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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25. 2023

'Be yourself'- 대인관계의 강력한   무기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미국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  그 당시 나에게 약간 의아했던 말이 있었는데  바로  “Be yourself”였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대충 말 뜻을 알 것 같긴 했지만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져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가 확 와닿지 않았다.  ‘Be yourself’를 직역하면 ‘너 자신이 돼라’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니 다분히 추상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나 자신이 되나?


‘Be yourself’가  대인 관계의 영역에서 쓰일 경우 보편적인 의미는 ‘꾸미지 않는 자신의 진실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대화에서 사용될 때 상황에 따라 ‘Be yourself'의 특정한 의미가 다른 의미보다 더 두드러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상황에서는  'Be yourself'의 의미에서 '자연스러움'이 좀 더 부각이 된다.  중요한 인터뷰나 개인적으로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 긴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라는 의미에서  "Be yourself"라고 자주 말한다.  


또 다른 상황에서는 꾸미려 하거나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지 말라는, 즉 '진실함'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논문 최종 심사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던 내게 지도 교수가  “Just be yourself, and you’re gonna be fine”이라고 말했다. 내가 “How to be myself?”라고 물었더니, 교수들이  질문을 할 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답변하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솔직하지 않은 대답을 했다가 그에 대한 교수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거짓말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경우 심사하는 교수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인 관계가 아닌 포괄적인 삶의 영역에서   ‘Be yourself’가 쓰였다면 자신의 '진정한 자아(True Self)'의 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예를 들면,  가족이나 사회 규범  등에 의해  타의적으로 형성된 자신의 형상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의해서 형성된 정체성대로 사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Be yourself because everyone else is already taken”이라는 유명한 인용구는 이 진정한 자아의 의미가  강조돼 있다. 즉 다른 사람이 아닌 너 자신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이 경우  ‘Be yourself’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외부에 의해 채색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자신의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     


대인관계에서, 그것이 개인적이든 혹은 비즈니스이든,  “Be yourself” 가  중요한 이유는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감동시킬 수 있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닌 것을 인 것처럼 가장하면 상대방이 다가오기가 힘들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 중에 아주 예의가 바르거나 매우 친절한 사람들인데도  왠지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과는 개인적으로 쉽게 친해지기가 힘들다.  왠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기에 거리감이 생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이끌리고 호감을 가지며 관계에 있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편안함은 타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방어 벽을 쉽게 허물게 한다.  즉 개인적인 관계가 좀 더 쉽게 형성되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꾸민 모습을 상대방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식되게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뛰어난 배우이거나 훌륭한 사기꾼일 것이다. 


대인 관계의 영역에서 ‘Be yourself’와 흔히 말하는 처세술은 어느 정도 상치되는 개념이다. 처세술은, 그것이 관계의 원활한 유지든 관계의 개선이든,  보통 관계 그 자체보다 관계에서 파생되는 실리의 추구가 목적이다.  처세술로 상대의 진심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애당초 그것은 처세술의 목적이 아니기도 하다.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처세술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할 때가 있다.  ‘Be yourself’의 개념을 개인이 아니라 회사나 조직에 적용한다면 ‘Be your company’는 기업의 윤리성과 정체성의 정립에 유용한 조직의 강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 ‘Be yourself’의 캐치프레이저가 남발되는 조금은 우려스러운 상황들을 종종 접한다.  

라이프 코칭 강연자들이 가장 즐겨 쓰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Be yourself’이다.  TV talk show 등을 보면 “I’m just being myself”, “That’s just who I am”이라고 하면서 ‘Be yourself’가  개인이 가지는 거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듯이 제시되어, 들으면서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경우가 있다.  마치 모든 상황에서 ‘Be yourself’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아도 되는 타당한 근거가 되는 듯이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Accept yourself’도 그들이 즐겨하는 조언이다. 두 조언 모두가 자신이 하는 모든 일과 자신이 가진 모든 성향들을 비판과 성찰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유지하라는 말이 아닐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의 과오를 수정하고 성장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전폭적으로 자신을 수용하는 견해들은 우리 모두가 완벽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자아에 이롭다는 전제하에서만 타당하다.    타인의 가치와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변화하고 노력하는 존재다. 그런 면에서 “I’m just being myself”를 견지하며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 상황에 안주하기 위한 합리화가 될 수 있다. 자신을 파괴시키는 생활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본질이라기보다는 개선되어야 할 단지 나쁜 습관들이다  타인의 생각이나 사회적인 합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Be myself’를 실천하는 것일까?

 



‘Be yourself’가 파생된 의미로 많이 사용되기에 원래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Be oneself’를 5개의 사전을 이용해 찾아봤다.

첫째는 미리엄 웹스터 사전으로 ‘평소와 다름없는(적절한) 양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to conduct oneself in a usual or fitting manner).

둘째로 dictionary.com의 정의를 보면 

1.    평상시대로 행동하는 것, 평상시의 육체적 정신적인 상태로 되는 것(Act in one's usual fashion; be in one's normal physical or mental state.)

2.    가식 없이 행동하고 어떤 것에 구애받지 않고 진실한 것 (Act without pretense; be unaffected, sincere)

셋째로 옥스퍼드 사전을 보면 타인의 영향이 없는 평상시의 몸과 마음 상태라고 정의되어 있다. (to be in a normal state of body and mind, not influenced by other people) 

넷째로 구글 사전을 보면 자신의 캐릭터와 본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act naturally, according to one's character and instincts)

마지막으로 콜린즈 사전을 보면 1.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평상시에 하듯이 행동하는 것(to function physically and mentally as one normally does)

2.  자연스럽고 진실된 (to be natural or sincere)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다섯 가지 사전적 정의들이 직접 간접적으로 공통되게 말하고 있는 ‘Be yourself’의 의미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꾸며진 자신의 모습이 아닌 진실된 모습, 평상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정의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결국 하나의 단어로 핵심을 표현하자면 ‘진실함’이다. 

자연스럽다고 진실된 건 아니지만 진실된 건 지극히 자연스럽기에 진실함은 자연스러움을 포함할 수 있다. 근래의 'Be yourself' 트렌드는 진실됨이나 자연스러움보다는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가 너무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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