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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문화 관련 이슈 중 가장 핫한 것을 고르라면 '조직 기강', '근무 기강'이 아닐까 합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조직 기강, 근무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죠. SK이노베이션은 24년 하반기부터 매주 토요일을 '커넥팅데이'로 지정하여 조직 간 협업과 학습의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팀장이상은 사실상 주 6일을 출근하게 된 것이죠. 삼성 또한 주 52시간에 적용되지 않는 임원들을 중심으로 토요일 근무를 공식화함으로써 조직 내 긴장감을 높이고 느슨해진 조직기강을 잡고 있습니다. 원격근무 최소화, 잦은 자리 이석 등을 신고하는 근태부정신고제 도입 등을 통해 근태 관리를 강화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부통제 이슈로 많은 질책을 받은 여의도의 금융회사들도 점심시간 1시간 지키기, 자율복장에서 정장으로의 회귀 등 느슨해진 근무 기강을 바로잡는 것에 집중하고 있죠.
사실 기강 잡기는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흔히 사용하는 변화관리 전략입니다. 조직 전반에 위기의식을 심어주고자 관행 또는 업무편의라는 이름으로 허용되었던 행위들에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이죠. 의도적으로 만든 불편함을 통해 구성원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죠. <Managing Change: Cases and Concept>의 저자인 뉴욕 콜롬비아 대학 Todd D. Jick 교수는 구성원들이 내외부의 압력을 인지하여 계획적 또는 비계획적으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변화 관리의 첫 번째 단계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조직 변화의 첫 번째 단계인 '변화의 필요성 인식(Sensing the need for change)'이 변화 관리 과정 전체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하죠. 변화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한 조직만이 실제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위기의식을 갖는 것 = 변화 필요성 인식하는 것"이라는 등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Jick 교수가 강조한 것은 변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변화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C-level부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신상필벌의 관점에서 근무기강을 강조했으니 직원들이 변화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근무기강을 통해 가고자 하는 목적지, 목표에 대해서는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화관리를 담당하는 팀에서는 "직원들의 점심시간 이용시간이 한 시간 이내로 들어왔습니다", "직원들의 자리 이석 회수가 1회 이상 줄었습니다", "전 직원들이 정장을 입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등 근무기강을 잡기 위해 했던 행동들의 결과만을 보고, 조직 변화 활동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실수를 합니다. 근무기강을 통해 어떤 문화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그냥 기강 자체만 잡은 것이죠.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은 심리적 저항감이나 무력감만 커지게 됩니다. 실제 근무 기강 잡기를 진행한 회사들의 익명 커뮤니티를 보면 "요즘 시대에 이게 실화냐", "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하네", "조직 위기가 내 탓이냐?", "언제는 편하게 하라더니 이제는 버릇없다네" 등 우려와 불만의 소리가 많습니다. 또한 "소나기는 피하는 거다", "이러다 말 꺼야" 등 변화 관리 자체에 불신을 보이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조직에서 진행하는 조직 변화, 문화 혁신 활동 등은 동력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기강 잡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절대 '기강 잡기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업무 중 지켜야 할 선과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한 원칙이 무너졌을 때는 당연히 원칙을 지키라는 것은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왜 그러한 원칙들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소통입니다. 우리가 만든 원칙들이 조직 내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고,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를 같이 알려야 하는 것이죠.
앞서 소개한 Jick 교수는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해서는 1) 강력하고 헌신적인 리더십 2) 명확하고 지속적인 의사소통 3) 구성원의 참여와 몰입이 합쳐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리더는 변화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며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장애물을 헌신적으로 제거해야 합니다. 리더는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변화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장애물을 없애주는 것이죠. 또한 근무 기강, 조직 기강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특히, 구성원들 스스로 변화를 위한 행동과 원칙을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점심시간을 한 시간만 사용합시다', '올바른 옷차림을 갖춥시다'와 같은 것이 톱-다운 방식을 내려오면 구성원들은 그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점심시간과 옷차림을 지키는 것에서 변화 활동이 끝나고 맙니다.
근무 기강이나 조직 기강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구성원들을 통제하거나 규율을 강요하는 것을 넘어, 조직 전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참고자료]
Managing Change: Cases and Concept. Todd D. Jick. 1993.
Frontiers in Group Dynamics. Kurt Lewin. 1947
거시조직이론. 김인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