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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덱은 불변이 아닌 변화의 시작점

#넷플릭스 #컬처덱 #문화기동장치 #문화변화

by 비이은

기업문화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본 아니면 들어본 자료가 있습니다. 바로 100장이 넘는 PPT로 만들어진 '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 일명 넷플릭스 컬처덱(Culture Deck)이라 불리는 자료입니다. 처음 컬처덱이 알려졌을 때,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말들을 전부 모아 미션, 비전, 핵심가치, 행동규범의 순서대로 배치한 후 이를 멋들어지게 이미지화해 기업문화를 홍보하고 교육했던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컬처덱에는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문화와 바라는 인재상, 그리고 그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담담하게 적혀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많은 기업들이 '고객', '탁월', '혁산', '창의'와 같은 단어들을 문화적 특징으로 표현해 나열한 반면, 컬처덱에는 그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컬처덱 서두에 넷플릭스는 힘주어 말합니다. '가짜 가치(the nice-sounding values)'가 아니라 '진짜 가치(the actual company values)'를 위해 채용, 평가, 업무방식 등을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을 말이죠.


넷플릭스가 살아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일곱 가지 측면을 보면
1. Values what we are valued

2. High Performance

3. Freedom & Responsibility

4. Context, not Control

5. Highly aligned, Loosely Coupled

6. Pay Top of Market

7. Promotions & Development

입니다. 우리가 흔히 기업문화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이 내세우고 있는 문화라기보다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조직과 시스템, 원칙들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즉, 실제 문화를 작동시키는 문화기동장치에 대해 자세히 적은 것이 특징이죠.


넷플릭스는 '탁월함(excellence)'을 갈망하고, 이러한 탁월함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일곱 가치 측면에서 문화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판단, 소통, 결정, 보상 등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 어길 수 없는 원칙도 제시하죠.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가치와 문화를 현실에서 어떻게 눈에 보이게 만들어줄 것인가를 담아냈기에 컬처덱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합니다.


넷플릭스의 컬처덱이 널리 퍼진 이후, 많은 기업들이 과거에 주로 만들었던 비전 하우스나, 미션 맵 등에서 벗어나 자기 회사만의 컬처덱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여전히 도출된 결과물들을 보면 미션과 비전 재정립, 핵심가치 변경 등과 혼재되어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달리 문화를 작동시키기 위한 원칙과 방법들이 훨씬 구체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컬처덱을 만들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컬처덱 첫 페이지에 음양 이미지입니다.

[출처] 구글이미지

음양은 결국 변화를 의미합니다. 주역에는 '일음일양위지도(一陰一陽謂之道)'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 되는 것이 도이다'라는 말로, 음이었던 것이 양이 되고, 양이었던 것이 음으로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뜻합니다. 왜 미국 기업이 자신의 문화를 설명할 때 음양 이미지를 넣었을까요?


개인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컬처덱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숭배하거나 만고불변의 진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실제 주역을 해설한 이중텐은 음양 원리의 핵심을 "변화는 좋고 불변은 좋지 않으며, 변할 수 있는 것은 좋고 변할 수 없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컬처덱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넷플릭스의 문화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앞세우고 있는 문화는 다음의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1. Dream Team(드림팀): 넷플릭스는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인재들, 즉 자신의 업무에 능하고 협업에는 더욱 능한 사람들로만 팀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 People over Process(절차보다 사람): 직원들에게 직접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보와 자유가 주어질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개방성과 자유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책임감이 남다른 사람을 채용합니다.

3. Uncomfortably Exciting(긴장감을 동반한 설렘): 즐거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대담해야 하고, 큰 포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긴장감이 동반될 때도 있지만 다가올 기회들에서 오는 설렘을 즐긴다는 의미입니다.

4. Great and Always Better(뛰어나면서도 항상 발전하는 모습): 넷플릭스의 오늘은 내일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우리는 말하곤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선점을 파악할 수 있는 자기 인식,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넷플릭스의 내일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 절제와 회복탄력성입니다.


컬처덱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조직 내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요? <생각의 역사. Out of Our Minds>의 저자인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교수는 인간의 비효율적인 기억력이 상상력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인류의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억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렴풋이 기억하면서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붙일 때 생각은 진화한다는 것이죠. 컬처덱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듯이 그리고 맥락에 맞게 상상력을 더해지면서 긍정적인 왜곡과 변주가 나타날 수 있게 하는 것. 이러한 역할까지도 할 수 있는 컬처덱이 진짜 컬처덱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자료]

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

Poweful. Patty McCord

No Rules Rules. Reed Hastings

생각의 역사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https://www2.deloitte.com/content/dam/Deloitte/kr/Documents/insights/deloitte-korea-review/11/kr_insights_deloitte-korea-review-11_03.pdf

https://www.forbes.com/sites/emmazangs/2019/03/28/is-netflixs-2009-culture-deck-still-relevant-today-to-shape-compan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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