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술 대신 습관을 익혀라

by 홍종호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원칙에 의거한 매매’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시장이 폭등하든 폭락하든, 혹은 내 감정이 불안정하든 상관없이 오직 내가 세운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 어쩌면 이 말은 조금 딱딱하고 비인간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사람이 어떻게 기계처럼 투자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실력을 갖춘 투자자란, 시장을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통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투자의 ‘습관’을 갖추는 것이다. 원칙을 안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원칙은 아무리 잘 써놓아도, 감정 앞에서는 무너진다. 두려움이 몰려올 때, 욕심이 치솟을 때, 우리는 반드시 흔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원칙 위에 습관을 쌓는다.



어떤 종목이 단기간에 급등했을 때, 내게 쏟아지는 질문은 정말 다양하다. DM으로, 카톡으로, 심지어 모임에서 술자리 안주처럼 쏟아진다. “형, 이거 지금이라도 들어가면 늦지 않았지?” “진짜 올라갈 것 같던데, 100만 원만 넣어볼까?” “차트 보니까 아직 반등 초반 같은데, 형이라면 들어가?” “유튜브에서 무슨 전문가가 지금 꼭 사라고 하더라니까?” 사람들은 마치 초조한 눈빛으로 나에게 ‘확신’을 구한다. 이미 마음은 반쯤 사기로 굳혀졌는데, 누군가 한마디만 “괜찮아” 해주길 바란다.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같다.


“지금 사도 오를 거야. 그런데 투자는 습관이라 지금은 안 사는 게 좋아.”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왜 마다하냐고. 하지만 나는 그게 진짜 위험한 생각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투자라는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수익에 대한 중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쉽게 착각한다. 한 번의 수익이 나의 실력이라 믿고, 다음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수익이 날 거라 확신한다. 그러나 시장은 절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순간의 운과 우연에 기대어 수익을 낸 사람은,

다음 하락장에서 모든 걸 잃고 무너진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투자 초창기에는 욕심이 앞섰다. 급등 종목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졌고, 그걸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번은 진짜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수익보다 더 무서운 건, 수익을 낸 후의 자만과 습관의 왜곡이라는 걸.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다. MBTI에서도 감정을 중시하는 F 지표가 70% 이상으로 나온다. 그만큼 내가 감정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내 약점을 원칙으로 덮기로 했다.


“급등주는 절대 바로 사지 않는다.”
“투자를 위해 대출받지 않는다.”
“X2, X3 레버리지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는 나의 철칙이다. 지켜서 대박을 놓친 적도 많다. 하지만 이 원칙들이 나를 지켜줬다. 실제로 확신했던 종목이 오르기 직전, 나는 진지하게 대출을 받아 시드를 더 태우는 걸 고민했다. 매수 당시의 분석은 완벽했고, 호재는 쏟아지고 있었으며, 차트는 꿈틀거리며 폭등을 예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원칙을 어기면서 얻는 수익은 결국 장기적인 내 투자인생에 있어서 마이너스다.”


왜일까? 당장의 수익은 달콤하다. 그러나 원칙을 어겨서 번 돈은 내 투자 습관을 망가뜨린다. 한 번의 예외를 허용하면, 그게 다음의 기준이 된다. “그땐 잘됐잖아.” “이번에도 그냥 한 번만.” 이런 식의 자기 합리화는 곧 감정적 매매의 반복을 낳는다. 이건 단순한 '나쁜 버릇'이 아니다. 시장에선 매번 생존이 걸린 게임이다. 게다가 원칙을 어겨 얻은 수익은 ‘내 실력’이 아니라 ‘운’ 일 가능성이 크다. 운으로 만든 결과는 재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진다. 나는 안다. 처음엔 소액으로 예외를 두기 시작하지만, 나중엔 시드의 절반, 전부를 걸면서 “이번에도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그러다 진짜 한 번만 틀리면 끝이다. 계좌가 아니라 내 멘탈이 나간다. 그리고 다시는 투자판으로 돌아올 수 없다.


나는 이 세계를 놀이공원에 비유한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자극적인 기회들이 매일 같이 손짓한다. 급등, 대세상승, 테마, 재료, 루머… 끝없는 즐길 거리가 있는 곳. 하지만 그 놀이기구를 끝까지 탈 수 있는 사람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있는 사람뿐이다. 내게 그 안전벨트는 바로 습관이다. 매달 같은 날, 같은 액수로 ETF를 매수하고, 기회가 와도 내 원칙에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두려움보다 낙관을 선택하는 연습을 반복한다.

그건 단순히 ‘멘탈이 강해진다’는 차원이 아니다. 나라는 투자자 자체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야. 의사결정이 감정이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되고, 매수와 매도의 기준이 시장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는 것. 결국 이 싸움은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느냐의 문제다.


단기간의 수익률은 눈에 잘 띄고, 숫자로 금세 증명되지만, 그것은 마치 폭죽 같다. 잠깐은 화려하지만 금세 꺼지고, 다시 그 자리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반면, 투자의 세계에서 진짜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다. 그리고 오래 버티는 힘은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반복에서 나온다. 그것이 바로 습관이다.


습관이란, 내가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매일같이 할 수 있는 ‘작은 통제’를 실천하는 일이다. 그것이 자동이체처럼 반복되는 정기매수일 수도 있고, 급등 뉴스에도 손을 떼는 침묵의 태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작고 단단한 행동들이 모여서 나의 계좌를 지켜낸다는 사실이다. 내 자산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내 감정이 시장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습관은 리스크 관리의 본질이다.


결국 투자라는 여정은 큰 수익을 노리는 게임이 아니다. 손실을 피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시장은 때때로 엄청난 보상을 준다. 하지만 그 보상은 단기 수익률을 좇는 이들에게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원칙을 견고하게 지켜낸 이들에게만 건넨다. 그러니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 방을 노리는 공부’가 아니라, ‘절대 무너지지 않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도 내 계좌를 지켜주는 것은 거창한 전략이 아닌, 아주 단순하고 조용한 습관 하나다.


다섯 번째 원칙 : 당신의 습관은 당신의 투자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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