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기업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왜 주가는 뉴스 하나에 이토록 흔들릴까?”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며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뉴스는 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맞춰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대부분의 경우, 주가 하락의 이유는 그저 “떨어질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유 없는 하락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니 언론은 ‘악재’를 끼워 맞춰 설명하고, 시장은 그것을 믿고 더욱 요동친다.
악재는 종종 ‘사후적 해석’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 사건이 주가 하락을 유발했다기보다는, 하락한 주가에 논리를 덧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기업의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고, 시장 점유율도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언론은 다음과 같은 제목을 뽑는다. “○○사, 글로벌 경쟁 심화 우려에 주가 급락” 하지만 그 ‘경쟁 심화’라는 뉴스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며,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주가 하락은 단지 수급과 기술적 조정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처럼, 뉴스는 움직인 주가에 이유를 ‘부여’할 뿐, 실제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만들어진 악재’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내면화되었다면,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좋은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그것은 매수의 기회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단순한 원칙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언론이 만들어내는 ‘공포의 서사’ 때문이다.
뉴스는 본질적으로 자극적이다. 자극은 클릭을 유발하고, 클릭은 수익을 만든다. 그래서 언론은 실제보다 더 위협적으로, 더 파국적으로 사건을 묘사한다. “○○사, 매출 둔화 우려에 10% 급락… 경영 위기인가?” 이런 제목을 보는 순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심리적 동요를 겪게 된다. 머리는 “이건 그냥 일시적인 조정일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손은 이미 매도 버튼 근처를 맴돌고 있다. 특히 우리 같은 개미 투자자들은 그 불안 앞에서 안절부절못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기업은 장기적으로 갈 수 있어’라고 확신했던 마음이, 단 한 줄의 뉴스에 무너진다. “이거 진짜 위기인가?”, “혹시 내가 뭔가 놓친 게 있나?”, “지금이라도 팔고 나와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쉴 새 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문제는 이 불안이 단지 정보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감정에 압도당한다. 빨간색으로 물든 차트를 보면, 그 차가운 데이터보다 내 안의 뜨거운 공포가 먼저 반응한다. 그렇게 우리는 '논리'가 아닌 '심리'로 매매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선의 전환이다. 나는 이러한 악재들을 볼 때마다 WWE 프로레슬링을 떠올린다. 어릴 적 방과 후 TV를 켜면 존 시나(John Cena)가 링 위를 전력 질주하며 등장하곤 했다. 상대 선수에게 호쾌하게 기술을 걸고, 관중의 함성 속에서 팔을 번쩍 들던 그 모습. 가끔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기도 하고, 동료에게 배신당하기도 했지만, 다음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복수극이 펼쳐졌다.
그때는 그 모든 싸움이 진짜인 줄 알았다. 정말로 다친 건 아닐까, 진심으로 화난 건 아닐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됐다. 그 안의 갈등과 충돌, 반전과 눈물은 모두 ‘쇼’였다는 것을. 각본대로 흘러가는 이야기였고, 그 안에는 다음 주의 챔피언을 위한 복선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이젠 경기에서 누가 맞든 쓰러지든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한다. “아, 이건 다음 스토리를 위한 장면이구나.” “이 시점에서 이렇게 밀린다는 건, 곧 반격이 오겠네.” 악재도 마찬가지다. WWE처럼, 우리는 악재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어떤 시나리오의 일환일까?” “지금의 하락은 더 큰 상승을 위한 무대인가?”라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악재는 우리가 무서워해야 할 실체가 아니라, 시장이 그리는 ‘드라마’ 속 하나의 장면일 뿐이다. 물론 모든 악재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의 실질 가치가 훼손되는 구조적 리스크는 반드시 예외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기 악재는 가격이 하락한 이유를 정당화하기 위해 '설명'된 것일 뿐, 실제로는 기회를 제공하는 힌트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본질을 꿰뚫는 눈이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한가? 미래 성장 스토리가 살아있는가? 그렇다면, 시장이 일시적인 공포에 빠져 있을 때야말로 진정한 장기 투자자의 매수 타이밍이다. 기억하라. 시장은 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 이야기의 노이즈에 흔들리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 흐름을 읽고 조용히 매수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당신이 이 책을 끝까지 읽은 투자자라면, 이제는 WWE의 프로듀서의 시선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할 때다. 악재는 쇼의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쇼의 리듬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나도 무섭다. 주식이 크게 떨어지는 날이면 나도 휴대폰을 자꾸 들여다보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지고,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성은 “지금은 기회야”라고 말하지만, 감정은 “혹시 이대로 무너지는 건 아닐까?”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 기업의 본질은 바뀌었는가?” “내가 처음 이 회사를 좋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리고 그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나는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왜냐하면 이 마인드 하나만으로도, 나는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비교적 편안하게 장기투자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포는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것을 없애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구조화하고,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공포를 억누르려 애쓰기보다,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바라보고, 어떤 흐름에서 등장했는지 해석하며, 그 감정을 하나의 ‘시그널’로 활용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투자자로 거듭난다. 진짜 투자자는 두렵지 않은 사람이 아니다. 두려움을 받아들이되,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시야로 그 두려움을 이긴 사람이다.
여덟 번째 원칙 : 공포를 내 편으로 만드는 순간, 당신은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