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안에 두려움을 가둬라

by 홍종호

투자는 무섭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당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이, 단 하나의 클릭으로 사라질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자산을 팔아 그 대가로 돈을 얻는다. 그렇게 모인 돈이 계좌에 쌓인다. 그 돈이 줄어든다는 건, 내 삶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공포를 느끼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이 두려움은 본능이라는 걸.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위험을 피하면서 살아남은 인간들의 후손이다. 두려움이 없던 이들은 낭떠러지에 떨어지거나 맹수에게 잡아먹혀 생을 마쳤고, 두려움을 통해 리스크를 회피한 이들만이 생존할 수 있었다. 그 본능이 지금도 우리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문제는 이 본능이 현대의 투자 세계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흔들릴 때, 우리는 냉정해야 하지만 본능은 소리친다. “팔아! 당장 빠져나와! 더 떨어질 거야!” 그 소리에 반응하면, 우리는 바닥에서 팔고 고점에서 사는 ‘정반대의 투자’를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고 감정을 없앨 수는 없다. 대신, 그 감정을 관리할 수 있다.


감정을 관리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나만의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놓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단순한 희망이 아니다. 논리와 구조가 담긴, ‘확정적 미래’에 대한 가정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나는 지금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이 자산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크고, 뉴스 하나에도 크게 흔들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공식 통화로 채택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은 금리가 아직 높고 규제도 많지만, 그게 오히려 가격이 눌려 있는 ‘기회의 구간’이라고 본다. 나는 이 조정이 결국 다음 상승 사이클의 진입점이 될 거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이처럼 ‘내가 왜 이 종목을 매수했고, 앞으로 어떤 흐름이 전개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정해 두면 시장의 단기 변동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하락장이 와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시나리오 안에 이미 포함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미리 대본을 알고 있는 연극을 보는 것과 같다. 슬픈 장면이 와도, 다음 장면이 어떻게 이어질지 알고 있으면 불필요하게 몰입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고는 투자자에게 감정이 아닌 설계 기반의 판단을 하게 해 준다.


진짜 투자자는 단순히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두려움을 미리 예측하고, 그 감정의 흐름조차도 하나의 변수로 포함시켜 투자 전략을 짠다. ‘사람들이 언제쯤 공포에 빠질지’, ‘어떤 뉴스에 시장이 패닉을 일으킬지’, ‘그때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미리 상상하고 시뮬레이션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움직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투자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심리와 시장 사이의 밀고 당김, 반복되는 사이클 속에서 가장 이성적으로 서 있을 수 있는 자리 찾기다. 이들은 감정을 제거한 투자자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까지 계산한 투자자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미래가 그려진 투자자는 감정에서 자유롭다. 이미 그 감정이 올 것을 알고 있고,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도 계획해 두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 투자자는 늘 감정에 휘둘린다. 시장의 등락에 따라 공포와 탐욕을 오가며, 본능의 무게에 짓눌려 일관성을 잃는다. ‘미래가 그려진 투자’는 시간을 무기로 감정을 다스리고, ‘현재에 갇힌 투자’는 순간의 감정만 쫓아가다 길을 잃는다.


결국 두려움을 통제하는 힘은 미래를 얼마나 선명하게 그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무섭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차이는 두려움의 유무가 아니라,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서 갈린다. 같은 하락장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도망치고, 어떤 사람은 기회를 본다. 그 결정적 기준은 바로 ‘시나리오’다. 자신만의 그림이 있는 사람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감정조차도 이미 예상된 흐름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시장의 파도 앞에 서 있을 때, 단 하나의 문장을 떠올리면 좋겠다.


“이건 내가 그린 시나리오 안에 있는 파도야. 잠깐의 흔들림일 뿐, 나는 결국 항구에 도착할 거야.”


이 말은 단순한 자기 암시가 아니다. 그것은 준비된 투자자만이 할 수 있는 자기 확신의 언어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본 사람만이 흔들리는 지금을 견딜 수 있고, 불확실한 순간에도 원칙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당신의 예측이 아니라, 당신의 일관성을 시험한다.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확정적인 미래 시나리오야말로, 당신의 투자 본능을 이기는 가장 이성적인 무기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실을 피하려 하고, 공포 앞에서 멈춘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구조화된 계획은 그 본능의 속삭임을 이겨내게 해 준다. 준비된 사람은 흔들릴 수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당신이 세운 시나리오가 분명하다면, 감정은 통제가 가능해지고, 투자란 더 이상 운의 게임이 아닌 설계된 여정이 된다.


여섯 번째 원칙 : 확정적 시나리오로 두려움을 통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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