


게이트를 통과 후 먼저 방문 센터에 들렀다. 아치스 국립공원의 경우는 연중 따뜻하기에 눈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공원을 가든지 항상 방문 안내 센터로 먼저 가서 파크 레인저에게 트레킹에 필요한 정보를 묻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는, 혼자 트레킹을 하기에 안전하고, 왕복 최대 4시간 이상 걸리지 않으며 보통의 체력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다. 봄이나 겨울 비수기 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트레킹 코스라는 조건을 첨가한다. 원래 내가 가기를 원하던 트레일도 반드시 현재 상태가 어떤지 파크 레인저에게 확인한다. 그러면 트레일이 폐쇄되었다든지 어느 지점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은 가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든지 또는 크램폰을 착용하라든지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봄이나 겨울에 북쪽에 위치한 국립공원을 트레킹 할 때는 꼭 방문 센터에 들러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방문 안내소 주차장 뒤에서부터 시작하는 scenic drive는 22 마일 정도로 공원을 관통하고 있다. 이 도로를 이동하면서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여러 곳을 구경할 수 있다. 언덕으로 어느 정도 올라가자 도로 양쪽에 붉은색 바위들로 이루어진 독특한 모양의 조형물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아치스 국립공원에는 약 2000여 개의 자연적으로 형성된 아치 (arch)들이 있고 그래서 이름도 Arches Natioal Park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3억 년에 걸쳐 바닷물이 범람하여 분지를 바닷물로 채웠고, 이 분지들에서 바닷물이 사라진 후 소금 층이 생겼는데 그 소금 층위로 암석 층이 형성되고 융기, 침식, 풍화 작용을 거치고 가운데 있던 소금 층이 녹아내리면서 아치 모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치들은 현재도 계속 생성 중이며 또 붕괴하고 있단다. 어쨌든 이건 하나의 가설이다.


Scenic Drive에 진입하면서 마치 내가 거대한 서부 영화 촬영 세트장으로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여기서 11개의 영화가 촬영되었단다. 인디아나 존스 3탄 (1989)과 델마 앤 루이스 (1990)도 여기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입장료를 받을만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1년 패스를 이용해 따로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았지만 만일 그랬다 하더라도 이 도로의 편리함만으로도 그 돈의 값어치는 충분할 것 같았다. 이렇게 공원을 관통하는 도로를 만들어 놓으니 공원을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편리한가. 저녁까지 시간이 몇 시간밖에 없어서 Scenic Drive 주위에 있는 가까운 트레일만 몇 개 가봤는데 다른 국립공원들의 자연경관과는 매우 색다르게 마치 거대한 조각 공원에 온 것 같다. 아래에 있는 첫 번째 사진에서 삼각형 모양의 기둥 위에 놓인 둥근 바위(Balanced Rock) 무게가 무려 3577톤이라고 한다. 그 옆에 있는 사진이 Landscape Arch인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아치로 93미터나 된다. 이사진은 너무 성의 없게 찍은 사진이라 구글 이미지 서치를 하면 좋은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저녁에 옆 사이트에 있는 한 가족을 만났다. 30-40대로 보이는 부부가 2학년인 딸과 5학년인 아들과 함께 스프린터 캠핑 밴으로 여행하고 있었다. 몬타나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차에 문제가 생겼단다. 중고로 구입했는데 또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 걸 보니 이런 일이 종종 있었나 보다. 그래도 캠핑장까지 도착하고 나서 문제가 생긴 게 그나마 다행이다. 부부에게 와인을 한 잔 얻어마시면서 불 주위에 앉아 이야기하던 중에 몬타나로 몇 주 뒤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자의 어머니가 글래시어 공원 근처에 캐빈을 가지고 있는데 연락처를 주겠다고 날짜를 묻는다. 여행 중 종종 이런 친절한 제안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한 번도 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다음 날 아이들 아빠는 차를 토잉해서 정비소를 가야 했기에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애들이 실망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아이들과 엄마를 내 차에 태우고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같이 갔다.


같이 다니면서 보니, 엄마가 아이들과 그냥 구경만 하고 다니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면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았다. 여행의 목적, 의미, 그리고 스타일은 여러 가지이고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 엄마가 맨 배낭이 너무도 크고 무거운데 하루 종일 그 걸 매고 다녔다. 한 15-20 KG는 족히 될 것 같은데. 가족 여행을 하면 엄마는 힘들다. 두 아이가 정말 잘 걷는다. 그 유명한 델리게이트 아치를 보러 갔다. 길이 쉽지는 않은데 다람쥐처럼 둘 다 잘 올라간다. 좋아하니 다행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어른들도 쉽지 않은 곳을 무리해서 오르는 부모들을 만난다. 힘들고 지친 아이들은 울어대거나 울상이다. 겁에 질려 우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누구를 위한 여행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부모가 가고 싶으니 아이들이 힘들어해도 강요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조금 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양육 방식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아이의 입장에서 그 여행이 이득이 되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개인적인 견해를 말해 본다면 휴양 여행이 아닌 Destination 위주의 여행, 즉 목적지를 가서 둘러보는 것이 주가 되는 여행은 적어도 아이들이 7-8살이 될 때 가는 게 비용과 시간 대비 가장 효율적이고 그 효과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편한 집 놔두고 와서 이게 무슨 고생이냐를 연발하고 다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후가 되니 아이들 아빠가 차를 하나 렌트해서 Scenic Drive로 왔길래 안녕을 고하고 혼자 Double Arch와 North, South Window를 보러 갔다.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서 다행히 먼지가 전 날보다 적었다. 내가 느끼기에 여긴 유타 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옷차림을 보면 타주에서 온 장기 여행자들처럼 보이지 않아서다.


저녁에 캠프장으로 돌아오니 옆 사이트 가족들이 예쁜 캐빈으로 자리를 옮겼단다, 다행이었다. 캠핑 밴이 정비소에 있으니 네 식구가 갑자기 잘 곳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오후에 만났을 때 내 텐트가 마침 3-4인용이니 빌려주겠다고 했었는데 다행히 누가 취소한 캐빈이 나왔었나 보다. 아빠가 아직 박사 과정 학생이기에 엄마 아빠는 예상 밖의 차 수리 비용이나 캐빈 비용을 염려하겠지만 아이들은 좁은 캠핑 밴에서 캐빈으로 이동한 것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자신의 아이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며 그들의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감해지기를 바랐다. 나중에 이것도 추억거리가 될 거라고 엄마 아빠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누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문을 내렸더니 옆 사이트에 있던 남자아이다. 오늘 자기들을 태우고 다녀서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단다. 의젓하고 기특하다.

Balanced Rock, 아치스 국립공원


Landscape Arch, 아치스 국립공원


Sand Dune Arch, 아치스 국립공원


Broken Arrow Arrow Arch, 아치스 국립공원


Delicate Arch Trail, 아치스 국립공원


Park Avenue Trail, 아치스 국립공원

 

Skyline Arch, 아치스 국립공원


Double Arch, 아치스 국립공원


North & south Window Arch, 아치스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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