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께

by 너굴

선생님, 천국에서 평안하신가요.

부고를 들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겨주셨던 선생님이셨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때문인가. 갑작스러운 사고가 있었나.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저는 하던 일을 이어갔습니다.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지만, 제가 무얼 해야 한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받기만 하던 제자는 끝까지 무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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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기억하시나요.

이직을 두고 고민할 때 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었죠.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에 선생님은 제가 제일 먼저 떠올린 현명한 어른이셨습니다.


"제가 그곳에 가서 잘할 수 있을까요?" 떨리는 마음을 가득 안은 저에게 "하나님은 너 한 사람을 위해 그곳의 모든 환경을 바꾸실 거야"라고 하셨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릴 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면 움츠렸던 어깨가 조금 펴지는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저에게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회사에 지원해보라며 자기소개서를 봐주셨어요. 선생님, 저는 참 선생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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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셨던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혈액암이 완치되었던 것도, 다시 재발한 것도 선생님께 안부 전화 한 통 드렸으면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참 후회스럽습니다.


천국으로 가시는 길에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선생님을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한 순간도 잊지 않겠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사랑을 담아 건네신 말씀, 마음속에 가득 담아두겠습니다.


선생님,

제 인생에 용기를 주는 어른, 존경할 수 있는 어른으로 나타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국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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