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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7.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대륙 횡단 #12 캐년랜드

캐년랜드(Canyonlands) 국립공원 여행과 캠핑장 정보


킴핑장 정보

공원 내에 두 개의 캠핑장이 있다. Island in the Sky 구역에 있는 Island in the Sky 캠핑장과 Needles 구역에 있는 The Needles 캠핑장이다. 전자는  12개의 사이트가 있고 일 년 내내 FF(First Come First Serve) 사이트로 운영된다. 캠핑장 내 Vault Toilet(야외용 간이 화장실)과 피크닉 테이블, 파이어 링을 제외한 아무 시설도 없다. 식수는 근처의 관광 안내소 바깥에서 성수기 때만 구할 수 있다. 하루 비용은 $15이고 일회 방문에 최대 7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마을인 모압까지 가야 하는데 45분에서 한 시간 걸린다.  그래서 모압에서 반드시 주유를 하고 가야 한다. 전화 신호는 안 잡히는 곳이 많은데 La Sal Mountain이 보이는 장소에서는 잡히는 곳이 많다고 한다.

The Needles 캠핑장은 26개의 개인 사이트가 있고 성수기는 예약제로 운영되며(Recreation.gov) 비수기에는 FF 사이트로 운영된다. 요금은 $20로 일회 방문 최대 7일까지 사용 가능하고 비수기에는 Loop A만 개방된다. 시설은 Island in the Sky 캠핑장과 동일하다.




모아브에서의 셋째 날, KOA 캠핑장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Canyonlands 국립공원을 갔다. 이 국립공원은 콜로라도 강에 의해 4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4개의 지역 중 모아브에서 가까운 'Island in the Sky' 지역의 방문객이 공원 전체 방문객의 거의 80%를 차지한다.  그 이유는, 캐년 랜드  방문객의 대부분이  아치스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기 때문이다.  Canyonlands는  미국 국립공원 중 가장  과소평가되어 있는 공원 중 하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보통 여행자들은 Island in the Sky 방문센터에서 Grand View Point 도로를 차로 이동하면서 여러 전망대들을 관람한다.  이 공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가  Grand View Point 전망대인데 Grand View Point 도로의 남 쪽 끝에 있다.  전망대 바로 앞에   '그랜드 뷰'라는 말 그대로 사방이 확 트인 캐년들의 파노라마 전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차장이 전망대 바로 앞에 있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쉽게 관망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에서 머무르다  그냥 떠나는데, 전망대에서 시작되는 왕복 2마일 되는  Grand View Point 트레일을 트레킹 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망대와는 달리 한산하여 트레일을 따라 펼쳐지는 캐년의 장관을  여유 있게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넓고 경사도 별로 없어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다. 끝까지 가지 않고 일부분이라도 걷기를 추천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Canyonlands 국립공원은 그랜드 캐년의 small version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Grand view Point 트레일 마지막 지점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가니 절벽 쪽으로 경사진 큰 바위가 하나 있었다. 4 명의 어린아이들이 그 위에 올라가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위험한 것 같아 계속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런데 밑에서  이 아이들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 보였는데, 다름 아닌 애들 엄마였다. 애들한테 계속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라고 주문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애들만 올라가 있는데 위험하지 않냐고 했더니 괜찮단다. 그러면서 나보고 찍어 줄 테니 올라가라고 한다. 괜찮다고 했는데도 "It's worth it!"이라며 계속 권유한다. 결국 나도 그 바위에 올라가서 그녀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가 주문하는 포즈대로 사진을 찍었다. 용감하고 유쾌한 엄마다.

Mesa Arch, 캐년랜드 국립공원, 유타


Grand view 트레일, 캐년랜드 국립공원, 유타



Grand View Point, 캐년랜드 국립공원, 유타


Green River Overlook , 캐년랜드 국립공원, 유타


Grand view Point 트레킹을 마치고 Mesa Arch로 갔다. Mesa Arch는 Utah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곳 중 하나로 일출 사진 장소로 유명하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여기서 새벽부터 기다린다. 주차장에서 왕복 1km가 되지 않아 소요 시간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일출이나 일몰이 아닌 낮에 방문해서인지 Mesa Arch 자체에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내가 원했던 건 Mesa Arch와 함께 거기서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사진에 담는 것이었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Mesa Arch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그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고 있는 배경으로 들어갈 수도 없으니 풍경 사진 찍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실망이 되었지만  Mesa Arch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이라도 찍으려고 줄을 섰다. 내 앞에 있던 혼자 여행 온 사람과 서로 찍어주기로 하고 말이다.



많은 사람이 줄지어 기다리니 보통의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사진을 찍고 자리를 비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마치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린다는 사실을 잊은 듯이 행동한다. 카메라를 건네받아 찍은 것들을 확인하고, 여유롭게  일행과 대화하고, 다시 찍고 수없이 포즈를 취한다.  떠날 때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이 들을 보고 못마땅한 듯 서로 어깨를 으쓱하거나 눈을  굴리고 있다, Oh, Give me a Break! 하고 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 걸까, 혹은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하는 일이 남에게 불편을 준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 본인들은 몇 분 더 기다리는 게 뭐 큰일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찍고, 여러 포즈를 취해 좋은 사진을 고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고 재빨리 찍고 비켜주는 이유는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이들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지키는 암묵적인 룰이고 일종의 공공 에티켓이다.  그들이 그 자리를 떠날 때 웃으며 미안하다는 한마디라도 했다면 사람들의 불편했던 마음도 조금은 사라졌을 것이다. 쉽게 할 수 있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인색한 사람들을 여행 중에 종종 만난다.



Mesa Arch를 떠나 Upheaval Dome으로 갔다. Upheaval Dome은 Canyonlands에서 가장 기이한 지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약 3마일 직경의 분화구 지형의 중심 부분은 돔 모양으로 융기가 되어있고 그 주위를 반지 모양으로 암석층이 빙 둘러싸고 있다. Upheaval Dome 트레일은 Upheaval Dome 주위를 트레킹 하게 되어있는데 두 번째 전망대까지 3km가 채 안 되는 코스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첫 번째 전망대에서 돌아가고  두 번째 전망대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번째 전망대가 가까워지자  가파른 바위 기어서  올라가야 했고 표지판도 없어 중간에 길을 못 찾아 헤매기도 했다.  다행히도 같이 헤매는 사람들을 만나 동행했다.  이래서 외진 트레일에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함의 문제 인 것 같다.


캐년랜드를 떠나며 아쉬웠던 건 Grand View 트레일에서 오래 머물 수 없었던 것이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앉을 의자와 커피를 가져와서 Grand View 트레일에 앉아 캐년의 파노라마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싶다. 한적한 이 곳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캐년들을 보면 마음이 절로 넉넉해 질 것 같다.  일정이 정해 진 여행의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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