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나는 그랜드 캐년의 남쪽, 그리고 애리조나주의 수도인 피닉스의 북쪽에 위치한 인구 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이다. 세도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적색의 바위산의 경치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spiritual energy vortex의 존재로도 유명하여 영적인 에너지를 경험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세도나로 몰려든다고 한다. 아메리칸 인디언에 따르면 세도나는 신성한 땅이며 'Great Sprit' 거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와 관련한 뉴에이지 관련 사업들 , 즉 출판사, 영상물제작, 점성학, 타롯카드, 요가, retreat center 등의 비즈니스가 200개가 넘게 있다고 한다. 이러한 뉴에이지 관련 주제가 매우 상업화 돼 이것이 관광객을 세도나로 이끄는 주된 동력의 하나가 된 것 같다. 인터넷을 보면 많은 방문자들의 energy vortex의 체험담이 있다. 실제 피부에 tingling sensation을 느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energy vortex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세도나는 또한 예술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풍부한 문화 유적으로도 유명하다. 서울의 면적의 1/10도 되지 않는 이 작은 도시에 연간 3백만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1조 2천억이 넘는 관광 산업과 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Petrified Forest 국립공원을 떠나 다시 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랜드 캐년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Flagstaff를 지나 세도나를 향했다. 세도나가 가까워지고 Oak Creek scenic drive에 접어들자 울창한 침엽수림이 펼쳐지고 끊임없이 하강하며 굽어 도는 도로를 14마일가량 운전하고 내려갔다. 한국의 지리산 노고단 도로처럼 계속 굽이치며 하강하는 도로다. 운전을 조심하느라 여유롭게 경치를 관망하지는 못했지만 빼어난 경관들을 연속적으로 보다 보니 웬만한 경치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해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여전히 아름답다.
세도나 어디에서나 적색의 바위산들을 볼 수 있다
'Recreatio.gov'에서 예약이 가능한 Majanita 캠핑장은 세도나 시내를 들어가기 전 89A 도로상에 있는데 캠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워낙 작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마지막하나 남았던 사이트를 예약했기에 사이트 위치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시내로 향하니 입구부터 거리가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나의 첫 번째 목적지는 Holy Cross Chapel이었다. 이 성당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영감을 받아 1956년에 완성되었는데 단지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성당이다. 이 성당이 특이한 것은 바위 산 Bute 지형 위에 지어진 것으로 이교회를 짓기 위해 25톤이나 되는 바위를 다이너마트를 사용하지 않고 제거했다고 한다. 주택가의 좁은 도로를 지나 성당의 작은 주차장에 도착했다. 워낙 인터넷으로 사진을 많이 봤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 놀랐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 쪽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는 원룸으로 심플한 구조였다. 거대한 십자가의 예수상이 유리벽 앞에 세워져 있다. 제단 밑에서 시작되는 나무가 벽면 중앙에 세워져 있는데 나무는 두 개의 줄기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의 곁 줄기는 이슬라엘 10지파를 다른 하나는 유대 2 지파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곁줄기는 예수가 매달린 십자가로 쓰이고 유대를 상징하는 본 줄기에는 생명의 상징인 황금색의 사과 세 개와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12개의 나뭇잎이 매달려 있었다. 건축상을 몇 번 수상했다고 하는데 이 건물의 매력은 외부구조물과 이 건물이 세워져 있는 주위 환경인 것 같다.
Holy cross chapel 외부 전경
Holy cross chapel 내부
Holy Cross Chapel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Montezuma Castle Ruin으로 갔다. 세도나에서 남쪽으로 30 여 킬로미터를 내려가면 Camp verde 가기 전 5마일 정도에 있다. 이곳은 National monument로 지정된 곳이라 국립공원 패스로 입장이 가능하다. Sinagua 인디언에 의해 1100-1300년 전에 지어진 곳으로 고대의 아파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석회암 절벽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Alcove 지형에(절벽에 움푹 파여 생긴 공간) 지어졌는데 5층으로 되어 있고 모두 20개의 방이 있다. 지상에서 30미터 정도의 높이에 지어져 있어서 오늘날까지 그 유적이 보존이 잘 되어있다. 바로 아래 사진은 그 모형이고 그다음 사진은 현재 남은 실제 모습이다. 바로 근처에 호수가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수직의 절벽 위에 있기에 적과 짐승으로 부터 방비하는데 효율적으로 지어졌다. 사다리를 이용하여 올라가고 올라가면 사다리를 다시 회수함으로써 적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현명하게 이러한 양식의 주거지를 건설하고 삶을 영위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1951년까지는 관광객들이 사다리를 타고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으나 그 이후로는 훼손을 이유로 금지되었다.
Montezuma Castle Ruin 모형
Montezuma Castle Ruin
둘째 날은 관광 안내소를 들렀다. 시내는 사람들로 북적여 주차할 공간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관광지를 갈 때는 여러 노선의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차를 가지고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차를 주차하기 위해서는 Red Rock Pass라는 주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하루 $5, 일주일 $15, 일 년에 $20인데 방문객이 많아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았다. 둘째 날 첫 번째 목적지는 Cathedral Rock 트레일이었다. 세도나에서 가장 유명하고 붐비는 트레일 중 하나인데 경치도 훌륭하지만 Energy Vortex가 가장 강력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유도 있다. 왕복 2.6km 정도의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230미터 정도의 높이 변화가 있기 때문에 중간이상의 난이도인 트레일이다. 바위산인데 사람도 무척 많았고 어떤 구간은 매우 좁아 한 사람만 지날 수 있기 때문에 올라가거나 내려가기 위해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바위 경사가 매우 심해 오르기 힘든 구간도 여러 곳 있어 땀을 흘리며 올라가면서 내려올 때 이경사를 어떻게 내려가나 걱정이 되었었다. 그런데 몇몇 어린아이들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정말 용감한 부모들이 아닐 수 없다.
Cathedral Rock 정상에서 본 전경
이 여행에서 트레킹을 시작한 후 2주가 지났는데 지금까지의 트레일 중에 가장 힘든 트레일이었다. 아직까지 판데믹으로 인한 운동 부족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터라 힘겹게 올라갔다. 정상이나 여기나 별차이 없을 텐데 이 가파른 바위산을 굳이... 평지 트레킹도 많은데...라는 생각이 몇 번 들었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중간에 그만두는 것도 내키지 않고 하물며 저 어린애도 가는데 하면서 끝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끝가지 올라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Cathedral Rock트레일의 초반부에 Energy Vortex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경험담을 이야기했지만 불행히도 난 느끼지 못했다. 아니 별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맞겠다.
Cathedral Rock 정상에서 본 전경
내려오는데 사람들의 바지 엉덩이 부분이 누구 할 것 없이 흙으로 얼룩져 있는 걸 보고 웃음이 났다. 경사가 워낙 가파르니 내려올 때 안전하게 모두 엉덩이로 미끄러져 내려와 생긴 자국이다. 사람들이 서로 보며 농담했다. 확 트인 바위산 부분은 트레일 사인이 항상 표시가 되어있는 건 아니어서 어느 곳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할지가 명확지 않았다. 어떤 이는 가다 보니 좀 더 쉬운 곳으로 어떤 이는 더 힘든 곳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갔다. 난 중간에 만난 어떤 청년이 안내를 잘해 그래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내려왔다. 내려오다 70대를 훌쩍 넘은 노부부를 만났는데 내가 그 나이 때 이런 곳을 올라올 수 있을까 생각하니 고개가 저어진다. 지금도 힘든데.
다시 셔틀버스를 승차했던 곳으로 돌아와서 점심 식사 후 같은 주차장에서 다른 노선의 셔틀버스를 타고
Bell rock pathway 트레일로 갔다. 이 트레일은 왕복 5km가 조금 넘는데 트레킹을 하며 Bell Rock과 Court house butte 등의 유명한 경관을 볼 수 있다. 원래는 chicken point 트레일을 갈 예정이었지만 경사가 200미터 가까이 되는 트레일이다 보니 하루에 연이어 경사가 있는 트레킹을 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 Bell rock pathway 트레일을 가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트레일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은 유일한 트레일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러나 세도나엔 트레일이 정말 많다. 이 좁은 도시에 무려 200 개의 트레일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트레일에 흩어지거나 더 유명한 트레일에 몰리는 것 같다.
Bell Rock Passway trail
셋째 날 아침에 세도나에서 유명한 명소인 Devil's Bridge로 갔다. 이 트레일은 세도나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일중 하나로 Cathedral Rock처럼 사람들로 붐볐다. 원래는 왕복 3km가 안 되는 트레일인데 Devil's Bridge 주차장까지 가기 위해선 아주 거친 비포장 자갈길을 거쳐가야 하기에 보통 다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Devil's Bridge 주차장까지 간 후 거기서 다시 트레킹을 해야 하므로 7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도착하니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가끔씩 사진을 찍으며 특이한 포즈를 취하며 쇼맨 쉽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앉아서 구경하던 여행객들의 갈채와 환호를 받기도 한다. 열 살 남짓 보이는 남자아이가 아버지와 사진을 찍다가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거꾸로 서는 브레이크 댄스 포즈를 취하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열렬한 환호를 한다.
Devil's Bridge
Devil's Bridge
오후에는 마지막 트레일인 Soldiers Pass 트레일을 갔다. 약 7.7km 정도의 보통 난이도의 트레일이다. 트레일 헤드에서 처음 얼마간의 구간은 4*4로 운전해 갈 수 있는데 무리하게 차로 진입을 하려다 오도 가도 못하게 바위틈에 박혀있는 차들을 봤다.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와 차를 돌려 나갈 수 있는지 걱정이 됐다. 차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4*4는 어디나 갈 수 있는 만능이 아닌데 그 성능을 너무들 과신하는 것 같다.
동행이 있거나 아침에 왔다면 여유롭게 경치를 즐기며 트레킹 할 수 있었겠지만 오후고 혼자라 서둘러 갔다. 돌아오던 중 하마터면 길을 잘못 들뻔했다. 걸어오던 길과 계속 연결이 된 넓은 길이 사실은 트레일이 아니라 옆으로 난 좁은 길이 트레일이었는데 아무런 표지가 없었다. 가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둘러보고 빨리 되돌아와서 다행이었다. 입구가 거의 가까워졌을 때 이제야 올라가는 젊은 여성을 보았는데 혼자였고 배낭도 없이 손에 든 물병이 다였다. 지금 들어가서 어쩌자는 건지 벌써 추워지고 있었는데 쇼트 팬츠를 입고 있었다. 서둘러 지나쳐 말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걱정이 되었다.
세도나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도시에 여행객이 너무 많아 복잡했다. 오래전부터 오려고 했던 곳이라 오래 머무를까 하다가 3박 4일로 예약했는데 뉴에이지 관련 활동을 할게 아니면 관광 목적으로는 3박 4일 이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