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답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무엇이 내 것이고 뭐가 남의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진부한, 상투적인 글을 쓰게 됩니다. -「표현의 기술」유시민
눈물 많던 사회 초년생 시절, '좋은 사람들을 만나 견딜만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해보겠다'는 꿈을 꿨다. 이리저리 치이다가 어떤 일을 하느냐는 크게 상관이 없어졌고,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 자아실현을 꿈꾸지 말자 생각했다. 지쳤던 내 마음은 친구에게 건네었던 이 한 마디로 표현된다.
"큰돈 필요 없으니까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 편히 일하고 싶어"
몇 번 회사를 옮기면서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노동자(?) 임을 알게 됐고, 자신감이 붙기보단 불평이 많아졌다. '내가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지?'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는 걸 느꼈다. 마음이 편해지니 더 많은 돈을 바랐고 불만족은 또다시 불편함이 됐다.
이직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보통 연애를 통해 나를 많이 알아간다고들 하는데, 인정 욕구가 높은 건지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 그에 반응하는 나의 내면 등을 통해 나를 알아갔다. 어떤 방법으로든(생업이든 취미이든)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은 지금 내 이직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왜 이렇게 돌고 돌았는지 알 것도 같다.
글에 나타난 내 모습이 싫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해서 글을 고칩니다. 글만 고치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을 고치는 작업이지요. -「표현의 기술」유시민
글을 쓰고 퇴고를 할 때 항상 지우게 되는 부분이 있다. 감정이 과하게 묻어나 부담스럽거나 솔직하지 못한 부분이다. 내 생각이 아닌데 그럴듯하게 미사여구를 붙인 글을 다음날 읽어보면 얼굴이 붉어진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글에 나타난 내 모습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 미사여구를 붙일 때 나를 포장하고자 했던 의도를 나는 알고 있으니까.
글을 고치면서 왜 이런 방법으로 나를 꾸몄을까 생각하다 보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마음 한 구석의 욕구나 결핍을 마주하게 된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글을 고치지 않았다면 몰랐을 부분이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