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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기반 리더십의 한계

#권한 #권력 #영향력 #권한수용설 #채스터버나드

by 비이은

정말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전략회의나 워크숍 내용들을 보면, 업종별로 편차는 있으나 실적이 좋은 곳은 좋은 곳 대로, 나쁜 곳은 나쁜 곳 대로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매우 엄중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듯합니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때 조직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리더의 권력 오남용 현상입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성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리더들은 불안감과 조급증에 쉽게 빠집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본질적인 변화나 체질 개선 같은 것은 뒷전으로 밀리고, 지금 당장 내 눈에 보이는 변화나 성과에만 집착하게 되죠. 이렇게 되면 리더가 조직 운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세 가지 힘인 권력(power), 권한(authority), 영향력(influence) 중 권력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특히 권력 중에서도 보상적 권력(reward power)이나 강압적 권력(coercive power)을 남용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는 리더들이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리더 스스로 사용을 통제하기 가장 힘든 힘이라 평가받습니다. 보상, 승진, 처벌, 위협 등에 기반하고 있는 보상적, 강압적 권력은 리더가 사용하기 쉽고, 직원들이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권력에만 의존한 리더십 특히 보상적, 강압적 권력에 의존한 리더십은 효과가 일시적이며, 조직 구성원들을 단기에 무력감(powerlessness)에 빠지게 합니다. 상사의 힘 앞에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의존적 성향을 높이며, 생산적인 소통보다는 입을 닫고 상황을 피하게 합니다.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접근 동기보다 책잡힐 일만 안 하겠다는 회피동기만 자극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목적으로 권력(power)이라는 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앞서 말한 권력, 권한, 영향력을 잘 혼합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론의 선구자로 불리는 채스터 버나드(Chester I. Barnard)는 "경영의 9할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The executive art is nine-tenths inducing those who have authority to use it in taking pertinent action)"라고 말했습니다. 경영의 핵심은 경영자(리더)들이 자신의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잘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라는 뜻입니다.

경영자의 역할 [출처. 구글이미지]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한다는 것은 조직을 움직이는 세 가지 힘을 상황에 맞게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권력, 권한, 영향력에 대한 정의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백기복 교수는 <조직행동연구>에서 세 가지 힘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1) 권력(power)이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의 의지와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잠재적, 실제적 능력

2) 권한(authority)이란 한 개인이 조직 내에서 차지하는 유무형의 위치로 인해 갖게 되는 공식적인 힘. 단, 권한은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고 수용될 때만 그 의미가 있으며 수용되지 않는 권한은 권한이 아님

3) 영향력(influence)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또는 팀, 집단)의 태도, 가치관, 행동 등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힘의 총량


이 정의에 기반해 생각해 본다면 영향력은 권력의 상위 개념이고, 권력은 권한의 상위 개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한 개인이 조직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로 인해 갖게 된 공식적인 힘(권한)을 인정받는 것이 첫 번째이며,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통제력(권력)을 행사하고, 전반적인 태도와 가치관, 행동 등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위기와 불안의 시대, 리더의 어깨가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에만 의존해서 조직과 구성원의 변화를 이끌어서는 안 됩니다. 권력을 행사하기에 앞서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은 리더 스스로 본인에게 부여된 공식적인 권한이 구성원들에게 수용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에게 업무적, 비업무적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직원들의 모범이 되고 있는지부터 성찰해야 권력 행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권력의 행사와 함께 논리적 설득, 영감 어린 호소, 감사의 표시 등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같이 사용해야 합니다. 보상, 위협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위기감을 조성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조직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취지를 잘 받아들여 현장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명령에 복종하고 통제에 따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자율성과 능동성을 갖고 행동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만약 리더 스스로 "왜 구성원들은 내 마음을 몰라줄까?"라고 섭섭한 마음이 든다면, 구성원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권력에 도취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문헌]

경영자의 역할. 채스터 버나드

조직행동연구. 백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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