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투자를 주변에 알려라

by 홍종호

지금은 누구나 돈에 관심을 갖는 시대다. 과거에는 돈 이야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모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주제가 ‘부동산’, ‘주식’, ‘코인’, ‘연봉’, ‘월세’다. 특히 30대 이상이 되면, 각자의 투자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일에 익숙해지고, 그만큼 투자 이야기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물론 여전히 누군가는 이런 대화를 꺼려한다. 괜히 나섰다가 틀린 말을 할까 봐, 혹은 “그걸 왜 샀어?”라는 반응에 상처받을까 두려워 말하기를 주저한다. 누군가에게는 돈 이야기가 자존감의 문제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질투와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민감한 주제다. 실제로 "나 요즘 이거 샀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자리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는 걸 느껴본 적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자신의 투자 방향과 관심 분야를 과감히 주변 사람에게 공유할 것을 권한다. 단, 금액이나 수익 자랑이 아니라 '왜 이걸 공부했고, 무엇을 보고 매수했는지'를 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투자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에는 두 가지 중요한 효용이 있다.


첫째, 주변인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당신이 투자하고 있는 섹터나 종목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들의 반응은 당신의 투자 시점이 ‘너무 이르거나’ 혹은 ‘이미 늦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가 된다. 만약 그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거나, 당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건 시장이 아직 해당 종목이나 섹터에 대해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다. 즉, 당신이 대중보다 앞서 있다는 증거다.


세상 모든 혁신은 처음엔 이해받지 못한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만든다고 했을 때도, 애플이 전화기에 인터넷을 넣겠다고 했을 때도, 처음에는 비웃음이 뒤따랐다. 하지만 시장은 늘 늦게 반응하고, 대중은 열기가 다 오르고 나서야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미쳤다고 여겨지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타이밍이 되는 것이다.


즉, 주변인의 무관심, 회의감, 의아한 반응은 때때로 당신이 남들보다 먼저 미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가장 정확한 거울이 된다. 이런 반응이 나왔다고 위축되지 말고, 오히려 ‘나는 지금 시장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활용하라.


둘째, 당신의 투자 논리를 점검할 기회를 얻게 된다.


만약 당신이 언급한 종목이나 산업이 시간이 지나며 실제로 주목받기 시작한다면, 이제 사람들은 당신에게 묻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 “이 종목은 앞으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왜 이 기업을 미리 알았던 거야?”라는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 이 순간은 단순히 자랑할 기회가 아니라, 당신 스스로가 세운 투자 시나리오와 원칙을 검토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된다.


누군가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기 위해선 단순한 직감이나 ‘느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도 타인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논리와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당신은 알게 된다. 내가 이 종목에 대해 충분히 공부했고, 논리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운 좋게 맞아떨어진 감정적 매수였는지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런 질문을 받으며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당신의 투자 역량을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말로 풀어내는 순간, 당신은 투자 판단의 구멍을 발견하기도 하고, 반대로 더욱 단단한 신념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점검된 시나리오는 이후 더 큰 기회를 만났을 때 흔들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된다. 즉, 질문을 받는 순간은 곧 당신의 투자 내공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당신은 단순한 운 좋은 투자자에서 진짜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다.


나 역시 이 방식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예컨대, 한때 나는 디지털 자산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다. “그거 도박 아니야?”, “진짜 그걸 믿는 거야?”라는 질문과 의심 섞인 시선들. 때론 말문이 막힐 정도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바로 그 반응들이 내게 첫 번째 효용, 즉 ‘주변인 지표’로서의 신호가 되었다.


시장에서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거의 없고, 사람들의 반응이 싸늘하다는 건 오히려 내가 너무 이른 시점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말하자면, 시장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는 뜻이다. 그 시선들이야말로, 나의 투자 시점이 남들과 다르다는 강력한 힌트였고, 오히려 확신을 더 굳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두 번째 효용은 그 이후에 찾아왔다. 시간이 흘러 디지털 자산이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하자, 처음에 나를 말리던 사람들이 하나둘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때 왜 그걸 샀어?”,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 “어떻게 그걸 미리 알았던 거야?” 이런 질문들이 쏟아졌고, 나는 자연스럽게 내 투자 시나리오와 논리를 꺼내 설명해야 했다.


그 과정이야말로 나에게 투자자로서의 실력을 시험받는 무대였다. 막연한 직감으로 매수한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근거와 철학을 가지고 판단했던 것인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설명하면서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논리적 허점을 발견하기도 했고, 반대로 내가 세운 원칙이 얼마나 탄탄했는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결국 이 두 가지 경험은 내 투자 역량을 한 단계 성숙시켰고, 다음번 더 큰 기회를 만났을 때에도 흔들림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준비된 상태로 나를 이끌어줬다.


단, 한 가지 조심할 점이 있다. 투자 금액이나 수익 규모는 절대 말하지 마라.


이야기의 초점은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왜 이 기업을 선택했는가’에 있어야 한다. 투자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구체적인 금액이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우와 대단하다”라고 반응하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시기와 질투, 혹은 비교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 그런 의도가 없더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자랑처럼’ 들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는 순식간에 ‘공부와 나눔’의 맥락에서 벗어나, ‘누가 얼마 벌었는가’를 중심으로 왜곡된다. 결국 당신의 진심은 닿지 않고, 관계에 불필요한 거리감만 생긴다. 친한 친구였던 사람조차도, 어느 순간부터는 당신과 투자 이야기를 피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은 ‘수익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논리와 원칙을 전하는 조력자’의 자세를 택해야 한다. 단순히 내가 돈을 벌었다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왜 그 기업에 주목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고, 어떤 리스크를 감수했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배울 수 있는 대화’로 받아들이고, 당신에 대해 존중을 갖는다.


당신이 어떤 종목에 대해 말할 때, 사람들이 “그래서 얼마 벌었어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웃으며 이렇게 말하라.


“그건 비밀이에요~ 중요한 건 내가 왜 그 종목을 좋다고 생각했는지죠. 그 얘기는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어요.“


이렇게 이야기의 방향을 돌리는 순간, 당신은 단순한 수익 자랑꾼이 아니라, 스스로 투자 철학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사람들의 존중은 거기서 생긴다.


이처럼 대화를 유쾌하게 이어가면서도, 초점을 자연스럽게 ‘논리’와 ‘원칙’으로 돌릴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당신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진짜 투자자는 자신이 벌어들인 숫자보다, 그 뒤에 있는 생각과 전략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당신의 투자는 단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때때로 세상을 향해 꺼내 보여줄 때, 그 확신은 더 강해지고, 논리는 더 단단해진다. 그것이 당신을 일시적인 수익이 아닌 ‘지속 가능한 투자자’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일곱 번째 원칙 : 당신 주변에 투자를 알리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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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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